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는 무엇보다 좋은 책을 즐겨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좋은 책을 읽다보면 생각이 넓어지고 감수성도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글쓰기 역시 어느 틈에 해결된다. 주위의 말을 듣기만 하던 아기가 옹알이를 하고, 다시 어느 순간 말문을 트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딱!’ 다가오는 책이 최고다. 지금까지 책읽기에 워낙 관심이 없었다면 일단 재미있는 책을 읽어보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으면서도 의미까지 새길 수 있는 책들로 ‘초정리 편지’(배유안, 창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하이타니 겐지로, 양철북),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헐 판 코헤이, 사계절), ‘남쪽으로 튀어 1, 2’(오쿠다 히테오, 은행나무) 등을 추천한다. 우리 고전 문학들도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고 유익하다. 최근에 나온 ‘노래는 흩어지고 꿈같은 이야기만 남아(금오신화)’(나라말)를 읽으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판타지를 만끽할 수 있다. 아주 오래된 사랑 이야기지만 오늘에도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판타지가 현실인가, 현실이 판타지인가. 생각에 잠기게도 한다. 평소 분량이 많은 책들을 읽지 못했다면 19세기 중반 조선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흥미진진한 고전 소설 ‘옥루몽 1~5’(남영로, 그린비)이 안성맞춤이다.
본격적으로 우리 문화에 심취해 보는 책읽기도 재미와 의미 모두를 얻을 수 있다. 우리 문화의 영원한 뿌리인 신화를 다룬 ‘살아있는 우리 신화’(우리 신들의 귀환을 위한 이야기 열두 마당)(한겨레출판부)와 시각을 인류 문화에까지 확대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3’(이윤기, 웅진씽크빅),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이경덕, 사계절)를 곁들여 읽으면 금상첨화겠다.
지식 정보화시대이다 보니 과학·수학 관련 책들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 문학과 과학을 훌륭하게 아우른 ‘걸리버 지식 탐험기’와 ‘걸리버 과학 탐험기’(이인식, 랜덤하우스중앙),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노빈손 과학 입문 시리즈’(뜨인돌), ‘수의 모험’과 ‘놀라운 수의 세계’(안나 체라솔리, 에코리브르)도 아주 좋다.
조금은 까다로운 경제와 정치 등에 대해서도 쉽게 풀어쓴 책들이 있으니 참고하자. 단, 읽기 힘들면 나중에 천천히 읽어도 좋다. ‘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니콜라우스 피퍼, 비룡소), ‘전쟁과 평화로 배우는 국제 정치 이야기’(김준형, 책세상) 등이 있다. 이밖에도 인류 문명의 미래를 암시하는 짧지만 의미심장한 책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후루타 야스시, 서해문집’도 추천할 만하다.
추운 겨울,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쏟아보자.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안건모, 보리), ‘길에서 만난 세상’(국가 인권위, 우리교육), ‘위안부 리포트 1 - 나는 고발한다’(정경아, 길찾기) 등이 좋다.
올겨울 책을 읽는 동안 놀랍도록 훌쩍 커버린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기만의 우물을 벗어나 세계를 머리에 넣고 인류를 가슴에 품어보자. 책은 우리의 미래다.
조선일보
허병두 숭문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