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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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며, 또 누군가의 말에 기대며 살아가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들이다”

  -p.8, 프롤로그 中


작가의 마음은 단어와 문장과 페이지 사이의 호흡으로 독자에게 닿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태완 작가의 새로운 에세이를 읽어내며 내내 제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태도를 입은 마음이 활자로 2차원의 종이 위에 인쇄되어 있다가, 페이지가 펼쳐지면 조금씩 꿈틀대더니 마침내 생생하게, 훨훨 날아서 혹은 반사된 빛에 실려 저의 눈동자 안으로 도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진심, 이라는 것.


분주했던 마음은 그렇게 글을 만나고, 공원 한켠에서 혹은 강변을 거닐며 마주한 석양에 마음을 빼앗긴 듯 곳곳에 아로세겨둔 이근호 작가의 사진들까지, 초여름의 더위를 단번에 잊게 하기에 넉넉했습니다.


  “끝으로 당신이 뒤늦게나마 알게 되기를. 나에게 당신이 얼마나 큰 의미가 되고, 또 얼마나 사랑스러이 지켜보는 존재인지를.”

  -p.63, 잊지 말라는 기도 中


정말 소중한 것들은 그저 선물처럼 주어진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는 말을 믿습니다. 알량한 자존심이나 무기력한 노력 같은 걸로 소유하거나 찾아낸 것들이 아니라, 정말 존재하는 이유로 소유하게 되는 무수한 것들 말입니다. 때론 그걸 탓하기도 했었고, 의도없이 생채기를 내가며 회피했던 그 소중한 것들을 기억해냈습니다. 그 의미를, 그 사랑스러움을 말입니다. 그 마음, 먹게 해준 글들이 고마웠습니다. 또 그렇게 한동안 잊지않을 수 있을테니.


  “오늘 끼니는 제때 챙겼는지, 속상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혹 아픈 곳은 없는지 다정히 물어보는 것.”

  -p.128, 한 줌만큼의 정성 中


10여 년 전, 설연휴로 고향으로 내려가는 경부고속도로 위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길은 귀향길에 오른 자동차들로 주차장이었고,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몇 시간이나 더 걸릴지 모르는 상황. 그렇게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해질 녘에 도착해서야 응급실에 누워계신 어머니를 만났다. 그렇게 지샌 밤. 밤새 별의 별 생각들이 수천 수만번도 넘게 머릿 속을 들락날락했던 그 밤을 통과하다 깨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에 깨어보니, 보조침대에 누워있는 아들의 머리에 힘겹게 내민 어머니의 손이 전하는 안부였습니다. 

“밥은 먹었나? 막히는 데 뭐하러 내려왔노?” 

어눌해져버린 어머니의 입술을 움직여 처음 뱉은 말이었습니다.


  “이맘때의 나는 늘 처음인 것처럼 사르르 녹는다. 기쁘게 무너진다. 잘 살고 싶다. 이 기분에 힘입어 꼭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여름이 왔으니까.”

  -p.279, 유월, 익숙함 속의 숨결 中


잘 살고 싶게 하는 힘이 생기게 하는 글, 지쳐서 둔탁해진 마음을 몽글몽글 살아나게 하는 이야기를 통과하고 나니, 폭염 중 만난 소낙비 처럼 안팎의 저란 사람이 자라나는 듯 평온하고도 든든해집니다. 하태완 작가의 글에는 그런 지지와 공감, 그리고 그저 내버려둬도 괜찮다며 점점 멀어져서 마침내 차창 밖 소실점 너머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제 안에 남아있는 사랑들을 기억하게 하는 생생한 힘이 담겨있었습니다.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의낙원에서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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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해석학 : 일본 편 - 낭만닥터SJ의 美친 味식 여행기
배상준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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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낭만닥터SJ’로 소개하는 배상준 작가는 외과 전문의입니다. 해외 학회 중, 식당에서 원하는 맥주와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어려워서 맥주, 음식을 공부해서 맥주 전문가, 음식 칼럼니스트가 되었다는 작가의 이력답게, 이 책 <메뉴판의 해석학>은 분명한 목표와 노선을 표방하고 그대로 해내는 외과의사 다움과, 스스로의 필요를 채워내기 위해 발품과 손품과 입품을 팔아서 모아놓은 것이 분명한 정보에 배어있는 땀내에서 궁하면 통하게 해버리는 의지가 느껴지는 결과물 이었습니다.

