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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사람이 모두 온전하다거나 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약간의 이중성과 상대적인 선과악의 중간지대에서 균형을 잡고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추구하는 바에 따라 그 길의 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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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라고 부르던 인물들..
심지어는 평생 꼭 읽어보고자 했던 고전 목록에 있던 학자들,
2020년 읽어야 할 고전 리스트에도 있는 작가들의 이름과 어린시절 좋아했던 문학의 작가들의 이중성을 발견하고 나니 점점 그들의 위선에 구역질이 났다. .
변명과 거짓투성의 혼합 기록이었던 루소의 '고백록' 과 아이를 가지며 아이 교육에 관한 관심으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루소의 '에밀'은 루소가 자신의 5 아이를 모두 고아원에 내다 버리고 그들의 생존에 관심 조차 없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아니 오히려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없는 그가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읽어봐야하나.. 나 자신에게 질문이 생기긴 했으나 당장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발자국을 남기고 삶의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 바로 그가 옳은 사람이었고, 도덕적인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 마르크스는 그의 저작을 통해 사회주의를 옹호하던 자들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그로 인해서 많은 인명 피해도 일어났다. 레닌, 스탈린,모택동은 그의 저서에서 모순 관계를 발견하지 못하였을까? 자신들의 가치관에 눈이가리워 편향적으로 바라본 것일까?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노동계급에 관해 말하고 썼으나, 일생을 통틀어 제분소,공장,광산이나 다른 작업장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
"진실을 왜곡하고 폭력을 부추긴 행동에 대해 마르크스가 실제로 어떠한 도덕적 태도를 가졌는지 단언하기 어렵다."p131
그들의 지성은 거짓되었고 교활한 뱀머리같이 느껴졌다. 삶과 글은 일치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들의 글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현혹했다. 처음 책의 인물들을 하나씩 접할때 일던 분노가 뒤로 가니, 사람이란 원래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위대한 인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수록, 그 인물의 모습은 더욱 괴상해진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연구한듯한 그들의 걸작품과 삶이 달라 나의 눈은 길을 잃은 듯했고, 이 책의 쓰여진 것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어린 시절 톨스토이의 책을 읽고읽으며,좋아하던 구절을 노트에 적던 나에게 그의 야누스적인 모습은 그의 문학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커서 좋아하게 된 헤밍웨이의 허풍과 거짓말은 그저 귀여운 거짓말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그의 문체를 좋아하게 된 것이 번역가의 능숙함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의 글들과 정서를 좋아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의 문체에 대한 열정,개성적인 집필 습성을 형성하기 위한 작가의 투쟁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헤밍웨이는 정확한 표현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면서 적절한 단어를 찾기위해 사전을 샅샅이 뒤졌다. 산문 스타일의 형성기에 그가 시인이기도 했다는 것을 명심하자."p 266
누군가에게 인생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 그들의 삶이 실은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었다니
입안에 모래알들이 굴러다닌다. 몇년 전 핫 이슈가 되었던 문학계와 영화계 거장으로 불리던 이들의 미투사건 등을 생각해보면 먼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들의 지성과 재능은 스스로를 포장하고 그럴 듯 해보이게 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부패하고 인간답지 못하고 비열하고,선동적이고 조작이 난무한.. 현대의 뉴스 속의 정치인들의 모습 같았다. 비단 정치인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니 굳이 정치인이라고 꼽았다.
시간이 흘러 다음세대에 어떤 포장지들에게 사람들은 열광을 하게 될까. 진리와 본질을 꿰뚫는 눈이 필요하다. 그러함에도 가치 있는 그들의 작품들은 어떻게 바라봐야할것인가.
기독교적인 사상의 지배에서 지성을 강조했던 지식인들의 삶의 모습에서 이성주의의 무언가를 발견하기 보다 쾌락주의 단면을 들여다 본것 같은 이 책은, 사람의 본질과 우리가 어떻게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갈 것인가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사상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삶? 인격적인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것인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기본적인 존중과 애정어린 시선을 가진 작가 혹은 예술가 들이 좀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학자와 작가,철학자가 아무리 저명하다고 할지라도,대중을 향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일해야 하늕를 말해 줄 권리가 있을까하고 회의하는 경향이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지식인은 마법사나 구시대의 성직자보다 현명하지는 않은 정신적인 지도자고,귀감이 될 정도로 가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믿음이 퍼져 가는 하다." p601
"즉 인간의 관념보다 중요하고 인간이 관념의 앞자리에 놓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만 한다. 모든 폭정 중에서 최악의 폭정은 사상이 지배하는 무정한 전제정치다."p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