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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평점 :
근미래의 미국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민영화된 교도소이고, 게다가 완전사면을 향한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격투의 장을 대중들에게 들이밀며 돈벌이까지 일삼는 곳이 되어있습니다. 이름하여 CAPE (형사 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체인 갱 올스타전’
“그녀는 그들의 눈을 느꼈다. 사형 집행자들의 눈.”
-p.11, 소설의 첫문장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서워’는 흑인, 여성, 레즈비언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소수자이자 약자의 대표격으로 등장하며, 교도소에 갇힌 재소자이자, 완전사면만 바라보며 상대를 쓰러뜨려 가는 강력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강자의 독주를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는 법!
각종 공공영역의 민영화로 촉발되는 부작용과 소수자 문제, 그리고 미디어에서 갈수록 더 센 자극으로 대중들을 몰고가는 서바이벌류의 연예프로그램과 물신주의가 팽배해져만 가는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를 병치시켜도 될 정도의 살가운 인물들과 사건들, 그 모두를 담고 있는 사회와 대중의 모습들은 이다지도 젊은 감각과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1991년 생 작가는, 500페이지가 훌쩍 넘지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하드캐리하더니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조바심 나게하는 페이지 터너를 우리 앞에 내놓았습니다.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면서 ‘오늘은 이번 에피소드까지만 봐야지’ 하면서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듯 찰지게 숨가픈 이야기를 간만에 만났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국가의 선례를 따르기보다 오히려 정반대로 향했습니다. 경제적 자극과 범죄 예방이라는 핑계로 우리는 국가가 오락으로 공개 처형을 집행하도록 허락했습니다.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p.228
예전에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을 영화화 했었던 <헝거 게임> 시리즈나 K 시리즈의 효시격인 <오징어게임>, 그리고 얼마 전 극장 개봉했었던 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같은 영상물들이 당연하게 오버랩되는, 이 소설은 그럼에도 생존 서바이벌 ‘체인 갱 올스타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물들의 악전고투 외에, 방송 미디어의 해악이나 인간존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운동 등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이질감이, 다분히 말초적인 감각만을 자극할 듯 한 이야기에 묵직한 메시지를 덧입힘으로 더욱 입체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소지를 남기며, 아직은 생소한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지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둘은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로레타 서워는 황홀한, 황홀한 정적에 던져진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p.520, 소설의 마지막 문장
그리고,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미치도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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