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테익스칼란 제국 1
아케이디 마틴 지음, 김지원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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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히트는 자기 몸과 짐을

간신히 실을 만한 비눗방울 같은

소형선을 테익스칼란 제국의

중심 행성이자 수도인 ‘시티’에

착륙시켰다.”

 -p.18


역사가, 기후 정책 분석가, 도시 계획가 이면서 SF 작가인 아케이디 마틴. 이 책으로 처음 만나는 작가가 창조해낸 광대한, 그저 그 이야기의 첫 권을 읽은 것 뿐이지만 아마도, 우주적 세계관의 시작을 담은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은, 예상했던 대로 책의 절반에 이를 때까지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과 지명들, 역사적 사건들과 생소한 개념들의 정글에서 길을 잃고, 그저 책의 마지막 장까지의 남은 페이지를 두께로 가늠하며 허덕였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두발을 테익스칼란 제국의 지면에 딛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정확히 책의 절반을 지나면서 였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표방하는 이 소설의 1권만으로 ‘대서사시’임이 분명할 ‘테익스칼란 제국 시리즈’의 전체를 이해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 세대의 작가들이 창조해낸 세계관을 독자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왜 그토록 두꺼운 벽돌책들로 출간해야 하는지 다시금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에서 부터 창조해낸 인물과 사건은 기본이고, 이들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역사, 문화 그리고 새로운 언어들까지. 제국을, 우주 대서사시를 펼쳐보이기 위해서는 그렇게 켜켜히 쌓아낸 고밀도의 정보들이, 그 이야기의 밀도와 그 밀도가 주는 깊이있는 재미에 까지 독자들의 손을 이끌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그 주변 이야기들이 그러했고,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가 그래했으며,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가 그러했습니다. 물론 현대적 의미의 스페이스 오페라의 쌍둥이 형제라고 할만한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이 지금까지 그 이야기의 확장과 중첩을 꾀하고 있음이 또한 그러함의 증거라 하겠습니다.


자신이 창조해낸 세계를 친절하게, 혹은 장황하게, 펼쳐보이려는 욕심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을 방지하는 살인사건과 이를 둘러싼 스릴러적 요소, 그리고 기억과 그 기억의 전달 사이의 불협으로 인한 긴장감 등이 제법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해줍니다. 그리고 조금은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문장이 감정이 아니라 지적 유희라는 측면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목에 ‘이름’이 들어가는데 그걸 염두에 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책의 원제는 ‘A Memory Called Empire’, 즉 <제국이라 ‘불리는’ 기억> 정도로 번역될텐데, ‘이름’을 넣어서 번역했으니 어쩌면..)


현재까지 ‘테익스칼란 제국 시리즈’는 2권 <평화란 이름의 폐허>까지 국내 출간된 상태이며, <Rose / House>는 해당 시리즈와 연관이 없는 개별 장편으로 보입니다. 작가의 테익스칼란 제국 이야기는 또 이후 어떻게 이어질지, 또 어떤 세상의 모습을 담아서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일단은 2권 <평화란 이름의 폐허>를 먼저 찾아봐야겠습니다.


  “테익스칼란 도시, 테익스칼란 언어,

테익스칼란 정치가

그녀를 온통 감염시킨 상황에서,

마히트 디즈마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그녀에게 걸맞지 않은 이마고,

빠르게 자라는 균류가 침입하듯이

그녀 안에서 자라나는 기억과

경험의 덩굴처럼.”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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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딩 -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
도린 커닝햄 지음, 조은아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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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회색고래를 찾아 떠나버렸습니다. 피검사 결과를 모니터에 띄워두고 한참을 마우스 스크롤을 하던 의사는 별거 아닌 듯 몇가지 항목의 수치가 경계에 있으며, 먹고 마시는 것을 조절하고 심장이 쿵쾅 거리도록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기만 하면 신경쓸 거 없다 말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나름대로 열심히 의사가 그어준 선을 좇아왔습니다. 


