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김상원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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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가 ‘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요? 무한대의 밀도로 응축된 ‘점’ 하나가 ‘빵’ 하고 터져서 이처럼 광활한 우주로 펼쳐졌다고요? 그것도 무려 138억 년 전에? 맙소사, 이게 말이 됩니까?” -p.7 


빅뱅이론, 다중우주론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문학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편집자의 시선으로 익스트림 줌인으로 들어간, 300여 페이지의 SF장편소설을 표방하는 이 책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책 제목 자체가 무슨 테제 같습니다.


어리둥절 하다가 보면, 어느새 페이지 넘겨가는 속도가 뺨을 스치는 바람이 느껴질 듯 제법 경쾌하게 내달립니다. 그런데, 읽는 내내 이상한 기분을 줍니다. 재미있어서 계속 넘기게 되는데, 동시에 ‘이거 웃어도 되는 이야기 맞나’ 싶은 뒤통수 쓸어내리게 되는 기분.


설정만 보면 전형적인 SF 같습니다. AI가 글을 대신 읽고, 대신 평가하고, 결국 대신 쓰는 세계. 그런데 읽다 보면 이게 미래 얘기라기보다 이미 시작된 변화처럼 느껴집니다. 긴 글을 끝까지 읽기보다는 요약을 찾고, 맥락보다 결론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들. 낯설지 않아서 더 묘하게 불편합니다.


 ‘텍스트힙’이란 단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교보문고 번따’라는 묘한 유행과 거부감이 공존하는 지금은, 출판물은, 문학서적들은 과연 인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시대에 도달했으니, 그저 SF라기엔 묘한 기시감 혹은 계시록 같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전혀 무겁게 끌고 가지 않는 김상원 작가의 리드믹한 문장과 이야기 구조는 분명 눈에 뜨이는 지점이었습니다. 문장은 가볍고, 전개는 빠르고, 중간중간 피식 웃게 만들고, 멍하게 문장과 문장 사이에 멈춰 서게 만듭니다. 


그래서 더 위험(?)한 소설이기도 하다 싶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나중에야 그 장면들이 자꾸 다시 떠오릅니다. 웃었던 포인트가 사실은 꽤 날카로운 질문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읽지 않는 시대를 다루는 소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읽게 됩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책보다 오히려 우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요사이 어느 정도 도래한 ‘책태기’에 돌입한 나를 돌아보게도 합니다. 


소설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습니다만, 꽤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한 방식의 이야기를 잡아내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변해버리기 전, 우리가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한 지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더 선명하게 남습니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로, 어떠한 변화가 끝까지 밀려간 세계를 보여줄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비틀어 보여줄지,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됩니다. 


#아무도읽지않습니다#김상원SF장편소설#황금가지

#한국소설#인공지능#AI툴#황금가지

#도서제공#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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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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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초반에 흐름을 잡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계속 읽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전개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인물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공감되었습니다.

과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읽고 나니

서울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욕망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구조처럼 느껴졌습니다.


강한 재미를 주는 유형의 작품은 아니지만,

읽은 이후에도 계속 생각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서울이데아 #이우 #몽상가들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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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스토리보드북
박찬욱 지음, 이윤호 그림 / 을유문화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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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없이 박찬욱의 신작은 개봉일 극장에서 였습니다. 입봉작과, 기괴함과 비범함이 종횡하던 이전 몇몇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감독의 신작들은 그렇게 극장에서 만나는 것이 습관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깐느박, 이라 불리기 휠씬 전부터.


원작소설 <엑스>을 각색하는 것이 아니라,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 <엑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의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려진 박찬욱 감독의 근작 <어쩔수가없다>는 그야말로 현재 진행형으로 읽혀질 소름돋는 이야기를,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통해 투과, 굴절하며 이경미 감독과 협업한 인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스토리보드북을 처음 받아들고서는, 인터셉터 하듯이 다음의 장면들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책을 듬성듬성 펼쳐 들어갔습니다.


두번째 희생자, 차승원을 분재하는(?) 씬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시끄럽게 깔리는 세 인물의 몸싸움씬

영화의 도입부, 화목하지만 왠지 서늘했던 마당 바베큐 씬


어찌보면 당연할테지만, 오선지와도 같은 비어있던 다섯 컷의 공간이 전부인, 딱 짜여진 양식의 스토리보드에 이런저런 정보들과 화면구성, 인물과 카메라의 움직임 등을 가지런히 담아내면, 어느새 평면에 세겨진 영화의 지도가 되고, 또 그렇게 여전히 2D의 스크린으로 빛과 소리에 담아 뿌려지면 스토리보드에 정보들이 의도된 연출을 통과해서 영화가 되는 그야말로 마술이 됩니다.

리원이가 패턴화된 그림으로 악보를 그리고 자신만의 악보를 보고 첼로를 연주하는 것 처럼.


영화사 이름 처럼 ‘모호’했던 구조와 이야기가 평면의 스토리보드북을 거쳐, 영화로 창조(!)되는 과정을 이렇게 MRI의 파단면으로 검진하듯, 이 책으로 다시 불러내보는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다시 OTT에서 불러내서 책을 실시간으로 펼치며 들여다보는 재미, 그 어쩔수없는 유혹의 손길을 기분 좋게 내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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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세 가지 빛깔 -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빌 에번스 그리고 잃어버린 쿨의 제국
제임스 캐플런 지음, 김재성 옮김, 이기준 감수 / 에포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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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를 처음 재즈로 인식하고 감성한 게 언제 였을까?
    음악 혹은 음향기기 애호가 였던 부친 덕분에 음악은 여느 또래 친구들 보다 빨랐을 거라 자부하지만, 재즈는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변덕많은 심보를 부리는 혹은 괴팍한 누군가를 마주한 느낌이, 어쩌면 재즈에 대한 첫 감상이었지 싶습니다. 아마도 여덟, 아홉 살 무렵.

