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 topclass 2024.2 - 결혼이야기
톱클래스 편집부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월간지) / 2024년 1월
평점 :
품절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서의 쌍방 통행 같은 것, 내가 생각하는 결혼을 한마디로 표현해보니 이런 문장이 나왔다.”
<p.75>

결혼이야기. 한참 전에 최민수, 심혜진 주연의 기획영화 제목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아담 드라이브,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최근작도 있었지만) 이번 이슈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결혼의 사회학, 주례사, 이혼, 새내기 부부, 20년 이상 부부로 꾸려진 인터뷰들은 여러모로 나의 결혼생활을 돌아보게도 하고, 내다보게도 하는, 생각할 꼭지들을 제법 많이 허락해서 참 좋았습니다.

어쩌면, 포기는 선택이 배제된 가족에게서 배운 것 혹은 선택해서 하게 된 결혼에서 배운 기대의 다른 이름. 이토록 차가운 정의로 결혼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와 관련된 사례들이 온통 이 정의를 증명해주고만 있습니다. 연애와 출산의 중간 과정으로의 결혼이 아닌, 결혼 그 자체를 이야기한 이번 이슈는 그래서 두루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통의 가족>은 첫 한국 영화지만, 외국에서 일하는 것 같았어요. 허진호 감독님은 제가 가장 함께하고 싶었던 감독이에요.”
<p.95>

김윤진 배우의 궤적을 비슷하게 밟는 듯 하면서도 다른 차원의 성취를 이룬 수현 배우의 담백한 인터뷰도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해마지 않는 허진호 감독과 작업한 <보통의 가족>이 수현 배우의 첫 한국영화라는 것에 적잖이 놀랐고 그래서 국내 개봉일을 고대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끊임없이 흥행작만을 만들어낼 것만 같던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 2부>를 내놓으며 했던 고민과 기대를 짧지만 액기스로 담아낸 인터뷰도 반갑고 좋았습니다.

“자칫 죄책감이 들 수 있거든요. 장기기증은 의무감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자발성으로 이뤄져야 해요. 궁금한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고 나면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아요. 사실 아직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늘 어렵습니다.”
<p.139>

특별히 유세웅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와의 인터뷰 꼭지가 제일 마음에 남았습니다. 최근에 정동극장에서 봤던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연장선으로 읽히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심장이식 관련 업무 경험이 겹쳐지면서 인터뷰 내용에 짧지만 깊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어렵다는 말에 녹아든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뚜렷한 사명감을 읽을 수 있어 안쓰럽지만 감동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삶과 사랑, 일과 일상을 듣고 보노라니,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은 어쩌면 매일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기억하고 그저 그렇게 행복하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덕을 주며 살아가다 보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이라고.
<p.64>

《topclass》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topclass #탑클래스 #결혼이야기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디자이닝 프로그램스 - 프로그램으로서의 디자인
카를 게르스트너 지음, 박재용 옮김 / 안그라픽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위스의 세계적 디자이너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혁신가로 유명했던 카를 게르스트, 그의 책을 접하면서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반가움’이었습니다. 예전에 하이퍼 텍스트를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의 도입부에서 처음 저자의 이름과 그의 존재를 알게 된 이래, 그의 디자인 결과물들과 행적을 간혹 찾아보곤 했습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말은 시간 안에서 움직이고, 글은 공간 안에서 움직인다.“ 같은 류의 말을 했고, 꽤나 흥미롭고 신선한 표현이라 오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의 말과 글은 실제의 공간뿐만 아니라, 가상공간까지 확장되어 시·공간을 넘나들며 움직이고 있긴 합니다.