여전히 혈압이 심각하지는 않은데 경계에 계시고요…

그래서 시작한 단식에 가까운 절식. 몇 일만에 3 킬로그램이 사라졌고 묘한 카타르시스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몸살 기운과 변비로 이틀 정도 헤메고 다녔습니다. 잠시 회색고래를 본 것도 같습니다. 그 노랫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도린 커닝햄이 살아낸 전쟁 같은 시간의 기록, <사운딩>의 원제는 <Soundings>입니다. 한순간에 나락을 경험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세워내는 힘을 차곡차곡 마주하고 연대하고 또 넘어지지만 그렇게 또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로스앤젤레스 입국 심사장의 남자 직원이 나를 노려보다 

맥스를 내려다보고는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p.19, 로스엔젤레스 : 세상은 잠시 기다려 줄 것이다

  -북위 33도 59’ 40”  서경 118도 28’ 57”


인생은 예측불허이고 맥스도 그러함이었습니다. <사운딩>은 그런 저자의 인생과 그리고 맥스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디인지를 매 챕터마다 지명과 좌표로 표시합니다. 모든 페이지의 좌측, 그러니까 쪽수 페이지에는 지명이, 그리고 우측 홀수 페이지에는 책의 물리적 쪽수와 함께 좌표가 지리적 좌표인 위도와 경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매 챕터가 펼쳐지는 물리적 위치이면서, 저자 본인의 인생의 좌표를 매 페이지마다 각성하며 나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훌륭한 꼬마 여행가이긴 하지만,

이렇게 어린아이를 데려오다니 놀랍네요.” 

주디가 말한다.

  -p.153, 코르테즈해 : 두려움은 사랑만큼이나 압도적이다

  -북위 26도 0’ 53”  서경 111도 20’ 20”


매 페이지 마주하는 좌표가 어느새,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책 속에서 물리적 공간과 시간을 점유하고 있는 이야기와 책 밖에서 물리적 공간과 시간을 점유하는 독자가 묘하게 긴장감 아닌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은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난 여기서 이렇게 살아내고 있는데, 책 읽는 당신, 당신은 거기서 뭐하고 있소?’하고 말입니다.



  “그곳에서 나는 

빙하와 공허함, 치열함과 가까워졌고 

흰 설월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나는 그 안에서 살면서 

그것을 호흡하고 그것을 마셨다.”

  -p.313, 그레이셔 베이 : 우트키아빅의 빙하는 내 안에 있다 

  -북위 58도 27’ 3”  서경 135도 49’ 21”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챕터 ‘집’에서는 좌표가 더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자신과 맥스가 어디 있는지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그저 알고 있노라 선언하는 듯 합니다. 그렇게 선언할 수 있게 해준 ‘소리들’이 있었노라 고백합니다. 그리고 물어보는 듯 합니다. 


‘당신이 들었던 소리들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이끌어온 그 소리들을 기억하나요?’



#사운딩 #도린커닝햄 #조은아옮김 #멀리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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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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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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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정말 이 책은 이 말의 현신이라 할만 합니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20인이 ‘자신의 수상작을 확장해내서 만든 이야기’라는 조건으로 엮은 앤솔러지입니다. 그러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세월이 만들어낸 작가 자신과 세상의 변화의 간극 만큼이나 이야기의 폭과 깊이도 쌍전벽해 일테지만, 작가들의 수상작을 읽었다고 해도 어느 것 하나 명징하게 기억나는 것이 없으니 어떻게 헤아릴 도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지금 들려주는 이야기만으로 어떤 실마리를 찾는 수 밖에 없고요.


  “홈런을 맞고도 웃을 수 있는 야구와 

안타를 쳐야만 재미를 느끼는 야구.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하는 야구와 

최고가 되지 않으면 괴로워지는 야구, 

낯선 야구.


나도 저런 야구를 할 수 있을까?”

  -p.98, 김유원 <힌트>



  “옥이요, 나 옥이.

  형님, 나 잊지는 아니하였지요?”

