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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서현은 서울대 건축과 교수이자 건축가입니다. 적어도 나에겐 그 건축가적 결과물보다는 그 말과 글로써 먼저 알려진 작가입니다. 물론 그간의 저작물들을 통해 그의 건축가적 시선을 통한 문화, 예술, 사회, 정치, 경제 등을 아우르는 인사이트를 주로 보여준 바, 그의 근간이 건축이라는 것은 그저 알게 되는 사실이기는 합니다.
*도시:
일정한 지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논객: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
<출처-네이버 어학사전>
책 제목을 구성하는 두 개의 단어로 제목의 저의(?)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는 있겠으나, 굳이 그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 대해서 (혹은 그곳에 사는)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 정도가 되겠습니다. 아마도 저자 스스로를 규정하는 단어이거나,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제한적 정체성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책은 ‘도시는 무엇인가’, ‘건축은 무엇을 말하는가’, ‘건축가는 무엇을 남기는가’ 이렇게 세 개의 꼭지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나갑니다. ‘도시’에서는 토기, 정치, 역사, 선거를, ‘건축’에서는 권력, 사회, 일상, 주거를, ‘건축가’에서는 시대와 책을 담고 저자는 도시와 건축, 그리고 건축가로서 대상들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빌딩 숲과 대로변, 골목길을, 강변을 거닐며 생각을 들려줍니다.
“이 책은 지난 10년이 도시 목격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좀 넓어진 것 같기도, 유연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그건 무엇이냐는 것이다.”
<p.009>
책의 처음과 끝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격의 ‘질문하는 자’와 ‘대답하는 자’로 되어있습니다. 독자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이 책은 ‘무엇’에 대한 질문을 하는가와 대답을 하는가를 묻고 답하는 역할을 부여하였고, 이는 책을 읽어내는 동안, 그리고 마무리하는 시점에 괜찮은 역할을 합니다. 도시에 살건 안 살건, 그 사는 곳이 어떠하든 그 공기와 관계에서 부여되는 질문과 생각들을 매월 썼던 칼럼을 모으는 형식으로 구성된 10년의 기록 아니면 일기라 할만 합니다.
“특권과 차별. 둘 다 불평등이되 샴쌍둥이처럼 같이 다니고 붙어 자란다. 자연인으로서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사회인으로서 인간은 역사상 한순간도 평등해 본 적이 없다. 소수가 이익을 취하면 특권, 소수가 불이익을 받으면 차별이라 부른다.”
<p.257>
한동안, 물론 여전히 지하철 러시아워 시간에 펼쳐지는 장애인시위로 여러 불편함이 초래되곤 했습니다. 미리 예고되기도 했고, 갑자기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다수의 불편이 예상되고 불만과 때로는 욕설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저간의 의견들은 분분할 테지만, 누군가에겐 절박함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전혀 상관없는 그저 불만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차별의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생각해보고 돌아보면, 언제나 우리는 잠재적인 차별의 대상이나 잊고 지내거나 외면하며 지내기 일쑤입니다. 허나, 금새 혹은 예기치 않은 과정에서 우리는 차별을 받고 분노나 비참함을 느낍니다. 그러기에 상황을 곱씹되 감수해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싶습니다. 그저 발전과 개선을 향해 나아가는 물줄기 정도로 받아들여 볼 일이다 싶습니다.
책에서는 이러저러한 외연적 혹은 내면적 상황들을 거리를 두기도 하고 밀착하기도 하면서 논객의 사명(?)을 감당해내면서 여기저기에 출몰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가 논해지기도 하지만, 그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보는 연습, 투수와 포수가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처럼 일상의 문제들을 보고 답해보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싶었습니다.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는 서랍장을 만드는 것과 같다. 대답은 서랍들을 채워 넣는 일이겠고 서랍들은 디지털 화면을 이루는 픽셀 같은 모양이겠다. 서랍을 채우기 위해 독서와 여행과 일상 경험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꼭 필요한 것은 이것들을 엮어내는 생각이겠다.”
<p.376>
그 서랍들의 크기와 해상도와 위치, 내용물들은 각양각색이겠으나, 그걸 만들고 채우는 행위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숙제가 아닌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그러니, 책도 읽고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보기도 하고, 주변을 그저 산책하는 ‘경험치’를 쌓는 것을 즐겨봄이 어떨지 손 내미는 이 책 <도시논객>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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