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열이면 열 모두 성격, 집중력, 솔선성, 자신감, 도전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기억력의 정도가 다르다. 이러한 요인들은 비빔밥처럼 섞여서 학습의 효과를 일으키기도 하고, 배우는 속도를 느리게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의 개인차가 결정된다.
경험에 의하면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를 잘 하려면 유아기에 이런 태도를 확실하게 가져야 한다. 교육 선진국의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유아기에 이런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함을 알기 때문에 영유아기 동안 우리나라처럼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고 다양한 놀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놀이, 활동,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유아기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맞는 것이어서 위에 말한 태도를 쉽게 형성할 수 있음을 확실히 알고 기다린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모들은 이런 태도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초등학교에 가서 배울 내용(지식)을 미리 배우게 하는 선행학습에 집중한다. 반대로 양육하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울 내용을 미리 배우면 공부를 잘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선행학습은 영유아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자신감을 잃게 만들거나 새로운 교육내용을 보면 겁부터 나게 만들어 도전성을 잃게 된다. 선행학습을 했어도 공부를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은 유아기 동안 자기가 자신있게 해 낼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씩씩하게 하면서 "나도 할 수 있어" "나 저거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많은 국가는 유아들에게 놀이 기회를 충분히 주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 또는 만 7세로 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가 1980년대 취학연령을 만 6세로 내리려 했을 때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다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를 단축한다" "아이들은 놀며 배우는데 그 놀 권리를 뺏는 일"이라며 반대해서 만 7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아직도 한 반이 30명 이상이어서 선생님들이 개별 교육을 하기 벅차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영유아기 동안 이런 태도를 몸에 익히게 해 힘든 초등학교 상황에서도 열심히 배울 수 있는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