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는 인간 정신의 천장과 음습한 지하 통로를 찾아가는 탐험가다"
D.H로렌스
이렇게 정확하게 에드거 엘렌 포의 소설의 맥을 집다니..! 사실 읽기 전에는 그냥 넘어갔던 문구가 다 읽고나니 확 꽂혔다. 한 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의 내면에 아름다운 것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음을 느꼈고, 아주 흔하게 사회면과 또 덧글들만 들여다 봐도 알수있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유독 이 작가는 음습한 내면의 충동과 욕구에 집중하여, 근원적인 공포에 어떠한 미신적인 것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두려움을 가진 자들을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하였다. 차근차근 그림 그리듯이 작가의 문체를 따라 그림을 그리다보면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그 정서의 전달 덕분에, 처음 몇 가지 이야기는 잠들기 전에 읽었다가 무서워서 다른 책을 집어들고 중화시킨 후 잠에 들었다. 공포와 두려움
"정말이지 위험 자체는 전혀 거리끼지 않아. 그 절대적인 결과인 두려움 말고는. 이렇게 무기력하고 비참한 상태로 두려움이라는 음산한 유령과의 싸움 끝에 삶과 이성을 전부 버려야 할 때가 곧 올거라는 기분이 들어."p15
- 어셔가의 몰락
가문에 내려오는 미신과 저주,환상과 환청 그리고 주변의 자세한 설명(날씨 혹은 방 안의 풍경)으로 공포가 극대화 되어 느껴진다. 앞의 목차들의 이야기는 범죄를 은닉하려는 자들의 심리가 묘사 되어있다.
" 이 두려움의 실재하는 악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지만 달리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p91
"아, 공포와 죄악의-고뇌와 죽음의 음산하고 끔찍한 원동력이여!"p91 검은 고양이
잘못 내려져 온 무지에 의한 미신들에 대한 맹신으로 인한 극한의 두려움에 범죄를 저지르고선, 또 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린다. 그들 안의 양심의 소리였을까, 그들의 두려움은 분노와 증오로 바뀌어 폭력이 되었고 범죄가 되었다.
자신이 저지를 죄악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공포들로 인물들은 환청과 환상으로 괴로워 하다 결국은 스스로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곤 했다.살인을 저질렀지만, 양심으로 인한 환청인가?
요즘 뉴스에서 매일 접하는 사이코패스들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그들의 범죄에는 다를 바가 없으나, 범죄 후에 지독한 죄책감으로(책에서 죄책감이라 표현하지않고 보통은 망령등이 등장하지만 스스로 잘못을 인지했기에 망령의 존재가 복수 할 것이라 믿었던 것은 아닐까)두려워하고, 고통스럽게 스스로 말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모습의 범죄자들이다.
며칠 전 뉴스 속 범인들만 바도 자신의 잘못을 자백은 커녕, 다시 태어나도 또 죽일 거라는 둥,피해자가 먼저 시비를 걸고 돈을 내지 않았다며 진술을 하였다. 살인의 책임이 온전하게 상대에게 있고, 자신의 행위는 그 결과일 뿐이라며 뻔뻔하다 못해 떳떳하다 믿는 그들의 모습보다 차라리 책속 인물들이 인간적인 악인처럼 느껴졌다.
"악당들 같으니!" 나는 비명을 질렀다."더는 숨기지 말아요! 인정할 테니까!바닥 널빤지를 뜯어요! 여기,여기! 그 끔찍한 심장 박동 소리라고요!"p107 일러바치는 심장
과연 경찰의 방문때 들린 소리가 피해자의 심장 소리였을까? 혹은 피의자 본인의 심장 소리는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