    그후, 상경해서 더 넓은 음악들을 접하고, 재즈바 같은 곳을 찾아 다니던 시절의 20대는 또 다른 빅밴드나 피아노 위주의 재즈에 경도된 적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나름 재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사실 저는 늘 음악만 듣고 있었습니다. 음반은 반복해서 틀었지만, 그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블루의 세 가지 빛깔>을 읽으며 처음으로, 음악 뒤에 있는 삶의 온도를 천천히 따라가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 어느 순간 연주자의 들숨을 들었을 때 같은 새로운 계기, 바로 그 지점에 이 책이 있다 싶습니다.

    이 책은 <Kind of blue>라는 희대의 음반을 기점으로,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빌 에번스라는 세 명의 재즈 거장을 다룹니다. 하지만 위대한 업적을 정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안하고 흔들리던 인간의 시간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봅니다. 음악 이야기보다 먼저 등장하는 것은 결핍과 고독, 집요함과 중독 같은 감정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음악을 ‘감상한다’나 ‘이해한다’기보다는 음악에 ‘설득당하게 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싶었습니다.

    1959년이라는 시간은 이 책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재즈 역사에서 중요한 해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위대한 전환점이라기보다 세 재즈 거장들이 각자의 혼란 속에서 잠시 같은 공기를 나눴던 시기로 다가옵니다. 그 순간에 태어난 음악을 떠올리며 읽어 나가며, 또 오가는 이동시간에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들려지는 <Kind of Blue> (특히 Legacy Edition) 전곡을 무한반복 해서 듣다보니 , 이 앨범은 완성된 명반이기 이전에, 불안정한 삶들이 만들어낸 결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이 한층 더 가깝게 들렸습니다.

  • <블루의 세 가지 빛깔>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이들을 미화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거칠고 폭력적인 면, 존 콜트레인의 집요함 속에 깃든 고독, 빌 에번스의 섬세함의 이면에 있던 취약함을 숨기지 않고 담담히 책에 담아냅니다. 그렇다고 단정하거나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선택을 했으며, 그 결과로 이런 음악이 나왔다는 사실을 그저 보여줍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덕분에 그들의 교차하고 비껴갔던 시간들과 음악이 오래 기억될 듯 합니다.


  • 하지만, 마냥 매니악한 재즈 아티스트와 음악을 다룬다기 보다, 재즈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여러 지점들을 펼쳐두고 있다 싶습니다. 어려운 이론 같은 걸로 독자를 시험하지 않고, 음악을 둘러싼 삶의 맥락을 차분히 풀어가며 무심히 때론 집요하게, 마치 재즈 처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일 듯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아 들었고, 책장을 넘길수록 플레이리스트는 늘어만 갔습니다. 또한, 같은 곡을 들어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음악을 받아 들이게 된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구태의연한 말이겠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는 것일테지요.

    물론 오래전부터 재즈를 깊이 파고든 분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들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가치는 새로운 사실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들도 다시 바라보며 그 맥락 속에서 음악을, 그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드는 시선에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익숙한 음악이 조금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경험,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블루의 세 가지 빛깔>은 재즈를 더 잘 알고 감상하기 위해 읽는 책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창작이란 얼마나 불안정한 인간의 상태 위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음악 이야기를 기대하며 펼쳤다가, 결국 사람 이야기로 오래 남을 책이다 싶습니다. 재즈가 낯선 이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고, 이미 재즈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음악을 다시 듣게 만드는 책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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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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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미래 예측서가 아닙니다. 제목만 보면 내년 혹은 몇 년 뒤의 한국 도시를 전망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이 말하는 ‘2026’은 미래라기보다 이미 도래한 현재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한국도시 2025>은 미래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는 책이 아닙니다. 대신 이미 통계와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된 변화들을 그저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지방 소도시의 쇠퇴, 수도권 내부의 불균형, 신도시의 공실 문제, 그리고 아파트 중심 개발이 지닌 구조적 한계까지, 우리는 그동안 뉴스나 기사로 단편적으로 접해 왔던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큰 틀에서 이 책은, 지도와 숫자, 공간 분석으로 구성된 책이지만, 차가운 보고서로만읽히지않는묘한구석이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저자가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 도시 그 자체가 아니라,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듯 합니다.

    도시가 쇠퇴하는 과정에서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지, 개발과 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삶이 배제되는지를 이 책은 꾸준히 짚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도시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나 실패로만 바라보아 왔던 기존의 시선이 얼마나 단순했는지를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한국도시 2026>은 위로나 희망적인 결론을 쉽게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명확한 해답이나 낙관적인 전망을 기대한다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책에 더욱 신뢰감이 생깁니다. 그렇게 저자는 해결책을 단정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억지로 덧붙이지도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구조적 문제들을 끝까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태도가 지긋이 던진 불편함을 넘어 설득력과 신뢰로 다가옵니다.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도시, 부동산, 인구 문제를 둘러싼 기존 담론에 피로를 느끼고 있던 제겐 다른 의미의 자양강장제 같은 책이다 싶습니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이며, 이미 시작된 미래에 대해 가장 솔직하게 기록한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도시2026 #김시덕 #열린책들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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