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태생이다. 그래서 시골에 관한 기억이라곤 초등학교때 엄마가 너무 아프셔서 잠시 논산에 있는 큰 이모댁과 전주에 계신 큰 외삼촌댁에 연년생인 남동생과 같이 여름방학동안 갔다 온 것이 전부다. 그런데, 왠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때 그렇게 말썽을 부리고 사고만 치던 몇 개월되지 않는 시골생활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책의 내용이 그렇게 구수(?)하게 시골생활을 묘사하는 것도 아니요, 더군다나 가난한 시골생활이란 그렇고 그런 그 당시에는 종종 있었던 그런 일들 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내가 겪은 것처럼 어떤 공감대(?)를 갖게 되는 건 왜인지.....
어른의 눈으로 본 세상이 아니라 어린아이 그런데, 세상물정을 아는 척하며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척하는 여자아이의 눈으로 그때 그저 그렇고 흔하게 있었던 일들을 그 아이의 일기식으로 거기에 약간 보태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내용이야 옆집 아줌마가 아저씨의 구타를 견디다 못해 갓난아기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가 들어온 일, 철없는 이모가 펜팔한다며 군인아저씨를 만나고 다니던 일, 얼굴이쁘고 똑똑한 양장점언니가 동네청년을 꼬셔서 도망간일, 큰 오빠랑 같이 시골에 내려온 사람에게 첫사랑을 느낀일, 그리고 그 이모가 임신을 하고 ...... 나중에 병원(?)을 이모와 함께 갔다오다가 버스가 눈길에 갈수없어서 그 산속을 걸어가다가 이모가 쓰러졌고 마침 지나가던 트럭을 세웠는 데 우연히도 운전사가 같은 마을에 사는 이모를 흠모하던 그러나 이모에게 거절당했던 사람이었고 결국은 이모도 그 사람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는 정말 그렇고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제는 커버린 그 여자아이의 어떤 모습을 아주 살짝 보여주며 끝이 난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지만 책은 조금 두껍다.... ^ ^;
아주 사소한듯 그다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 것처럼 너무나 무덤덤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보고 듣고 느꼈던 생활들이 아니 우리 자신들이 느껴지기 때문에 지루하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에 도리어 빠져들어 가는 것이 이 책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