Programme as typeface (활자체)
Programme as typography (타이포그래피)
Programme as picture (이미지)
Programme as method (방법론)

1963년에 독일어판으로 처음 출간되었던 이 책은, 카를 게르스트너가 1959년에서 1963년 사이에 쓴 네 편의 에세이 (그 네 편의 에세이는 각각 활자체, 타이포그래피, 이미지, 방법론으로서의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습니다.) 와 이를 묶으며 GGK에서 함께 했던 파울 그래딩거가 쓴 ‘머리글에 대한 머리말’을 앞에, 2019년에 팩시밀리 에디션을 출간한 출판사 발행인인 라르스 뮐러가 쓴 글과 저자와 이 책을 설명하는 서울시립대 최성민 교수의 글, 그리고 번역가 박재용의 글이 포함된 ‘더하는 글’을 뒤에 배치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형태를 파생하는 언어적, 수리적 규칙이라는 점에서 게르스트너의 프로그램에는 오늘날 뜨거운 이슈인 디자인 자동화를 예견했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p.102 : 카를 게르스트너의 다른 스위스 타이포그래피 by 최성민>

몇 개의 특징적 문장들만으로도 몇 분 만에 그럴싸한 이미지와 타이포를 포함하는 동영상까지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만능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분야의 화두는 크리에이티브임을 누구라도 아니라 말하지 못할 듯 합니다. 그러기에 60년 세월이 지나서 이곳에 도착한 카를 게르스트너의 디자인에 대한 정리본은 여전히 눈여겨 볼만한 이론서이자 역사서라 할 만합니다.

“디자이너는 화학 반응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공식을 참조하고 일군이 새로운 조합을 찾고자 애써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식이다. 공식은 형태를 창조한다.”
<p.2 : 프로-프로그래마틱 by 파울 그래딩거>

입력 값을 넣으면 출력 값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프로그램을 디자인 분야에 적용해서 풀어내는 책의 내용은 전문적이긴 하지만, 책에서 저자가 풀어내는 생각의 태도와 방향은 디자인에 문외한 이들에게도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무서운 속도감을 실시간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라면 더욱.

#디자이닝프로그램스 #프로그램으로서의디자인 #DesigningProgrammes
#카를게르스트너 #박재용옮김 #안그라픽스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인 서현은 서울대 건축과 교수이자 건축가입니다. 적어도 나에겐 그 건축가적 결과물보다는 그 말과 글로써 먼저 알려진 작가입니다. 물론 그간의 저작물들을 통해 그의 건축가적 시선을 통한 문화, 예술, 사회, 정치, 경제 등을 아우르는 인사이트를 주로 보여준 바, 그의 근간이 건축이라는 것은 그저 알게 되는 사실이기는 합니다.

*도시:
일정한 지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논객: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
<출처-네이버 어학사전>

책 제목을 구성하는 두 개의 단어로 제목의 저의(?)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는 있겠으나, 굳이 그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 대해서 (혹은 그곳에 사는)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 정도가 되겠습니다. 아마도 저자 스스로를 규정하는 단어이거나,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제한적 정체성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책은 ‘도시는 무엇인가’, ‘건축은 무엇을 말하는가’, ‘건축가는 무엇을 남기는가’ 이렇게 세 개의 꼭지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나갑니다. ‘도시’에서는 토기, 정치, 역사, 선거를, ‘건축’에서는 권력, 사회, 일상, 주거를, ‘건축가’에서는 시대와 책을 담고 저자는 도시와 건축, 그리고 건축가로서 대상들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빌딩 숲과 대로변, 골목길을, 강변을 거닐며 생각을 들려줍니다.

“이 책은 지난 10년이 도시 목격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좀 넓어진 것 같기도, 유연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그건 무엇이냐는 것이다.”
<p.009>

책의 처음과 끝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격의 ‘질문하는 자’와 ‘대답하는 자’로 되어있습니다. 독자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이 책은 ‘무엇’에 대한 질문을 하는가와 대답을 하는가를 묻고 답하는 역할을 부여하였고, 이는 책을 읽어내는 동안, 그리고 마무리하는 시점에 괜찮은 역할을 합니다. 도시에 살건 안 살건, 그 사는 곳이 어떠하든 그 공기와 관계에서 부여되는 질문과 생각들을 매월 썼던 칼럼을 모으는 형식으로 구성된 10년의 기록 아니면 일기라 할만 합니다.