  -p.121, 박서련 <옥이>



중학교 야구팀과 리틀 야구단의 친선경기에서 만난 두 야구를 다루는 김유원 작가의 <힌트>와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박서련 작가의 <옥이>가 제일 마음에 남는 이야기들 이었습니다. 전혀 다르지만 두 이야기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이야기하는 형식에서 닮아있긴 합니다. 어찌되었건 우리네 삶은 그렇게 관계들로 이루어져있고 그 관계들 중 어떤 두드러지는 관계를 통해 스스로의 삶이 반추되고 나아가니, 어찌보면 거울 같은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물론, 평소 애호하는 강화길, 장강명, 심윤경 작가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겨레문학상 30주년 기념답게, 작가들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힌트’가 되어주는 즐거운 기획이었다 싶습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되 즐기는 것까지 이르는 야구팀의 중학생의 마음처럼, 한겨레문학상도 그런 지향점을 다시금 새롭게하고 나아가는 새로운 항해가 더없이 무탈하길 바래봅니다.


#서른번의힌트 #한겨레문학상 #한겨레문학상30주년 #한겨레출판 #말뚝들

#도서제공 #리뷰단 #서평단 #서른명의리뷰단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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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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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김필산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번 책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기도 하니 샘샘입니다. 아무튼 첫만남은 그렇게 긴장으로 시작하지만, 이야기는 그 긴장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고 결국엔 무장해재 시키고야 말았습니다. 이책은 그러니까 그런 불가역의 엔트로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모든 미래가 결정론적으로 정해져 있고 변화하는 건 없다고? 그건 비겁한 결과론적 해석일 뿐이다. 비록 역사가 바뀌지 않더라도 난 순간순간 미래를 직접 직조해 나가고 있다.”
-p.327

컨셉만으로 호기심을 온통 빨아들이는 <엔트로피아>는, 2200년대 대한민국에서 다시 살아난 이가 기원전 100년의 로마 제국의 시대까지 역행해서 살아낸 이야기입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불가역을 모두 거스러며 이야기를 이끄는 이는, 선지자이자 전도자의 모습으로 시대와 장소를 오가며 그야말로 ‘미래를 직접 직조해 나가는’ 사건들을 뒤쫓습니다. 시간은 무엇이고, 나이듦과 그 무수한 관계들, 역사적 사건들과 이와 연결된 사건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류의 역사일진대, 이를 거스르는 인간의 말과 행동은 또 어떻게 그 역사의 원점으로 향해가고…

”그렇습니다. 저는 태어난 날짜도, 부모님도 알지 못합니다. 제게 있어서 태어난 날은 고려에서 노인으로서 처음으로 세상을 기억한 순간이며, 제 실질적 어버이는 노인인 저를 보살피며 고려식 이름을 처음으로 불러준 고려인입니다. 제게 인생이란 노인에서 젊은이로, 젊은이에서 아이로 되돌아가는 생애입니다.“
-p.76

”하지만.... 그대의 말은 언제나 그랬소. 미래는 정해져 있다. 역사는 쓰인 그대로 흐른다.... 그렇다면 대체 그대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이오?“
-p.115

한 인간의 역주행 인생을 통해 작가는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고 폼을 잡으려나 했는데 이 예상을 깨부수며 사건과 인물을 주무르며 독자들을 쥐락펴락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로 향합니다. 그렇게 통속소설로 세상을, 시간을, 역사를 조금은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슬쩍슬쩍 건네는 말 뽄새가 또 촌철살인입니다. 첫 장편이라는 기세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내내 이어지는 느낌이 신선했습니다.

“미래란 결정되어 있고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밝혀진지 오래다. 그럼 자유의지란 허상인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유의지는 존재한다. 과거에 난 내 자유의지에 따라 어떤 선택을 했고, 현재가 바로 그 선택에 의해 형성된 미래이다.”
-p.241

지금 이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이책을 읽도록 과거의 누군가가 한 작은 결정들이 지금이라는 미래의 이 순간을 결정내렸으려나, 하는 어쭙잖은 상상을 하노라니, 폭염이 온천지에 확산한 좀비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을 무기력과 민감함으로 손선풍기와 에어컨의 노예처럼 만들어버린 작금의 현실은 또 어쩌면…

