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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ㅣ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너의 기억을 깨워줄게
2057년 서울, 잠든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정
창비 소설Y 대본집 5번째
“다이브”
#영어덜트 #판타지 #기억 #성장 #치유
#회복 #다이브 #창비 #소설Y
창비 소설Y 블라인드 서평단으로 받은
다섯번째 대본집, “다이브”
이 이야기를 쓴 작가님은 공개되지 않은채
한 장의 편지와 함께 책을 받았습니다.
편지안에는 이름 모를 분의 몇마디 문장이 적혀있었습니다.
세계에 대한 솔직해지는 건 언제나 어렵고 아픈 일인 까닭에 사람들은 곧잘 만들어진 이야기에 발을 들입니다.
그리고 현실의 삶에 희망이 있다고 믿어보려 합니다.
어떤 땅은 갈라지고 어떤 땅은 물에 잠기는 시대에“다이브”가 그런 피난처이길 조심스레 바라 봅니다.
고민끝에 써내려갔을 작가의 편지가 어떤 이야기를 담겨있을지 짐작을 할 수 있게 해줬고 이 “다이브”를 피난처로 내어준 마음에 한결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고난과 여정의 이야기가 담겨있을테지만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을 직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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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5년 뒤인, 2057년에서 시작됩니다. 온통 잠겨버린 한국, 서울에서요. 종로나 관악구는 북악산이나 남산으로 불려졌고, 사람들은 높은 지대에서 마을의 형태를 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선율’은 남산보다는 낮은 노고산에 살고 있었고 서울을 제외한 지역이 잠긴 만큼 이전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른바 물꾼으로 불리는 몇몇 사람들이 물 속에 잠겨 있는 생필품을 찾아다니며 생활을 이어갔죠. 그러다 남산 물꾼인 우찬과 시비가 일었고 더 멋진 물품을 찾아오는지 내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물 속을 파헤치던 선율은 어느 빌딩에서 큐브에 갇힌 사람 형태의 것들을 찾게 되고, 여러개의 큐브 중 하나를 끌고 올라왔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형태를 한 것이 있었지만 촉감은 사람 같지 않았고, 이런 팜플렛이 함께 있었습니다.
“아이콘트롤스의 최첨담 스냅스 스캐닝 기술은 고인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평생 플랜 구독을 통해 당신의 아이를 다시 한 번 품에 안으세요. 부모님에게 못 다한 말을 남기세요.”
살아 생전의 기억을 넣어 둔 로봇. 하지만 잠들어있는 로봇이었기에 깨우는 것이 맞을지 그 로봇도 깨워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어떡해야할지 하는 고민을 했지만 결국 답은 내리지 못한 채 로봇을 깨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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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로봇은 ‘수호’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고, 생각보다 태연한 태도였고 팜플렛을 읽고나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을 했습니다. 하지만 수호의 기억은 18살 이었던 2038년이 마지막이었죠. 지금은 2057년, 수호가 계속 살아왔다면 서른 후반의 나이였을테지만 수호는 여전히 18살이었죠. 수호의 마지막 기억인 2038년과 지금의 2057년 서울의 모습은 많이 달랐고, 모두 잠겨버린 서울의 이야기를 들은 수호는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분명 2038년의 기억이 마지막이고, 서울이 잠긴지는 15년 전인데, 수호에게는 4년이라는 공란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 때 수호는 결심하죠. 일단 로봇으로 더 살아갈지에 대한 결정은 이 4년 동안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아보자고. 이는 선율도 함께하게 되며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수호가 의도치 않게 깨어났음에도 4년의 공백을 찾으려는 이유는, 선율과 함께 노고산에 살며 판교로 왕래하며 수리를 담당하며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주는 삼촌 ‘결’에 있습니다. 뚜렷한 말은 없지만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한 둘 사이지만 각자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는지 하나 둘 씩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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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은 내기에서 우승을 하려고 꺼내왔던 로봇인 수호를, 보다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고 서로 도우며 수호의 이야기를 되찾아주려하는 과정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둘은 수 없이 많은 다이빙을 거치며 진실을 알아가게 되고, 선율은 ‘결’ 삼촌과 수호의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이 시점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처를 받은 수호가 마음 편히 털어 놓을 사람이 생겼다는 것도, 그리고 그로 인해 수호와 결 사이에 쌓인 이야기의 매듭도 더 엉키지 않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요. 단편적으로 보면 수호와 결, 두 사람만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한 사람의 기억을 깨움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생각도 바뀌게 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당사자인 수호가 더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과연 이들이 어떤 이야기로 서로를 치유하게 되었을지 궁금하시다면 책장을 넘겨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빌런 없는 소설, 마음을 어루어주는 소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