“그 나라 말을 몰라도 메뉴판만 읽을 수 있으면 OK.”
“메뉴판을 읽을 수 있으면 여행이 5배 즐거워진다.”
-p.7, ‘머리말의 머리말’ 中

당연하게도 일본어 기초를 간단히 쓰윽 훑고는, “토레아에즈 나마비루 잇빠이!”를 외치며 한숨 돌리는가 싶다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론, 이라고 하기에 구석구석 작가가 만나 음식과 술,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좌충우돌, 수미쌍관, 감개무량… 이거 아닌가 아무튼, 으로 들입다 독자를 끌고 갑니다. 물론 그 끌려가는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3개월 앞둔 여행을 계획하는 마음처럼 서성이는 기분이 듭니다.

제1장. 일본어 조리법 외우기 - 가이세키 메뉴판 마스터
가이세키 메뉴들을 중심으로 한자들로 씌여진, 조림, 찜, 구이, 튀김, 전골, 절임, 무침, 국. 이렇게만 기본으로 기억하고 있으면, 그리고 이걸 조합하면 천군만마를 얻은 일본 여행객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읽는 내내 입안 가득 고이는 군침은 잘 견뎌내야 할테지만요.

제2장. 일본 면 메뉴판 정도는 알아야죠?
경상도 출장을 가면 반드시 ‘밀면’을 먹어야만 하고, 동남아 출장엔 ‘똠양꿈’ 그리고 일본 출장을 가면 ‘라멘’을 먹어야만 하는 저 스스로의 엄격한 규칙을 갖고 있기에, 2장은 남다른 집중으로 읽어내었습니다. 더 맛있는 라멘을 찾아다닐 노잣돈을 얻었달까요? 덤으로 우동, 소바, 나폴리탄 까지!

제3장. 술집, 밥집 현장 학습
마지막 장은 실전코스 되겠습니다. 읽고 있노라니 지난 일본에서의 제 모습을 복기해보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못 먹고 마신 그 순간들의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혼자 떠난 출장길에 편하게 들러서 규동 혼밥을 했던, 요시노야, 마츠야, 스키야를 만나니 반갑기도 했고요. 그리고 밤마다 숙소 골목길 어귀에 유혹의 연기를 흘려보내던 야키토리와 나마비루의 추억까지. 더 괜찮은 여행객 처럼 행동할 여러 비법을 전수받았습니다.

새로울 것 없는 음식들과 식당들,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낭만닥터SJ만의 발품로드가 만들어낸 사사로운 말투와 살가운 정보들에 조만간 떠날 것 처럼 스카이스캐너와 아고다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노라니,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언제나 여행은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즐거움의 60%, 여행 동안이 20%, 여행 다녀와서의 추억이 20%의 즐거움이라 생각하는 편이라, 이러다 여행계획이 무한정 연기되더라도 그 즐거움은 그냥 즐겨보는 걸로 두려 합니다.

아쉬운대로 주말에 가족들이랑 동네 오코노미야키 집에 들러봐야겠습니다.

“토레아에즈 나마비루 잇빠이... 구다사이!”


#메뉴판의해석학 #배상준 #애플북스
#일본맛집 #여행필수템 #일본 #여행 #맛집
#일식 #요리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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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기획 이야기 - 그때 그 시절을 함께한 어떤 음악 레이블에 대하여
이소진 지음 / 나무연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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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기획 이야기>

이소진 지음 | 나무연필


이 책의 부제는 ‘그때 그 시절을 함께한 어떤 음악 레이블에 대하여’입니다. ‘그 시절’을 일부 공유했던 독자로 이책의 초록초록한 커버는 너무나 설레이는 것임에 분명했습니다. ‘동아기획’이라는 그 시절이었기에, 그곳의 가수들과 음악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시간 속으로 치밀하게 몰고들어가는 이 책은, 그래서 성실하고도 애정 가득한 작가였기에 가능한, 발군의 이정표에 다름아니다 싶었습니다.


책은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연대기 순으로 동아기획의 족적을 훑어내며, 탄생과 역사, 정체성, 노랫말의 세계관, 장르적 스펙트럼, 남긴 유산을 밀도 높은 정보와 문장으로 빼곡히 채워내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마음을 감동으로 들었다놨다 했던 책머리 다음에 붙어있느 ‘동아기획의 타임라인’ 꼭지였습니다.


