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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작새 ㅣ 사이그림책장
헤르만 헤세 지음, 오승민 그림, 엄혜숙 옮김 / 가나출판사 / 2026년 3월
평점 :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헤르만헤세하면 유명한 책~ 수레바퀴 아래서는 1906년 소설이고, 데미안은 1919년 소설이에요.
그리고 오늘 읽은 <밤의 공작새> 1911년 작품이네요.
왜 년도를 찾아봤냐면 <밤의 공작새> 그림책이지만 청소년기를 무엇보다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수레바퀴 아래서가 생각나더라구요.
┌ 그가 말했습니다. "이상도 하지. 그 어떤 것보다 나비를 보면, 아주 생생하게 어릴 때 기억이 되살아나니 말이야." ┘
저는 나비는 아니지만 이 그림책 속 인물처럼 아주 생생하게 어릴 때 기억이 되살아나는 게 있어요.
아마 어른 독자들이 다 공감이 가지 않을까 싶어요. ^^
헤르만 헤세 글만 읽었다면 저 혼자 상상했겠죠.
그런데 이 그림책에서는 오승민 그림작가님께서 주인공의 마음 상태에 따른 색깔들을 잘 표현해주셨더라구요.
상큼한 초록에서 오묘한 보라색으로 그러다가 결국은 어두운 갈색으로 말이죠.
'나비를 잡으러 다닐 때면, 등교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알리는 시계탑 종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어.'
'그렇게 값을 매기고 나서는 내 나비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어.'
'곧 질투심이 생기면서, 신비하고 귀중한 나방이 하필이면 그 지루한 땅딸보에게 잡혔다는게 내게는 모욕처럼 느껴졌어.'
'혹시 몰라 문손잡이를 잡았는데 문이 열리지 않겠어? 그러자 바로 눈앞에, 에밀이 나비를 보관해 두는 커다란 상재 두 개가 놓여 있었어. '
이제 어떡하시겠어요? 공작 나방을 보고 싶어지지 않겠어요?
두근두근
결국 공작 나방을 에밀의 허락도 없이 봤어요.
그냥 보기만 했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종이 띠에 가려진 공작 나방의 날개 위의 눈이 안보여서 그만 종이 띠를 떼어 내고 핀을 뽑아 버렸어요.
공작 나방 날개 위의 눈 어때요?
순간적으로 넘 무서웠어요.
꼭 '이렇게까지 내가 보고 싶었니~!'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으세요?
┌ 나는 서슴없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도둑질을 하고 말았지. 핀을 뽑고, 이미 말라 형태를 잃지 않은 나비를 우묵한 손에 쥐고는 방에서 나왔어. ┘
이렇게 하면 공작 나방이 망가진다는 걸 평소같았으면 알고 있었을 텐데, 도둑질을 하는 그 순간은 망가진다는 생각조차 안났나 봐요.
"그래, 그래. 넌 그런 녀석이야. 오늘 또 봤잖아. 네가 나비를 얼마나 엉망으로 다루는지."
에밀은 욕 한마디 하지 않고, 단지 나를 멸시하는 눈으로 바라봤다고 나오는데
차라리 욕 한마디 듣는게 낫지, 이 멸시하는 눈 보기 싫으네요.
집에 돌아와 밤에 자기의 나비 상자를 열어 나비를 꺼내 하나씩 손가락으로 짓이겨 가루로 만들어 버렸어요.
여기서 주인공은 에밀의 멸시하는 눈, 에밀 몰래 들어가 공작 나방의 종이띠를 떼었을 때 본 공작 나방의 눈을 잊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눈은 세상을 인식하는 통로이자 감정을 드러내는 기관이잖아요.
에밀의 멸시하는 눈, 내가 망가뜨린 이 아름답고 드문 공작 나방의 눈은 청소년기의 강렬한 한 획이 되었을 꺼 같아요. 그 뒤로 나비를 볼 때마다 에밀의 멸시하는 눈이 떠오르는게 아닐까요?
<밤의 공작새> 그림책은 어른에게는 공감, 추억을 불러일이켜요.
아동기, 청소년기 친구들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꺼 같아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더 더 더 좋을꺼 같네요.
저희집 딸들에게도 읽어보라하고 함께 청소년기의 강렬한 체험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어린 시절 성장의 의미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꺼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