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처음 재즈로 인식하고 감성한 게 언제 였을까?
음악 혹은 음향기기 애호가 였던 부친 덕분에 음악은 여느 또래 친구들 보다 빨랐을 거라 자부하지만, 재즈는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변덕많은 심보를 부리는 혹은 괴팍한 누군가를 마주한 느낌이, 어쩌면 재즈에 대한 첫 감상이었지 싶습니다. 아마도 여덟, 아홉 살 무렵.
그후, 상경해서 더 넓은 음악들을 접하고, 재즈바 같은 곳을 찾아 다니던 시절의 20대는 또 다른 빅밴드나 피아노 위주의 재즈에 경도된 적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나름 재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사실 저는 늘 음악만 듣고 있었습니다. 음반은 반복해서 틀었지만, 그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블루의 세 가지 빛깔>을 읽으며 처음으로, 음악 뒤에 있는 삶의 온도를 천천히 따라가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 어느 순간 연주자의 들숨을 들었을 때 같은 새로운 계기, 바로 그 지점에 이 책이 있다 싶습니다.
이 책은 <Kind of blue>라는 희대의 음반을 기점으로,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빌 에번스라는 세 명의 재즈 거장을 다룹니다. 하지만 위대한 업적을 정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안하고 흔들리던 인간의 시간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봅니다. 음악 이야기보다 먼저 등장하는 것은 결핍과 고독, 집요함과 중독 같은 감정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음악을 ‘감상한다’나 ‘이해한다’기보다는 음악에 ‘설득당하게 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싶었습니다.
1959년이라는 시간은 이 책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재즈 역사에서 중요한 해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위대한 전환점이라기보다 세 재즈 거장들이 각자의 혼란 속에서 잠시 같은 공기를 나눴던 시기로 다가옵니다. 그 순간에 태어난 음악을 떠올리며 읽어 나가며, 또 오가는 이동시간에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들려지는 <Kind of Blue> (특히 Legacy Edition) 전곡을 무한반복 해서 듣다보니 , 이 앨범은 완성된 명반이기 이전에, 불안정한 삶들이 만들어낸 결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이 한층 더 가깝게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