저자는 본격적으로 동아기획을 이야기하기 전에, 앨범 커버들을 시간 순으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가지런히 들려주는, 1982년에서 2010년까지의 작은 역사는, 마치 스마트폰의 음악감상 어플 속에 들어가서 앨범 커버 모양의 버튼을 눌러서 음악을 들으며 읽어가는 듯한 환청마저 들리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소환되는 그 시절, 그 음악들과 사람들과의 추억들, 그리고 카세트테이프에서 CD, MP3로 변화되어간 매체에 대한 기억까지도!


  “이 책은 나의 박사학위논문 ‘동아기획의 음악적 실천과 가요사적 의미’를 재구성한 뒤 대중적으로 풀어 쓴 것이다.”

  -p.8, 책머리 中


박사논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그래서 저자 이소진의 성실히 모아진 자료들과 음악에의 순수한 애정들이 행간에 눈에 띄게 늘어서있음을 읽어내는 내내 피치못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덕분에 오롯이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책이지만 실시간적 감정도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덕규는 들국화 공연에 자주 게스트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인과 촌장 2집을 동아기획에서 만들었다.”

  -p.53, ‘2장. 동아기획의 역사’ 中


용돈을 모아서 방과 후, 동네 레코드 가게에 수줍게 들어가 구매하기 시작할 즈음에 수집(!)했던 카세트테이프들  중엔 ‘시인과 촌장’과 ‘들국화’가 당당히 들어가 있기에 더욱 2장의 이야기들은 너무 신기하고 재미나게 읽었고, 몰랐던 ‘시인과 촌장’과 동아기획의 인연을 알게되고 잃어버린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4장은 저의 마음을 구석구석 헤집어냈습니다. 아름답고 스산하거나 쓸쓸하지만 불편하지 않게 오히려 위로받고 위로할 마음을 지니게 하는, 지금 읽으며 흥얼거려도 너무 생생한 노랫말들을 가수들 이야기와 보듬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시대에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꿈꾸며 노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버팀목이자 희망이었을 것이다.”

  -p.146, 시인과 촌장의 <좋은 나라> 노랫말에 대해. ‘4장. 노랫말을 통해 살펴본 세계관’ 中


  “나는 누굴까 내일을 꿈꾸는가/나는 누굴까 아무 꿈 없질 않나”라고 자문하면서 자신을 성찰해보는 것이다. 타인을 찬찬히 관찰한 뒤 스스로를 돌아보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 노래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p.164,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 노랫말에 대해. ‘’4장. 노랫말을 통해 살펴본 세계관’ 中


저자가 책머리에서 언급했듯 논문을 바탕으로 쉽게 다시 풀어쓴 책이기에, 이 책은 각장을 통해 사실과 이에 대한 평가를 채워내는 논문의 틀거리나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장과 이어진 주석과 음반 리스트는 조금 아쉬운 게 사실인데, 아마도 제가 가진 개인적인 추억이 함께 더 오랫동안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이젠 더이상 이런 레이블을 가질 수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 <동아기획 이야기>는 그 시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이나, 나중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아기획의 음악들을 만나게 된 MZ세대들에게도 썩 괜찮은 음악 해설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예전 앨범들은 속지, 가사지나 해설서 같은 것이 들어있었는데, 요즈음의 애플뮤직이나 멜론 에는 음악 뿐이라 아쉬운 마음이라 이런 음악, 레이블, 가수에 대한 책들이 대체재가 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서 입니다.

동아기획과 동시대를 살아낸 것이 다시 돌아보아도 선물 같았다 싶게 만들어준 이 책은, 제겐 그래서 또다른 의미의 선물이었습니다. 


PS. 이 책을 읽으면서 구독하고 있는 애플뮤직에 ‘동아기획’ 플리를 만들었습니다.


#동아기획이야기 #동아기획 #이소진 #이소진지음 #나무연필

#추억과그리움 #노래들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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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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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미국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민영화된 교도소이고, 게다가 완전사면을 향한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격투의 장을 대중들에게 들이밀며 돈벌이까지 일삼는 곳이 되어있습니다. 이름하여 CAPE (형사 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체인 갱 올스타전’


  “그녀는 그들의 눈을 느꼈다. 사형 집행자들의 눈.”

  -p.11, 소설의 첫문장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서워’는 흑인, 여성, 레즈비언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소수자이자 약자의 대표격으로 등장하며, 교도소에 갇힌  재소자이자, 완전사면만 바라보며 상대를 쓰러뜨려 가는 강력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강자의 독주를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는 법!


