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오브 뷰티 -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나다
미하엘라 노로크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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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틀라스 오브 뷰티>는, 50여 개국에서 만난 500명의 여성들의 아름다운 얼굴을 응시하는 것으로 말과 글로 써내려가는 이야기보다 더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루마니아 출신의 포토그래퍼 미하엘라 노로크의 첫 번째 사진집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나이, 표정과 분위기의 여성들이 꾸밈없이 카메라의 렌즈를 향하고 있는 다양한 크기의 사진들과 사진이 촬영된 나라와 도시에 대한 정보 그리고 작가의 간단한 멘트만을 달고 어떤 일관된 순서 없이 나열되어있을 뿐인데도 그들의 표정과 눈동자를 들여다보느라 한참을 머무르게 만드는 얼굴들에 묘한 기운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푸른 자연 속의 천진한 소녀의 모습을 간직한 할머니에서부터 어린 동생을 돌보는 난민캠프의 고단한 삶이 오롯이 담긴 소녀의 어색한 미소까지, 자유분방한 성소수자 모임에서 만난 동지들의 어깨동무에서부터 국경일에 광장에 모인 수백명의 군무를 뒷배경으로 한복을 입고 묘한 표정으로 서있는 평양의 소녀까지. 말하지 않지만 말하고 있는 이미지만으로 건네오는 말들을 들으려 귀를 기울이게 되는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름다움이란 자연스럽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날에는 그렇게 하기가 늘 쉽지만은 않아요. 여성들이 특정한 방식의 외모와 행동을 보여여 한다는 압박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에요. 어떤 환경에서는 겸손하게 최대한 많이 감추도록 하는 압박이 있어요. 또 어떤 환경에서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여야만 하는 압박이 있죠. 하지만 결국 모든 여성은 자신이 드러내는 모습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외부 세계의 압박 없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해요.”
<p.6-7>

아름다움을, 특히 여성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려는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는 미하엘라 노로크는 그 아름다움을 자유의 다른 이름으로 본 듯합니다. 스스로의 결정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보여주고 추구하는 것이라는 아름다움.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집은 여전히 외부의 압박이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이 이 세상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그 아름다움의 지도를 다시 만들고자 떠나온 여정을 사진들에 담았다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여성들의 표정과 눈동자를, 그리고 그들의 시간과 도시들을 자꾸만 뒤적이며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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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얼굴
이충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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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노란색 트레일러가 반대편 도로에서 이쪽 차선으로 방향을 틀며 돌진했다. 나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는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마찰 계수를 잃은 뒷바퀴가 중앙 가드레일에 살짝 부딪치더니 핸들이 완전히 90도로 꺾였다. 변속 레버를 잡아당기자 차체가 다시 절반 돌면서 반대편 차선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그 광경을 침묵 속에서 보고 있었다. 정면으로 마주친 트레일러가 급커브를 틀었다. 뒷부분이 내 차로 기울며 측면을 때리고, 그 반발로 뒤따라오는 SUV에 부딪친 뒤 다시 튕겨나오는 과정에는 작은 화면에 몰린 픽셀처럼 놀라운 명료함이 있었다.”

<p.10>


예전에 즐겨 읽던 월간 <GQ>의 편집장 시절의 에디토리얼을 제외하고는 처음 접하는 작가 이충걸이 만든 세상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마주하는 것은 자동차사고. 그 사고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균열과 상실입니다.


자동차 사고와 같은 순식간에 생사의 경계를 체험하는 사건을 실감나게 그리는 문장들에 예전 그의 에디토리얼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실감’은 물질적인 생생하다의 느낌보다는 사고 피해자가 느끼는 ‘주마등’, 즉 정신적이고 심리적 서술을 담은 그 문장과 단어들입니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진 않았던 개인적인 체험에 비추어볼 때, 그 몇 초간 벌어지는 사건의 현장에 육신은 속절없이 나뒹굴고 있지만 그 머릿속의 이미지를 포함하는 다량의 정보들과 감각기관들은 과거와 미래, 그리고 무한한 시공에 순간 노출되는 듯했던 기억입니다. 사고현장과 구급차 그리고 응급실에서 수술실로 이동하는 그 과정들에 무기력하게 움직여지는 나의 육신을 내려다보는 듯 한없이 객관화된 채로 이루어지는 그 영겁 같다가도 순식간에 치러져버리는 기억과 편린이 초반부에 펼쳐지는데 읽는 동안 몸의 여기저기가 아리고 서늘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통증을 잊게 만드는 약성분이 온몸의 체액을 따라 돌면, 자꾸만 깊고 깊은 잔잔한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바닥을 향해 빠져드는 긴 잠에 사로잡히고 길고 긴 꿈과 같은 과거와 재회하게 되었던 기억들을 소설은 문자로 다시금 재연해냅니다.