“특권과 차별. 둘 다 불평등이되 샴쌍둥이처럼 같이 다니고 붙어 자란다. 자연인으로서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사회인으로서 인간은 역사상 한순간도 평등해 본 적이 없다. 소수가 이익을 취하면 특권, 소수가 불이익을 받으면 차별이라 부른다.”
<p.257>

한동안, 물론 여전히 지하철 러시아워 시간에 펼쳐지는 장애인시위로 여러 불편함이 초래되곤 했습니다. 미리 예고되기도 했고, 갑자기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다수의 불편이 예상되고 불만과 때로는 욕설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저간의 의견들은 분분할 테지만, 누군가에겐 절박함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전혀 상관없는 그저 불만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차별의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생각해보고 돌아보면, 언제나 우리는 잠재적인 차별의 대상이나 잊고 지내거나 외면하며 지내기 일쑤입니다. 허나, 금새 혹은 예기치 않은 과정에서 우리는 차별을 받고 분노나 비참함을 느낍니다. 그러기에 상황을 곱씹되 감수해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싶습니다. 그저 발전과 개선을 향해 나아가는 물줄기 정도로 받아들여 볼 일이다 싶습니다.
책에서는 이러저러한 외연적 혹은 내면적 상황들을 거리를 두기도 하고 밀착하기도 하면서 논객의 사명(?)을 감당해내면서 여기저기에 출몰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가 논해지기도 하지만, 그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보는 연습, 투수와 포수가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처럼 일상의 문제들을 보고 답해보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싶었습니다.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는 서랍장을 만드는 것과 같다. 대답은 서랍들을 채워 넣는 일이겠고 서랍들은 디지털 화면을 이루는 픽셀 같은 모양이겠다. 서랍을 채우기 위해 독서와 여행과 일상 경험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꼭 필요한 것은 이것들을 엮어내는 생각이겠다.”
<p.376>

그 서랍들의 크기와 해상도와 위치, 내용물들은 각양각색이겠으나, 그걸 만들고 채우는 행위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숙제가 아닌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그러니, 책도 읽고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보기도 하고, 주변을 그저 산책하는 ‘경험치’를 쌓는 것을 즐겨봄이 어떨지 손 내미는 이 책 <도시논객>의 일독을 권합니다.

#도시논객 #서현 #효형출판 #우리사회를읽는건축가의시선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인 서현은 서울대 건축과 교수이자 건축가입니다. 적어도 나에겐 그 건축가적 결과물보다는 그 말과 글로써 먼저 알려진 작가입니다. 물론 그간의 저작물들을 통해 그의 건축가적 시선을 통한 문화, 예술, 사회, 정치, 경제 등을 아우르는 인사이트를 주로 보여준 바, 그의 근간이 건축이라는 것은 그저 알게 되는 사실이기는 합니다.

*도시:
일정한 지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논객: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
<출처-네이버 어학사전>

책 제목을 구성하는 두 개의 단어로 제목의 저의(?)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는 있겠으나, 굳이 그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 대해서 (혹은 그곳에 사는)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 정도가 되겠습니다. 아마도 저자 스스로를 규정하는 단어이거나,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제한적 정체성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책은 ‘도시는 무엇인가’, ‘건축은 무엇을 말하는가’, ‘건축가는 무엇을 남기는가’ 이렇게 세 개의 꼭지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나갑니다. ‘도시’에서는 토기, 정치, 역사, 선거를, ‘건축’에서는 권력, 사회, 일상, 주거를, ‘건축가’에서는 시대와 책을 담고 저자는 도시와 건축, 그리고 건축가로서 대상들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빌딩 숲과 대로변, 골목길을, 강변을 거닐며 생각을 들려줍니다.

