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포 -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현대 예술의 거장
앙투안 드 베크.세르주 투비아나 지음, 한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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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날의 기억에는 MBC라디오 심야방송이었던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이 널찍하게 포진해 있고, 그 기억의 상당부분은 정성일 평론가가 설파하듯 느릿하게 이야기하는 영화와 감독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테제처럼 삼았던 영화광의 3단계를 되뇌었다.

영화를 두번 이상 보는 것, 비평가가 되는 것, 그리고 영화감독이 되는 것.”

영어공부도 버거운 시절에, 또래 친구들 앞에서 뻐기기라도 하듯 외워서 읊어 대던, ‘까이에 뒤 시네마’, ‘누벨바그’, ‘앙팡 테리블은 상대적 우위를 스스로 점하려는 자뻑에 다름아니었다.

그런 자뻑에 무한 자양분을 제공해주었던, 그 사람, 프랑수아 트뤼포.

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가 쓴 프랑수아 트뤼포의 평전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의 개정판이 최근 출간되었다. 2006년 초판을 어렵사리 구해, 바이블 처럼 아끼며 읽은 기억을 더듬어 이 개정판을 다시 영접하였다. 큰 틀에서는 동일하나, 한상준 번역가가 불명확한 표현이나 오역을 재검토하고 수정하여, 초판의 추천사를 썼던 정성일 평론가가 새로운 추천사를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다시봐도 새롭고 머리가 쩡해지는 대목들을 만났고, 90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은 어느새 내 안에 스며들어 버리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재미있다.

 

<400번의 구타>를 처음 만났던 총신대역 근처의 씨네마테크에서의 기억이 오버래핑되는 체험적 독서도 좋았고, 그만큼의 감흥은 아니었어도 <피아니스트를 쏴라>, <쥴 앤 짐>, <화씨451>, <사랑의 도피> 등을 통해 영화적 시선을 재확인했던 트뤼포의 인생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롯이 나의 청년 시절의 영화적 경도와 방황을 기억해내게 해주어 놀랍기도 하고, 나른해지기도 했다.

 

트뤼포는 영화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까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한 글들을 통해서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고, 그의 필력과 B급영화 사랑은, 내 영화적 편애 리스트를 공고히 하기에 충분했었다. 정성일 평론가의 말마따나, “프랑수아 트뤼포가 영화 사상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 사상 가장 영화를 사랑한 감독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트뤼포를, 자칭 영화광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불성설이고 언어도탄이다 싶다.

다시 만난, 아니 만날 때 마다 새로운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트뤼포를 기꺼이 경배한다!


#도서협찬 #프랑수아트뤼포 #씨네필의영원한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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