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책 100권<체험 한 번 `아이들이 쑥쑥 커요` [브랜드 뉴스]
체험교육 이렇게
전시장 나들이에 나선 강성분씨와 조카들이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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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멋지다."

"야, 이거 정말 재밌는데."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갤러리 아름과 누리. '어린이.청소년을 배려한 유희적 디자인'이란 부제로 북유럽 디자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정명진(13.김포 풍무중2), 박태건(10.풍무초4).가령(8.풍무초2), 김다위(6)군 등 개구쟁이 네 명이 들이닥친 것이다.

이종사촌 간인 아이들은 북유럽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다양한 놀이시설과 기구들을 둘러보며 쉼 없이 재잘거렸다. 놀이시설에 올라타 뛰어놀기도 하고 놀이기구에 둘러앉아 게임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이날 체험교육 인솔 선생님은 강성분(36)씨. 아이들의 친이모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이 능숙하다. 거의 '친구 수준'이다. 유치원생인 다위는 "이모와 형들하고 이런데 다니면서 보고 노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으쓱했다. 중학생인 명진이는 "신기하고 재밌는 디자인이 많아 좋은 미술 공부가 된 것 같다"며 제법 의젓한 티를 냈다.



이날의 전시 관람은 강씨가 조카들과 진행하는 체험교육의 하나. 애완동물용품 제조업체 대표인 강씨는 4년 전부터 조카들의 체험교육을 도맡았다. 아주 바쁠 때를 빼놓고는 가급적 매주 한 번씩은 아이들과의 '행사'를 꾸미는 게 그의 원칙이다. 그동안 ▶공연.전시회 관람 ▶답사.체험여행 ▶농사 체험 ▶가족신문.책 만들기 ▶대화하기 등을 두루두루 섭렵했다. 강씨는 "아이들이 경험을 통해 배우기를, 그것도 놀면서 재밌게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와 조카들이 그동안 실천한 체험교육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봤다.



#공연·전시

▶강씨=공연은 너무 아이들 시각으로만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애들도 알 거 다 안다. 아이들을 데리고 점프나 비보이댄스, 대학로에서 하는 개그공연도 보러 다닌다. 의외로 아이들은 어른이 함께 즐거워하면 그걸 보고 더 즐거워한다. 어떤 공연.전시를 볼지는 아이들과 상의해 정하지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잘 설득해 데려간다. 올 4월 강원도 인제에서 있었던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도 그런 경우인데 당초 우려와 달리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가령=비보이댄스 공연은 엄청 시끄러워서 좀 뭐했지만 그것만 빼면 재미있었다. 점프 공연은 한마디로 끝내줬다.

▶명진=학교 공부만 하는 것보다 이모와 함께 공연도 보고 영화도 보는 게 재미도 있고 살아 있는 지식이 되는 것 같다.



#체험여행

▶강씨=당장은 괴롭더라도 지나고 나면 아이들 스스로 뿌듯해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려고 애쓴다. 그러려면 부모가 아이들과 고난과 기쁨을 함께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무인도 조난 체험을 한다며 9월 실미도에서 가진 1박2일 야영 체험이 그중 하나다. 웅덩이 물을 정수하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낚시를 하고 모닥불 피울 땔감을 구하는 과정에서 모두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잊혀지지 않는 체험이 됐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는 함께 계획을 짜고 각자의 준비물 챙기기 등 역할 분담을 하는 게 원칙이다. 책임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본 거, 먹은 거, 한 거, 간 곳' 등을 구분해 기록을 남기게 한다. 테마를 정해 한동안 관련된 여행을 하기도 한다. 감옥 체험, 도자기 빚기 체험, 책 박물관 견학, 서당 체험, 한지 체험 등이 예다.

▶태건=이모는 여행할 때 목표를 정한다.올 여름 제주 여행 때 목표는 '앞으로 우리 가족을 이끌어갈 차세대 대원들의 화합과 모험, 위기관리 능력 배양…, 뭐 이런거 다 집어치우고 신나게 놀자'였다.

▶명진=이모는 단체 여행은 가급적 피한다. 이모와 형들과 유럽 여행을 할 때도 이모가 직접 '우리만의 여행' 기획을 하고 예약도 했다. 현지에서도 즐겁게 놀고 구경하되 유적지 등 꼭 필요한 곳에선 이모가 설명을 해줬다.



#농사 체험

▶강씨=엄마들이 노력은 적게 들이고 효과는 당장 크게 보려는 욕심을 갖고 교육하는 경우가 많다. 체험 농사도 거의 남이 애써 지어 놓은 거 수확하러만 간다. 그래선 아이들이 과정의 어려움을 알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은 김포에 있는 밭을 빌려 일년 내내 농사 체험을 하게 했다. 밭 갈기에서부터 씨뿌리기, 풀 뽑기, 수확에 이르기까지 농사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밭에는 아이들이 직접 원두막도 지었다. 당진에 있는 목장을 찾아가 젖소 젖짜기, 양 젖짜기 등의 체험도 했다.

▶태건=감자를 심고 캐는 것까지 다 해봤다. 많이 힘들었지만 농부들이 그렇게 힘들게 거둬들인 농산물을 너무 싸게 판다는 게 아쉽고 마음 아프다.



#가족신문·만들기

▶강씨=여행을 다녀오거나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아이들과 가족신문을 함께 만들려고 한다.실미도 체험 여행 후 첫 작품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부쩍 큰 느낌이다. 아이들끼리 편집회의를 해서 주제를 정하고 형이 동생의 글을 감수해 주기도 하면서 글쓰기 요령과 띄어쓰기.맞춤법에 대해 많이 배운 듯하다. 아이들과 책을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 조카들을 위해 '이모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라는 제목의 50여 쪽짜리 책을 직접 만들었다. 글 내용 중에 조카들 이름을 넣어 관심을 유도했고 2쪽 분량을 백지로 남겨 '명왕성'에 대해 아이들이 각자 글을 써넣도록 했다. 가장 상상력이 넘치는 내용을 써넣은 아이에겐 상을 주기도 했다.

▶가령=신문을 만들면서 기사 제목도 우리가 직접 달고 그림도 직접 그려 넣었다. 글 쓰는 게 처음엔 자신없었는데 우리가 경험한 것을 글로 써서 신문으로 만들어 보니 이제는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겼다.




글=김남중 기자<njki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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