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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Rock - A급 밴드의 B급 음반
사은국 지음 / 도서출판 11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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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밴드들이 A급이 된 이유들이 담긴 앨범들, 그리고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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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자이언트 픽
이유리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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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이유리.김서해.김초엽.설재인.천선란 著 / 자이언트북스


자이언트북스의 앤솔러지 '자이언트 픽'답게(?) 모아낸 작가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천진난만한 표지를 들여다보노라니, 그 이름들에 설레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한발 들여놓다.


이유리 작가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김서해 작가의 '폴터가이스트'

김초엽 작가의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설재인 작가의 '미림 한 스푼'

천선란 작가의 '뼈의 기록'

이렇게 다섯 개의 SF소설들의 사랑타령(!)을 따라 쉴새없이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끝에 다다르고, 뒤돌아보면 어렴풋하던 5개의 봉우리들이 오롯이 떠오른다.

앤솔러지의 재미를 제대로 뽑아낸 편집자의 감식안이 돋보이는 부분.


이유리 작가의 이전작 <모든 것들의 세계>로 그 장르소설 읽기의 쾌감을 실감케하는 현실세계에 발디딘 환상적인 순간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번 소설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거래할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이야기의 살가움을 획득한다. 그 상황이 순순히 납득되니 그 이야기에 짧지만 굵게 빠져들 수 있고, 또 사랑을 남김없이 거래하려는 시도들이 안스럽도록 마음이 쓰인다.


그렇게 이어진 다음, 김서해 작가의 이야기. 처음 만나는 작가의 이야기는, 빌더업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신예답지 않은 근사한 글쓰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고, 제목 '폴터가이스트'의 의미처럼,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유없이 이상한 소리나 비명이 들리거나 물체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파괴되는 현상'을 독자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끼는 묘한 체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진다. 


이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로 SF소설계의 새로운 이야기꾼의 등장으로 반가웠었던, 김초엽 작가의 이야기가 제일 기대한 소설이었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이야기였다. 전형적인 SF소설을 지어낸 김초엽 작가는, 일찍이 필립K딕의 SF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블레이드러너>,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등에서 이야기 꺼리가 되었던,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긴장과 동경을 전면에 담아내며, 인간의 존재론적 고민을 불러낸다. 


설재인 작가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가면 조금 의아하다. 하지만, 이내 이것이 두가지 이야기를 오가며 교차편집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침 그 두가지 이야기가 만나서 묘한 결말을 이끄는 작가의 추진력이 재법이다. 다음 소설도 무조건 읽게 될 듯 하다.


마지막 <뼈의 기록>는 안드로이드 장의사 이야기. 유한한 인간을 처리하는 안드로이드의 시선을 통해 삶과 죽음을 어렴풋이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깔끔한 SF. 만족스럽다.

사랑의 가능성을 인간 밖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같은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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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미야지 나오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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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책 제목이 거슬렸다. 궁금해서 원제를 찾아 보았다. <傷を愛せるか> 번역해보니, 한글번역본과 동일하다. <상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상처를 잊을 수 있을까?
혹은, 상처를 위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거나, 치료될 수 있을까? 정도가 '상처'에 따라올 말들일텐데, '사랑할 수 있을까'라니 말이다.
상처를 유발한 대상을 철저하게 회피하거나 처절하게 복수하는게 수순이고, 통쾌할텐데, '사랑'이라니!
정신과 의사인 작가는 본인의 연수나 학회 등으로 다녀온 해외에서 마주한 삶과 생각들을 들려주는 것으로 책의 대부분 내용을 채운다. 구체적 상처를 언급하거나, 그 치료에 대한 논하지 않고 그저 이런 상황을 마주 했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도. 아니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마무리해버린다. 의아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작가의 이 얘기, 저 얘기를 들으며, 세계 이곳 저곳으로 다니노라니, 어느새 의뭉스럽던 마음은 잊고, 그저 작가의 뒤를 어느 정도 거리를 둔채 어슬렁거리며 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곳곳에 정신과 의사스러운 처방이나 분석이 도사리고 있으나, 전문가적 깊이 보다는 이해와 유대 차원으로 훓고 지나간다.
P.60.... 트라우마르 겪은 피해자가 회복하고 자립된 생활을 되찾아갈 때 '역량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역량 강화'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을 스스로 떠올리고 발휘하는 것으로, 다른 누군가가 밖에서 힘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잊고 있던 자신의 힘을 더올리고 다시 한번 자기 자신을 믿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P.101.... 놀이는 인간 활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의학이든 뭐든, 연구에는 놀이의 연장 같은 데가 있다. 즐겁지 않으면 계속할 수가 없다. ... 원래 '나잇값도 못 하고'하는 일만큼 가슴 두근거리는 것은 없다. 가끔은 "다 큰 어른이..."하고 못마땅한 소리를 들을 것 같은 놀이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미덕은, 전문가가 일상을 대하는 법을 통해 상처를 마주하는 것, 그 상처를 가진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웅변하지 않지만 진지한 어조로 설파하는 것이다 싶다.
P.143....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약함을 끌어안은 강함'을 지향하는 것은 오히려 남성에게 더 의미 깊은 것이 아닐까.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갑옷'을 벗고, 어깨의 힘을 빼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남성이 오히려 더 강하고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상처 입은 많은 남성들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개인은 공동체의 상처를 떠안을 수 밖에 없고, 사회적 참사나 재난이 만들어내는 공동체적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무기력함에 노출되는데, 이는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통해 경험해내고 있는 바다. 현실의 연약함과 위태로움이 그 참사의 당사자 뿐만아니라, 이를 공유하는 공동체 까지 이르른다는 것, 그 잠재적 상처는 또 어떤가?
P.66.... 구명 로프나 가드레일이 실제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무언가가 또는 누군가가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거라는 느낌을 받을 때에만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현실의 연약함과 위태로움 속에서 미래를 붙잡는 것이 실제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희망을 함께 나누며 미래를 향한 길을 붙잡으려는 시도. 예언. 약속. 희망. 꿈.