각종 공공영역의 민영화로 촉발되는 부작용과 소수자 문제, 그리고 미디어에서 갈수록 더 센 자극으로 대중들을 몰고가는 서바이벌류의 연예프로그램과 물신주의가 팽배해져만 가는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를 병치시켜도 될 정도의 살가운 인물들과 사건들, 그 모두를 담고 있는 사회와 대중의 모습들은 이다지도 젊은 감각과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1991년 생 작가는, 500페이지가 훌쩍 넘지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하드캐리하더니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조바심 나게하는 페이지 터너를 우리 앞에 내놓았습니다.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면서 ‘오늘은 이번 에피소드까지만 봐야지’ 하면서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듯 찰지게 숨가픈 이야기를 간만에 만났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국가의 선례를 따르기보다 오히려 정반대로 향했습니다. 경제적 자극과 범죄 예방이라는 핑계로 우리는 국가가 오락으로 공개 처형을 집행하도록 허락했습니다.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p.228


예전에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을 영화화 했었던 <헝거 게임> 시리즈나 K 시리즈의 효시격인 <오징어게임>, 그리고 얼마 전 극장 개봉했었던 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같은 영상물들이 당연하게 오버랩되는, 이 소설은 그럼에도 생존 서바이벌 ‘체인 갱 올스타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물들의 악전고투 외에, 방송 미디어의 해악이나 인간존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운동 등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이질감이, 다분히 말초적인 감각만을 자극할 듯 한 이야기에 묵직한 메시지를 덧입힘으로 더욱 입체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소지를 남기며, 아직은 생소한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지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둘은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로레타 서워는 황홀한, 황홀한 정적에 던져진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p.520, 소설의 마지막 문장


그리고,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미치도록 궁금해집니다.


#체인갱올스타전 #나나크와메아제_브레냐 #석혜미옮김 #황금가지

#ChainGangAllStars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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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 상식 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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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글판 제목 너무 잘 지었습니다. 원제는 ‘이름, 단어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의 기원’이라는 다소 거창한 반면, ‘알아두면 쓸모 있는’이라는 익숙한 TV프로그램 타이틀을 떠올렸다가 읽어나가면서 만나는 의외의 정보들에 ‘오, 그랬던거야?’를 연발하다 보면, ‘나중에 어디가서 써먹으면 좋겠는걸’ 하며 꼭꼭 뇌 속 기억상자에 쟁여두는 느낌으로 책을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을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만들어지는 관계라는 결과물을 떠올리게 하는 저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저자의 첫 문장과 마지막 에필로그의 말들 사이에는 성실히 보듬어 모아 담은 수많은 이름들이 있습니다. 11개의 장으로 나눠서 정말 빼곡하게도 담았습니다. 이렇게나 담아낼 일인가 싶지만 그 면면이 너무나 다르지만 또 너무나 흥미로운 것들 입니다. 그렇게 그 이름들이 정해지고 불리워지기 까지의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릅니다.


 “ ‘Human’이라는 단어가 ‘땅’을 뜻하는 고대 단어에 뿌리를 둔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주 많은 신화 속에 인간이 등장하는데, 그 ‘human’이라는 말이 아프리카 원주민 아리카라족의 신화에서 ‘대자연의 자궁’이라 일컫는 그 ‘땅’에서 나온 것이라니.”

  -p.94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보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흙으로 자신의 형상을 따라 빚은 인간을 보고는 ‘심히 좋으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심히 보시기 좋았던 최초의 인간에게 부여한 것이 바로 ‘작명’의 권리 혹은 기쁨이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어내면서 내내 떠오른 생각이었고, 그 ‘이름 붙이기’ 작업의 신성함과 세속함의 중첩이 주는 그 대단함이, 정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싶었습니다.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날드다. 둘을 함께 맥도날드의 형제들이라 불렀다. 이 형제들은 1937년 핫도그 가판대에서 핫도그를 팔기 시작했다.”

  -p.224


특히 저는 개인적으로 ‘9장. 회사의 브랜드’ 부분을 제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유명한 ‘맥도날드’ 이야기며, ‘레고’, ‘닌텐도’, ‘애플’,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등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그 브랜드 이름을 갖게 된 이야기는 알고 읽어도, 모르고 읽어도 재미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태어났을 때 제 이름은 어찌 지어진 것이고, 저의 주니어가 태어날 때 그 아이들의 이름을 어찌 지어내게 되었는지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름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도 이 책의 여러 이름들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소중하고 의미있는 역사이자 소중한 보석 같은 것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의 마지막 문장 처럼 이제 어원을 향한 여정의 시작으로 이 책은 꽤 괜찮은 마중물이자 점화플러그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는 기특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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