자신의 이야기, 아이와 그 친구 이야기, 계절이야기, 사소한 풍경 이야기... 미술과 영화, 음악과 패션에 관한 대화와 묘사들이 예전 잡지 <GQ>의 페이지 여기저기를 들춰보듯 늘어뜨려 놓으며 이야기가 흩어지는 듯 하다가도 하나의 사건으로 하나의 시간으로 하나의 관계로 모아내고, 다시 멈추어선 채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들다가 그렇게 또 이야기를 흩어내며 나아가는 묘한 구석 가득한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6월이 되자 구강 주위에 살이 달라붙었다. 눈을 번갈아 찡그리고 혀를 엉킨 근육 사이로 넣어 침을 바르려고 했지만 톱밥 만지는 느낌밖에 없었다. 간호사들은 수시로 피를 뽑았다.”

<p.73>


이 소설의 특이점은 시선이 오간다는 것입니다. 엄마의 시선이었다가 아이의 시선이었다가, 그래서 엉뚱하게 이야기를 짓다가 다시 해체해서 그 시선으로 조정하느라 초반 한동안은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함의 이유가 이야기를 더 풍성하고 깊숙하게 독자를 이끄는 기술(!)이다 싶게 여겨졌습니다.


요즘 제 책상 한쪽에 뉘어져 있는 책이 한권 있는데, 루마니아 출신 포토그래퍼인 미하엘라 노로크의 사진집 <아틀라스 오브 뷰티>라는, 50여 개국 500명의 여성들의 얼굴을 담고 있는 사진집입니다. 다양한 국가, 다양한 인종, 다양한 표정들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들인데 들여다보고 있으면 편안해지기도 하고 어떤 생각으로 저 표정들을 짓고 있을까 호기심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때마침 이 소설과 사진집을 오가며 읽고 있자니 묘한 마음이 더 해지는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삐뚤빼뚤해진 인생이 보자기로 꿰매지자, 자동차 사고는 덮개에 덮여 잘 떠오르지 않았다. 천국의 갈망은 잦아들고, 집으로 가고 싶은 희망도 스러졌다...

내가 행방불명되었던 기간 동안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누구도 나의 부재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 나의 고립 상태는 일종의 참호가 되어주었다. 대인 관계가 얄팍하다는 것이 지금처럼 위로가 된 적도 없었다. 세상이 계속 돌아가는 동안 나 혼자 고통받지는 않았다...“

<p.338>


그래서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책의 마지막에 도달하니 그 궁금증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허나 이내 그렇게 살아왔으니 또 그렇게 살아가리라 여기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이충걸 #너의얼굴 #GQ편집장 #얼굴

#소설추천 #은행나무출판사

#도서제공 #서평단책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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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물리학 -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한 시간여행의 모든 것
존 그리빈 지음, 김상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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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는 <Nine Musings on Time : Science Fiction, Science Fact, and the Truth About Time Travel>, 그대로 번역해보자면 ‘시간에 대한 아홉 가지 사색들 : 시간여행에 대한 과학적 허구, 과학적 사실 그리고 진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영화 <백 투 더 퓨처>, <액설런트 어드벤처>, <사랑의 은하수>, <타임머신> 등을 보면서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시간여행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대한 구체적 과학적 근거를 통한 해답과 설명들이 모조리 들어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동 중인 어떤 우주선 내부에서 다른 우주선을 관측하는 우주비행사는 정지 상태에 있는 쪽은 자신들이며 움직이는 쪽은 상대 우주선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그들 입장에서는 느려진 것은 그들의 시계가 아닌 상대방의 시계다. 이 두 관점은 완전히 동등하며, 패러독스는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두 우주선이 동일한 기준틀에서 정지 상태에 도달하는 일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우주선을 비교할 경우에는 흥미로운 일들이 발생한다.”
<p.27>

기대했던 과학적 근거를 통한 해답과 설명으로 나아가기 전에 1단계에서부터 발목을 잡히고 맙니다. 사실과 진실을 설명하는 도구가 바로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학, 더 들어가서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설명에서 시작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트램펄린 위를 구르는 볼링공과 구슬, 그리고 두 개의 다른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들. 이런 설명에서 나아간 ‘시간팽창 효과’를 통해 영화 <혹성탈출>, <인터스텔라>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시리즈 <닭강정>에서의 사건과 상황들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머릿속 아이디어가 만든 이론을 과학자들의 실험들을 통해 증명해내는 과정까지 따라 가노라니 없던 물리학에 대한 흥미가 용솟음칠 지경입니다. 이론을 설명하고 이를 증명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이 어렵지 않되 핵심은 놓치지 않는 저자의 글빨(?)이 대단합니다.

