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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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소확행이라는 단어는 흔하게 sns태그로 사용 하면서도 뭔가 행복에 대한 단어는 왠지 모르게 낯 간지럽고, 지나간 옛단어같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 소설 속의 시즈쿠 처럼 외로움과 고독에 스스로를 무장한 사토리 세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사토리 세대(오랜 불황 속에서 자라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적응하는 세대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젊은 층을 가리킨다.)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세대니까'

-p19

시대적으로는 비슷하거나 조금 빠른 세대이지만,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나의 전공 분야 덕인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냉정하기 보다는 세상과 꿈에 대해 약간은 환타지를 가지고 있는 나이먹은 피터팬적인 성향이 강하다고나 할까. 그나마 요즘 임신 후 엄마 준비를 하다보니 현실의 벽에 강하게 부딪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워낙에 긍정의 힘을 믿기에 자족과 만족, 그리고 그 가운데 무수한 선택을 하며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다.

냉정하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평범한 소녀인 척 하고 살았던 마녀의 성장기.. 그런데, 여기에 마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다보니 뭔가 꿈만 같다. 마녀는 우리가 동화 속에서 읽었던 마법 스프로 아이들을 유혹하던 못된 흑마술의 할머니가 아닌, 집안 대대로 남을 돕기 위해 한 세대 걸러 여성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으로 시즈쿠는 대학생이다. 마녀로서의 정체성은 있지만, 이 시대에 굳이 마법이니 마도구는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 그녀 앞에 어린 시절의 소꿈친구 소타가 나타난다. 약간은 거추장스럽고, 민폐스러우면서도 어린 시절의 세계의 전부였던 그의 등장으로 스주쿠는 마녀로서 자신의 본분을 마주하게 된다.

'합리적이지 않은데, 합리적일리 없는데,,'

마도구는 한번씩 마법의 힘을 사용하여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데, 소타의 성가신 도발로 시작된 의뢰인들과의 만남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 합리적일 리 없는 이 행동들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찾아줄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행복감을 얻고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10년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소타조차도 오직 그녀만을 기억하고, 스즈쿠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토닥이고 위로하고 때로는 장난도 치고,그녀가 마녀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돕는 자가 된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부터 따를 당해 늘 혼자 친구없이 외로웠던 그녀의 삶에도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를 도울 힘이 자신 안에 있음을 발견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그녀는 어떻게해야 행복을 줄 수 있을지, 도대체 무엇이 행복인지 고민하게 된다. 아마 내가 이 단어에 낯 간지럽다고 느꼈던 것은 나 또한 이 단어의 정체성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지만, 여기서 말하는 행복이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온기를 전해주고 그를 통한 마음의 소통의 결과였기 때문일까. 뭔가 추상적인 단어가 주는 막연함에 보는 내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시즈쿠와 소타의 고군분투를 읽어내려갔다.

마법이라는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설정에 대한 불신은 시즈쿠와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깨어졌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마법사란다, 마도구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이 있는 한 다들 마법사야.마음은 때떄로 마법을 능가하지,마음이야 말로 진정한 마법이야. 마음이 행복을 느낄때, 그 사람 주변에는 행복의 꽃이 피어난다. 그건 무척이나 멋진 일이지. 사람은 모두가 누군가의 마법사야. 시즈쿠도 분명히 마법사를 만나게 될거야'
-164p
'앞으로 살다 보면 괴로운 일,슬픈 일,온갖 일을 겪을 거야, 그걸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그런 미소를 가꾸는 연습을 하는 거야.그렇게 손에 넣은 미소를 보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단다. 행복해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구하고,시즈쿠의 미소에는 그런 힘이 있어. 그게 사람이 지닌 최강의 마법이지.'
-233p
마법의 정의에 대한 할머니의 말에 위로를 받은 것은 비단 시즈쿠만이 아니었다. 마음이 때때때로 마음을 능가하는 일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듣기도 하는 소식이니까. 다만 자극적인 뉴스 1면이나 특종에 가려져 있을 뿐, 여전히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 마음의 마법들과 따스함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이야기였다.
마도구를 한번씩 사용 후 그녀는 결국 마법의 힘을 잃고 더이상 마녀는 아니지만, 마음의 마법을 다스리는 마법사로 살아가게 된다.삶의 언저리에서 겉돌던 삶에서 모든 인연과의 연결 고리를 소중히 여기고 시간을 보내며 마녀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배운 것들을 실천해나가는 최강 마법을 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우리 각자에게도 있는 따스한 온기와 도움, 그리고 관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따스한 소설이었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다음세대를 바라보며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쩔때는 두렵기도 하다. 각종 뉴스에서 매일 쏟아지는 범죄의 이야기는 세사을 향하여, 오히려 벽을 쌓고 아이를 보호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따스함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고, 그 따스한 온기의 시작이 나와 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작은 불씨같은 이야기였다. 아이를 기다리며 따스한 소설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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