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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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문지혁 소설집에는 9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야기의 지역적 배경은 모두 미국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이야기 속 인물들은 여러 방면에서 다양했다. 솔직히 말하면 9개의 이야기 중 몇 가지는 내 취향이었고, 몇 가지는 그렇지 않았다.

고잉홈, 두 번째로 실린 이야기.

문지혁 소설집의 이름이 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이동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AI 실험을 진행한다. 보수까지 꽤나 짭짤하다. 주인공이 참여한 실험은 AI를 사용해서 책을 쓰는 프로젝트였고, 실험자는 그저 차에 앉아서 질문에 답을 하면 되었다. 이동하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밥도 먹고 프로젝트 담당자와 사담도 나누는데 중간중간 무언가가 이상하다. 분명 차 안이었던 것 같은데 멈춘 것 같기도 하고, 바깥 배경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고, 자연이 아닐 때도 있다.

이야기가 예상 밖으로 흘러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답한 내용은 진짜가 맞을까?’, ‘사실 주인공도 AI인데 실험을 당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라면 이런 실험에 겁 없이 참여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진 채 계속 읽어 내려갔지만, 주인공은 차에서 내린 뒤 다시 본인의 일상을 살아가는 듯했다. 약간은 찝찝한 마음으로 마지막 문장에 닿았는데, 영화 메멘토가 떠올랐다. 내가 본 게 진짜가 맞는지, 내가 말한 이야기가 거짓은 아닌지. 다른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읽고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뷰잉, 여섯 번째로 실린 이야기.

유학생인 주인공은 장례식장(뷰잉)에서 한 사람을 만난다. 이 사람의 제안으로 한 한글학교에서 잠시나마 일을 하게 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이내 일은 마무리가 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둘 사이의 유대감은 쌓였다. 하지만 이내 한국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종종 그때의 기억으로 지내는 듯했고, 투병 중인 그이를 찾아갔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어떤 관계세요?”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뭐라고 말해야 했었을까요. 동료? 사제? 친구? 지인? 세상에는 딱히 정의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별 관계는 아닙니다만.”

끝내 주인공은 그를 만나지 못했다. 간병인은 중요한 관계가 아니라면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종종 그런 관계가 있지 않은가. 뭐라 한 단어로 정의하지 어려운 관계.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이 단어가 너무 가볍다. 우연히 만나게 되어 많은 것을 공유한 사이. 단순히 공유를 넘어 꽤 소중해진 관계. 이런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하면 좋을지 생각이 꼬리를 문 이야기였다.

내가 느낀 [고잉 홈]은, 다양한 사람과 그 속의 관계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책이었다. 그 이야기들 중 나와 밀접한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낯선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갈 때는 생소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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