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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평점 :
거칠게 짖는 개의 이미지가 핑크 컬러로 자리한 커버 디자인이었던 이 책 <나이트비치>는 읽어가면서 그 이미지에 교묘하게 겹쳐놓은 여인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묘하고 멋지게 디자인된 표지입니다. 품고 있는 이야기만큼 묘하고 멋지게 담아낸 수작이다 싶었습니다.
저자 레이철 요더는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시기에 겪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독특하고도 영리한 데뷔작을 창조해냈습니다. 엄마가 개가 되고, 아들도 개가 된 엄마를 따르고 그 모성이 유전처럼 전해지는 묘하고도 뜨거운 이야기.
“여자는 자기 목덜미에 수북이 돋아난 까맣고 거친 털을 발견했다. 젠장, 이게 뭐야.
내가 개로 변하나 봐. 여자가 출장을 갔다가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소리 내어 웃었지만, 여자는 웃지 않았다.”
<p.11>
살다보면 대수롭지 않은 변화가 가져오는 폭풍의 시작을 알아채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시작과 이별을 부르는 낌새는 그 일을 마주하고서야 그때가 그러한 때였음을 알게 되곤 합니다.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이트비치가 될 징후를 그 누구도 눈치 채지를 못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여자를 나이트비치라고 부르는 건 정말 공평하지 않았다. 성별을 강조하는 그런 비방은 여자가 자기 몸으로 아기를 만들었고, 몇 달 동안 증식 세포를 키우며 몸매를 망가뜨렸고, 나날이 뚱뚱해졌고, 썩 중요하지 않지만 젊은 여자다운 성적 매력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p.53>
사실 표피적 이야기만 봐서는 배경이 21세기 대한민국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상황과 사건들을 담고 있습니다. 공공미술관 운영을 하던 그녀가 결혼 후 출산으로 독박육아의 전선에 투신하게 되며 겪게 되는 그 상황과 심리들, 그로 인해 기이한 변신의 사건의 당사자가 되고야 마는 판타지 같은 현실고증의 르뽀르타쥬 말입니다. 사회학적 고민이 한 스푼, 페미니즘적 논쟁이 또 한 스푼, 그리고 그런 아내의 변화에 당혹해하는 남편 한 스푼, 그런 엄마의 동물적 마음을 따르는 아들 한 스푼... 그렇게 나이트비치의 사건은 어느새 삶의 애환이 되고 점진적인 몸의 변화는 마음의 변화와 관계의 변화로 진전되어 갑니다.
“삶이 아무 설명 없는 신비와 은유를 통해 펼쳐진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된 한 여인이 자신의 완벽한 아들을, 자신의 가장 강력한 마법으로 만들어 낸 사람을,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바라보고 있다. 마치 그 아이가 기적이 아닌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p,396-397>
인생은 소중합니다. 나의 인생, 엄마의 인생, 아이의 인생, 그 모든 관계 속의 인생. 엄마가 되는 그 숭고함은 그만큼이나 어렵고도 어렵습니다. 엄마가 처음이고, 이 아이의 엄마도 처음이고, 이러저러한 상황 속에서 맞이한 엄마의 시간도 처음이고. 겨우 잠든 낯선 새벽에 우는 아이가 어미의 젖을 찾는 것도 본능이고, 잠결에 아이를 끌어 젖을 먹이는 것도 본능이며, 그 어미가 스스로의 인생을 고민하고 나아가는 힘을 벼리어내는 것도 본능이다 싶습니다. 그래서 나이트비치는 아름다운 본능의 다른 이름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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