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평점 :
철학 강의 시간에 조는 학생들을 보며 영화를 우려먹기로 시도한 이래, 30년 째 영화를 우려먹고 있다는 저자의 영화 관련 두 번째 책입니다. 영화와 철학, 참으로 천생연분 아닌가 싶습니다. 서문에 밝혔 듯, 저 또한 영화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없는 삶이란 생각해본 적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저자는 눈으로 보여주는 철학의 한 방편으로 영화 매체를 선택하였다고 말합니다. 대개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대상인 철학은, 그만큼 중요하고 중요한 삶의 기반이자 도구일진데 그런 중요한 것들은 쉽게 다루어져 무시되거나 혹은 너무 거대하게 받아들여 어려워만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철학을 영화에서 끄집어내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둘 사이의 전략적 제휴와도 같은 필연이 아닐까 합니다.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됩니다.1부: 영화도 철학도 미래가 불투명할 때 시작된다.<매트릭스> 시리즈2부: 영화도 철학도 사랑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어바웃 타임>, <건축학 개론>, <친구와 연인사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감각의 제국>, <첫 키스만 50번째>3부: 영화도 철학도 재밌을 때 가장 가치 있다.<어밴져스>, <기생충>, <Permission To Dance>, <비긴 어게인>4부: 영화도 철학도 관계의 연속이다.<변호인>, <그랜 토리노>, <007 노 타임 투다이>, <대부 2>, <그랑블루>5부: 영화도 철학도 정의가 핵심이다.<배트맨> 시리즈무엇보다 영화들 중 2개만 제외하고 모두 본 영화들인데다가 대부분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라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영화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 했습니다. 거칠고 마른 마음에 단비를 뿌리고 철학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듯 글을 읽으며 장면을 떠올리며 그 속에 담겨진 철학의 이야기들을 담담히 들려주는 구성이라 정말 강의실 한쪽 귀퉁이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점점 교수님의 목소리에, 손짓과 시선에 마음이 따라가는 듯한 경험의 책읽기 였습니다. 하지만 들입다 영화를 해석하거나 비평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이를테면...“개별은 특수와 보편의 통일이다.”독일 철학자 게오르그 헤겔이 주창한 개념에 관한 변증법의 핵심 내용이다. 헤겔의 ‘개념 변증법’은 내용이 엄청 더 많지만 더 들어가면 정말 해골이 아파지니까 여기까지.<p.151>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헤겔의 개념 변증법과 냄새로 연결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영화에서도 이선균의 대사로 드러내는 그 냄새의 계급화가 헤겔로 연결되는 것인데 너무 들어가지 않고 영화의 장면과 상황을 슬쩍 인용하며 어느새 귀추논증에 까지 나아갑니다.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들어낸 <배트맨> 시리즈의 고담시티에서 마주하는 히어로와 빌런이라는 흐릿한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 ‘목적론’, ‘정의론’ 등 쉽지 않은 개념들이 영화의 사건들과 인물들을 경유하며 차근차근 자리잡아갑니다.“연대감을 기르려면 합의 대신 ‘배트맨 3부작’을 보는 게 좋다.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은 눈으로 감상하는 정의론이다.”<p.279>그렇게 철학의 숲을 거닐다보니 언급되었던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칠흑같은 영화관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아무자리나 편하게 앉아서 빛과 소리가 보여주는 철학적 재미를 누려보고만 싶습니다.#영화관에간철학 #김성환 #믹스커피#영화가좋다 #철학이보인다#도서제공 #서평단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