“이 책은 지난 10년이 도시 목격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좀 넓어진 것 같기도, 유연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그건 무엇이냐는 것이다.”
<p.009>

책의 처음과 끝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격의 ‘질문하는 자’와 ‘대답하는 자’로 되어있습니다. 독자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이 책은 ‘무엇’에 대한 질문을 하는가와 대답을 하는가를 묻고 답하는 역할을 부여하였고, 이는 책을 읽어내는 동안, 그리고 마무리하는 시점에 괜찮은 역할을 합니다. 도시에 살건 안 살건, 그 사는 곳이 어떠하든 그 공기와 관계에서 부여되는 질문과 생각들을 매월 썼던 칼럼을 모으는 형식으로 구성된 10년의 기록 아니면 일기라 할만 합니다.

“특권과 차별. 둘 다 불평등이되 샴쌍둥이처럼 같이 다니고 붙어 자란다. 자연인으로서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사회인으로서 인간은 역사상 한순간도 평등해 본 적이 없다. 소수가 이익을 취하면 특권, 소수가 불이익을 받으면 차별이라 부른다.”
<p.257>

한동안, 물론 여전히 지하철 러시아워 시간에 펼쳐지는 장애인시위로 여러 불편함이 초래되곤 했습니다. 미리 예고되기도 했고, 갑자기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다수의 불편이 예상되고 불만과 때로는 욕설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저간의 의견들은 분분할 테지만, 누군가에겐 절박함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전혀 상관없는 그저 불만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차별의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생각해보고 돌아보면, 언제나 우리는 잠재적인 차별의 대상이나 잊고 지내거나 외면하며 지내기 일쑤입니다. 허나, 금새 혹은 예기치 않은 과정에서 우리는 차별을 받고 분노나 비참함을 느낍니다. 그러기에 상황을 곱씹되 감수해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싶습니다. 그저 발전과 개선을 향해 나아가는 물줄기 정도로 받아들여 볼 일이다 싶습니다.
책에서는 이러저러한 외연적 혹은 내면적 상황들을 거리를 두기도 하고 밀착하기도 하면서 논객의 사명(?)을 감당해내면서 여기저기에 출몰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가 논해지기도 하지만, 그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보는 연습, 투수와 포수가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처럼 일상의 문제들을 보고 답해보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싶었습니다.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는 서랍장을 만드는 것과 같다. 대답은 서랍들을 채워 넣는 일이겠고 서랍들은 디지털 화면을 이루는 픽셀 같은 모양이겠다. 서랍을 채우기 위해 독서와 여행과 일상 경험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꼭 필요한 것은 이것들을 엮어내는 생각이겠다.”
<p.376>

그 서랍들의 크기와 해상도와 위치, 내용물들은 각양각색이겠으나, 그걸 만들고 채우는 행위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숙제가 아닌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그러니, 책도 읽고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보기도 하고, 주변을 그저 산책하는 ‘경험치’를 쌓는 것을 즐겨봄이 어떨지 손 내미는 이 책 <도시논객>의 일독을 권합니다.

#도시논객 #서현 #효형출판 #우리사회를읽는건축가의시선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투 유 ㅣ 자이언트 픽
김빵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년 주기로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 있습니다. 설 연휴기간이라 그런 주기에 닿아있는 친척들, 고향 선후배, 시리즈 영화 등. 자이언트북스의 자이언트 픽으로 내놓은 앤솔러지 첫 번째 책인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를 만난 것이 정확하게 1년 전이었습니다. 재기발랄 했던 첫 책만큼이나 고른 이야기적 재미와 가려 담은 문장들이 빼곡한 두 번째 자이언트 픽, <투 유>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다섯 명의 작가가 분명한 자기 재료들로 버무려 내놓은 다섯 작품, <좀비 라떼>, <시간과 자리>,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 <투 유>, <이방인의 항해>을 먹음직스레 플래이팅해서 제공합니다.