나 스스로에게서, 혹은 관계 속의 타인 혹은 타인들로부터 상처를 받는 것이 어쩌면 일상다반사일테다. 그러기에 상처의 인식과 극복,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치료를 넘어서는 삶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해내고픈 독자를 향한 저자의 제안이자, 약속이라 여겨졌다.
P.217.... 상처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 상처의 언저리를 가만히 어루만질 것. 몸 구석구석을 보살필 것. 딱지와 흉터를 감싸고 보듬어줄 것. 더 깊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치료하고, 호기심의 눈길로부터 가려주고, 그렇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상처와 함께 앞으로의 남은 삶을 살아갈 것.

그래서, 마침내, 오노 요코의 말이 실현되는 나를 포함하는 공동체의 희망을 이야기 하는 묘한 감동을 선사하며 책은 마무리하게 된다.
P.63....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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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현대 예술의 거장
앙투안 드 베크.세르주 투비아나 지음, 한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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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날의 기억에는 MBC라디오 심야방송이었던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이 널찍하게 포진해 있고, 그 기억의 상당부분은 정성일 평론가가 설파하듯 느릿하게 이야기하는 영화와 감독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테제처럼 삼았던 영화광의 3단계를 되뇌었다.

영화를 두번 이상 보는 것, 비평가가 되는 것, 그리고 영화감독이 되는 것.”

영어공부도 버거운 시절에, 또래 친구들 앞에서 뻐기기라도 하듯 외워서 읊어 대던, ‘까이에 뒤 시네마’, ‘누벨바그’, ‘앙팡 테리블은 상대적 우위를 스스로 점하려는 자뻑에 다름아니었다.

그런 자뻑에 무한 자양분을 제공해주었던, 그 사람, 프랑수아 트뤼포.

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가 쓴 프랑수아 트뤼포의 평전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의 개정판이 최근 출간되었다. 2006년 초판을 어렵사리 구해, 바이블 처럼 아끼며 읽은 기억을 더듬어 이 개정판을 다시 영접하였다. 큰 틀에서는 동일하나, 한상준 번역가가 불명확한 표현이나 오역을 재검토하고 수정하여, 초판의 추천사를 썼던 정성일 평론가가 새로운 추천사를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다시봐도 새롭고 머리가 쩡해지는 대목들을 만났고, 90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은 어느새 내 안에 스며들어 버리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재미있다.

 

<400번의 구타>를 처음 만났던 총신대역 근처의 씨네마테크에서의 기억이 오버래핑되는 체험적 독서도 좋았고, 그만큼의 감흥은 아니었어도 <피아니스트를 쏴라>, <쥴 앤 짐>, <화씨451>, <사랑의 도피> 등을 통해 영화적 시선을 재확인했던 트뤼포의 인생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롯이 나의 청년 시절의 영화적 경도와 방황을 기억해내게 해주어 놀랍기도 하고, 나른해지기도 했다.

 

트뤼포는 영화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까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한 글들을 통해서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고, 그의 필력과 B급영화 사랑은, 내 영화적 편애 리스트를 공고히 하기에 충분했었다. 정성일 평론가의 말마따나, “프랑수아 트뤼포가 영화 사상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 사상 가장 영화를 사랑한 감독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트뤼포를, 자칭 영화광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불성설이고 언어도탄이다 싶다.

다시 만난, 아니 만날 때 마다 새로운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트뤼포를 기꺼이 경배한다!


#도서협찬 #프랑수아트뤼포 #씨네필의영원한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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