“<백 투 더 퓨처>의 모순은 주인공인 마티가 미래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자기가 출발한 미래가 아니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만약 마티가 한 일이 단지 부모를 짝지어주는 것이었다면 그는 처음과 동일한 미래로 돌아왔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는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까지 바꿔버린다.”
<p.170>

사실 이 책은 과학적 허구보다는 사실과 진실을 설명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흥미로움과 진지함의 롤러코스터적 재미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어느 순간 어질어질하며 블랙홀에 속절없이 빛과 시간이 굴절되듯 쓰러질 뻔한 순간들도 몇 번 마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유명한 문학작품들과 그 작가들의 말들, 그리고 제가 애정해마지 않는 영화들의 장면과 사건들을 연결하는 부분에서는 원초적 재미신경이 최고진동수를 기록하며 문장들의 단어 하나라도 놓칠 새라 눈깜박임 조차도 조심하며 읽어내려갈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그렇게 시간여행자를 위한 꿀팁, 패러독스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아홉 단계를 마무리하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에필로그는 작가 본인인 1990년에 발표했던 SF단편소설 <뒤돌아보지 말라>로 대신합니다. 어찌 보면 시간여행 패러독스에 대한 적용편 같은 느낌이면서 동시에 모든 과학과 소설의 시작일지도 모를 단서인 “만약에 내가...”를 테마로 그려낸 이야기는 자체로도 재미있는 상상이면서 이 책의 괜찮은 마무리가 되어 줍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일은 돈 많고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타임머신만 개발하면 될 듯 합니다.

#시간의물리학 #존그리빈 #김상훈옮김 #휴머니스트
#백투더퓨처 #시간여행 #타임머신 #타임슬립
#독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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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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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강의 시간에 조는 학생들을 보며 영화를 우려먹기로 시도한 이래, 30년 째 영화를 우려먹고 있다는 저자의 영화 관련 두 번째 책입니다. 영화와 철학, 참으로 천생연분 아닌가 싶습니다. 서문에 밝혔 듯, 저 또한 영화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없는 삶이란 생각해본 적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저자는 눈으로 보여주는 철학의 한 방편으로 영화 매체를 선택하였다고 말합니다. 대개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대상인 철학은, 그만큼 중요하고 중요한 삶의 기반이자 도구일진데 그런 중요한 것들은 쉽게 다루어져 무시되거나 혹은 너무 거대하게 받아들여 어려워만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철학을 영화에서 끄집어내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둘 사이의 전략적 제휴와도 같은 필연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됩니다.

1부: 영화도 철학도 미래가 불투명할 때 시작된다.
<매트릭스> 시리즈

2부: 영화도 철학도 사랑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어바웃 타임>, <건축학 개론>, <친구와 연인사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감각의 제국>, <첫 키스만 50번째>

3부: 영화도 철학도 재밌을 때 가장 가치 있다.
<어밴져스>, <기생충>, <Permission To Dance>, <비긴 어게인>

4부: 영화도 철학도 관계의 연속이다.
<변호인>, <그랜 토리노>, <007 노 타임 투다이>, <대부 2>, <그랑블루>

5부: 영화도 철학도 정의가 핵심이다.
<배트맨> 시리즈

무엇보다 영화들 중 2개만 제외하고 모두 본 영화들인데다가 대부분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라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영화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 했습니다. 거칠고 마른 마음에 단비를 뿌리고 철학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듯 글을 읽으며 장면을 떠올리며 그 속에 담겨진 철학의 이야기들을 담담히 들려주는 구성이라 정말 강의실 한쪽 귀퉁이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점점 교수님의 목소리에, 손짓과 시선에 마음이 따라가는 듯한 경험의 책읽기 였습니다. 하지만 들입다 영화를 해석하거나 비평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이를테면...

“개별은 특수와 보편의 통일이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그 헤겔이 주창한 개념에 관한 변증법의 핵심 내용이다. 헤겔의 ‘개념 변증법’은 내용이 엄청 더 많지만 더 들어가면 정말 해골이 아파지니까 여기까지.
<p.151>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헤겔의 개념 변증법과 냄새로 연결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영화에서도 이선균의 대사로 드러내는 그 냄새의 계급화가 헤겔로 연결되는 것인데 너무 들어가지 않고 영화의 장면과 상황을 슬쩍 인용하며 어느새 귀추논증에 까지 나아갑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들어낸 <배트맨> 시리즈의 고담시티에서 마주하는 히어로와 빌런이라는 흐릿한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 ‘목적론’, ‘정의론’ 등 쉽지 않은 개념들이 영화의 사건들과 인물들을 경유하며 차근차근 자리잡아갑니다.