“그리고 마침내 선지자는 어머니의 몸속으로 돌아갔다.”
-p.376


#엔트로피아 #김필산 #허블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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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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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윤혜정의 이력에 <필름2.0>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대한민국의 영화시장이 크게 도약하며 함께 영화잡지들이 관객과 대중에 소구력을 높여가던 시기였습니다. <씨네21>과 <키노>로 양분되던 중, 여전히 남아있던 해외브랜드 잡지 <프리미어> 그리고  별특징 없는 <CINEBUS> 그리고 새로운 포맷과 에너지로 잉태되어 탄생했던 영화주간지가 바로 <필름2.0>이었습니다. 지금도 때깔만큼이나 속이 알찬 내용들로 폐간 소식이 내내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이렇게 남겨진 독자들 머리와 마음 속의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는 예술의 어느 단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종일관 모두가 명징해지길 종용하는 세상에서 이 책이 잠깐 동안이라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불확실성의 아름다움을, 뒤엉킨 시공간의 환상성을 경험하도록 안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p.13


이 책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저자가 프롤로그에 제안한대로, ‘느리게, 천천히, 하나씩 꺼내어 읽듯’ 하면 좋을 책입니다. 제안된 시간 내에 읽어내느라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내리달리 듯 읽었지만, 서재 한켠에 있는 듯 없는 듯 꽂아뒀다가 머리가 얽혀버린 듯 할 때 아무 페이지라도 펴서 읽으면 좋을 글들이 속속들이 채워져있습니다. 하나의 챕터로 읽어도 좋고 그저 몇 개의 문장을 이은 페이지를 뒤적여도 좋겠다 싶습니다. 


  “시인 폴 발레리가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예술가 한 명의 가치는 천 세기의 시간과 맞먹는다.' 말하자면 위대함의 척도를 측정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초월성인 겁니다. 박선민 작가의 영상 작품 <버섯의 건축>(2019)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문장이다.”

  -p.23


  “작가의 흔적이 사라진 예술 작품이 더욱 위대하게 다가오는 건 그 빈자리를 관람객에게 내어 주고는 기꺼이 삶의 일부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인간에게 여백을 내어주었 듯 이제는 현대미술이 그 역할을 자처한다.”

  -p.195



공간과 시간의 궤적을 따라 마주한 예술, 예술작품, 예술가들을 열다섯 개의 글타래로 엮어내고 있어 개별 글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구조입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감상은 그 태도와 생각이 베어진 글이라서 그런지 따로 또같이 읽혔을 때 괜찮은 예술 감성을 일깨워내는 듯도 합니다.


서울 아트선재센터

국립현대미술관

아핏찻퐁 위라세타쿤

서울 리움 미술관

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이렇게 가본 곳, 봤던 영화의 감독, 읽은 책과 작가들이 언급되는 글들을 지날 때면 조금 더 마음이 갔습니다. 특히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다룬 마지막 장은 남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면서 차곡차곡 쌓인 사유들은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소박하지만 그만큼 견고한 내러티브를 갖추고 있다. 

자기 삶을 바쳐 얻은 서사는 언제나 옳다.”

  -p.475


  “갤러리에서 일하고 나서야 나는 미술을 애호한다는 것과 미술 일을 한다는 것의 차이는 다름 아닌 나의 시간과 노동으로 그 마음을 책임질 수 있는지의 여부에서 기인한다는 걸 알게 됐다.”

  -p.477


대체로 확신에 찬 강한 문장들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마지막 장에 그 힘을 도처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술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소비자에서 그걸 준비하고 관리하며 보여주고 공유하는 공급자로 미술일을 하는 다른 위치에서 바라본다는 것의 상대성을 또박또박 들려주는 목소리를 통해, 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세상 어떤 일들에서도 통용될 가치를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라지지 않을 예술이란, 그런 예술을 구조하고 향유하고 공유하는 삶이란, 그런 태도를 견지하고 살아내는 것이 어쩌면 삶이라는 예술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에 까지 미치기도 했지만, 이래저래 예술의 중심에서 영원을 외치는 뜻깊고 속깊은 목소리가 내내 설레였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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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예술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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