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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 -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아직 미성숙한 자아였던 기윤은 29살의 어른이 되었으나 사회에 부적응한 모습이고 부유하는 자 같았다. 그저 떠돌이나 이방인의 삶을 표방하는 듯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화가,
그러다 "너 민재 기억나?"라는 수형의 질문에서 그는 깨어난다.
그의 삶 속에 데미안이었던 19살의 시인 민재의 존재의 부재 후에도 기윤은 그의 발자국을 쫒아갔으나,그의 행위는 마치 그의 고교시절, 진짜 독서 대신 도서 출납부에 도장을 찍듯이 겉 훓기의 모형만 따라 가고 있었다.
일종의 겉멋,마치 19살의 기윤이 상민이의 멋을 따르 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재의 저항의식이나 그의 사상에 대한 깊은 사유없는 모방이었기에 그는 그의 찬란했던 민재와 함께 했던 19살의 그 때를 잊었다.
학창시절 이단자였고, 저항하는 사람, 레지스탕스였던 그 때를..!
" 하지만 저항 한다고 달라지는게 있을까?"
"물론이지. 저항의지를 갖는 그 순간부터 이미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거야."p88
"수포로 돌아 갈지도 모를 그 모든 불확실한 노력과 투쟁의 날갯짓 때문에 오히려 비극적인 삶은 더 아름다워지는 거야.(중략) 죽음도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은걸,세상에 만연한게 바로 죽음이야."p148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시베리아 횡단과 시계 여행을 꿈꾸며 티켓을 구매한 민재는 남이 그려준 인생이 아닌,스스로 개척하는 길을 가고자한다. 그의 희망찬 발걸음은 떠나기 전에 좌절 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열차는,,,, 떠났나요?" 라고 묻는 그의 질문에서 그가 동경하던 비극의 아름다운 여운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연극 '루멘'을 통해 비극의 메타포로 사람들의 내적인 무언가를 자극시키는 혁명을 이루며,자신의 삶의 비극적인 요소들과 억압을 인식하게 하려던 그의 혁명은 그의 삶을 통해 증명되었다.그는 떠났으나 희곡 루멘이 남았고, 그의 남겨진 시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이단자 기윤이 남았다.
그러나 기윤은19살의 저항시인 민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기억했던 유일한 조문객에서,29살의 부유하는 화가 기윤은, 그를 완벽히 잊어버렸다. 어쩌면 자신만의 장례식(시집 출간과 명예의 진열당에 시집을 둔 것) 이후 그저 이 모든 것이 망각이 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망각하던 모든 것의 기원을 찾기로 한 그는 그 시를 읽다가 그 해 제주도 해안에서의 그를 떠올리고 그 때의 스케치를 찾아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태초부터 끊임없이 몰아쳐온 파도를 향해 무의미할지도 모를 저항을 시도하는 나의 친구를 말이다."p223
인정받는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으나 나중에는 그저 시인이 아닌 이끌림에 따라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삶을 꿈꾸며,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초월하고자 했던 그 시절의 민재를 그렸으나. 그림 속의 그는 더이상 민재가 아닌 남겨진 저항자 기윤 그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모방을 뛰어 넘은 체화로서 그의 사유를 받아들임으로서 자신만의 그림을 표현해내며 알에서 나온 그는 새로운 세계로 혁명을 꿈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