 

“눈치챘겠지만 나도 감염자야. 너나 나나 공격성은 없으니 반만 좀비인 거지. 내가 반반을 엄청나게 좋아했거든? 프라이드 반, 양념 반. 짬짜면이나 탕볶밥. 피자 반반, 만두 반반, 갈릭 팝콘과 치즈 팝콘 등 무수히 많은 반쪽을 섭렵해왔는데, 보니까 둘 중하나가 꼭 먼저 동나더라고.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언젠가 우리의 확률이 백이 된다는 뜻이야. 잡아먹히는 날이 오긴 올 거야. 치료제에든, 바이러스에든.”

- p.17, <좀비 라떼> 중

 

이제는 언제 그랬냐 싶게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는 코로나 시절의 기억들이 오버랩되는 <좀비 라떼>의 설정과 이야기들은 그 때 우리들이 느꼈던 두려움과 안도감 사이를 묘하게 헤집고 나오는 묘한 긴장과 기대를 아우르며 두 개의 소리굽쇠처럼 이야기와 독자를 공명하게 합니다. 이럴 수 있는 건 어쩌면 잘 짜여진 대화와 상황묘사 덕분에 독특한 설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이내 이야기 속으로 쓰윽 빠져들 수 있게 때문일 듯합니다. 이야기는 가볍게 툭툭 흘러가지만 담아낸 정서는 제법 묵직한 구석이 있습니다.

 

“나는 망설이다가 하나와 내 구명조끼를 끈으로 연결한 후 수영을 배워본 적 없는 사람처럼 고개를 쳐들고 열심히 발버둥을 쳤다. 살기 위해서, 새로운 빙하에 인사하기 위해서.”

- p.153,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 중

 

마지막 남은 빙하를 보러가는 크루즈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과 새로운 빙하를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대하고 삶을 이어갈 새로운 희망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의 숨가쁨이 주는 묘한 감동이 내내 페이지의 여백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불행의 이유가 있지만 또한 누구라도 행복하게 살아낼 이유도 있으니, 그러니 함께 살아낼 이들이 있다면 그렇다면 일단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작은 든든함.

 

앤솔러지라는 제한된 물리적 길이는 어떻게든 독자들을 설정으로 얼른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일터, 다섯 이야기는 다른 재료들로 토핑을 두른 슈퍼수프림이나 콤비네이션 피자 같은 모양새이지만, 두툼하지만 담백하게 반죽된 마음이라는 도우를 공유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들로 나뉘어있지만, 다 읽고 입 안에 남는 뉘앙스가 엇비슷하다 싶도록 여러 가지 의미로 폭신해집니다.

 

“그 물류 창고에서 사람이 죽었던 건 알고 있죠?”

물류 창고에서 열네 시간가량을 근무하던 사십대 여성 노동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심장마비로 숨진 사건이었다.

- p.195, <투 유> 중

 

그럼에도 붕붕 떠다니는 이야기처럼 보이는 곳곳에 지금 우리의 시간들을 슬쩍슬쩍 품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위기, 노동자의 처우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바이러스와 백신에의 공포 등등. 그래서 책 제목 <투 유>는 구소현 작가의 이야기 제목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마음을 담은 엽서나 편지 같은 이야기들이기도 해서 인 듯합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 지금을 잘 살아보자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그러지 못했던 과거에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는 잘 해보겠노라고 말입니다.

각양각색, 천차반별이지만 우리 안에 흐르는 좁던 넓던 그 마음의 강물 소리는 그렇게 하나로 이어져 바다로, 바다로만 흘러가야 할테니 말입니다.

#투유 #김빵 #김화진 #김청귤 #구소현 #명소정

#자이언트픽 #자이언트북스 #앤솔러지

#도서제공 #리뷰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