“연대감을 기르려면 합의 대신 ‘배트맨 3부작’을 보는 게 좋다.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은 눈으로 감상하는 정의론이다.”
<p.279>

그렇게 철학의 숲을 거닐다보니 언급되었던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칠흑같은 영화관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아무자리나 편하게 앉아서 빛과 소리가 보여주는 철학적 재미를 누려보고만 싶습니다.

#영화관에간철학 #김성환 #믹스커피
#영화가좋다 #철학이보인다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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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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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짖는 개의 이미지가 핑크 컬러로 자리한 커버 디자인이었던 이 책 <나이트비치>는 읽어가면서 그 이미지에 교묘하게 겹쳐놓은 여인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묘하고 멋지게 디자인된 표지입니다. 품고 있는 이야기만큼 묘하고 멋지게 담아낸 수작이다 싶었습니다.


저자 레이철 요더는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시기에 겪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독특하고도 영리한 데뷔작을 창조해냈습니다. 엄마가 개가 되고, 아들도 개가 된 엄마를 따르고 그 모성이 유전처럼 전해지는 묘하고도 뜨거운 이야기.


“여자는 자기 목덜미에 수북이 돋아난 까맣고 거친 털을 발견했다. 젠장, 이게 뭐야.

내가 개로 변하나 봐. 여자가 출장을 갔다가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소리 내어 웃었지만, 여자는 웃지 않았다.”

<p.11>


살다보면 대수롭지 않은 변화가 가져오는 폭풍의 시작을 알아채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시작과 이별을 부르는 낌새는 그 일을 마주하고서야 그때가 그러한 때였음을 알게 되곤 합니다.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이트비치가 될 징후를 그 누구도 눈치 채지를 못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여자를 나이트비치라고 부르는 건 정말 공평하지 않았다. 성별을 강조하는 그런 비방은 여자가 자기 몸으로 아기를 만들었고, 몇 달 동안 증식 세포를 키우며 몸매를 망가뜨렸고, 나날이 뚱뚱해졌고, 썩 중요하지 않지만 젊은 여자다운 성적 매력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p.53>


사실 표피적 이야기만 봐서는 배경이 21세기 대한민국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상황과 사건들을 담고 있습니다. 공공미술관 운영을 하던 그녀가 결혼 후 출산으로 독박육아의 전선에 투신하게 되며 겪게 되는 그 상황과 심리들, 그로 인해 기이한 변신의 사건의 당사자가 되고야 마는 판타지 같은 현실고증의 르뽀르타쥬 말입니다. 사회학적 고민이 한 스푼, 페미니즘적 논쟁이 또 한 스푼, 그리고 그런 아내의 변화에 당혹해하는 남편 한 스푼, 그런 엄마의 동물적 마음을 따르는 아들 한 스푼... 그렇게 나이트비치의 사건은 어느새 삶의 애환이 되고 점진적인 몸의 변화는 마음의 변화와 관계의 변화로 진전되어 갑니다.


“삶이 아무 설명 없는 신비와 은유를 통해 펼쳐진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된 한 여인이 자신의 완벽한 아들을, 자신의 가장 강력한 마법으로 만들어 낸 사람을,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바라보고 있다. 마치 그 아이가 기적이 아닌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p,396-397>


인생은 소중합니다. 나의 인생, 엄마의 인생, 아이의 인생, 그 모든 관계 속의 인생. 엄마가 되는 그 숭고함은 그만큼이나 어렵고도 어렵습니다. 엄마가 처음이고, 이 아이의 엄마도 처음이고, 이러저러한 상황 속에서 맞이한 엄마의 시간도 처음이고. 겨우 잠든 낯선 새벽에 우는 아이가 어미의 젖을 찾는 것도 본능이고, 잠결에 아이를 끌어 젖을 먹이는 것도 본능이며, 그 어미가 스스로의 인생을 고민하고 나아가는 힘을 벼리어내는 것도 본능이다 싶습니다. 그래서 나이트비치는 아름다운 본능의 다른 이름이다 싶습니다.


#나이트비치 #레이철욘더 #고유경옮김 #황금가지

#밤의암캐 #카프카적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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