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자이언트 픽
이유리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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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이유리.김서해.김초엽.설재인.천선란 著 / 자이언트북스


자이언트북스의 앤솔러지 '자이언트 픽'답게(?) 모아낸 작가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천진난만한 표지를 들여다보노라니, 그 이름들에 설레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한발 들여놓다.


이유리 작가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김서해 작가의 '폴터가이스트'

김초엽 작가의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설재인 작가의 '미림 한 스푼'

천선란 작가의 '뼈의 기록'

이렇게 다섯 개의 SF소설들의 사랑타령(!)을 따라 쉴새없이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끝에 다다르고, 뒤돌아보면 어렴풋하던 5개의 봉우리들이 오롯이 떠오른다.

앤솔러지의 재미를 제대로 뽑아낸 편집자의 감식안이 돋보이는 부분.


이유리 작가의 이전작 <모든 것들의 세계>로 그 장르소설 읽기의 쾌감을 실감케하는 현실세계에 발디딘 환상적인 순간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번 소설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거래할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이야기의 살가움을 획득한다. 그 상황이 순순히 납득되니 그 이야기에 짧지만 굵게 빠져들 수 있고, 또 사랑을 남김없이 거래하려는 시도들이 안스럽도록 마음이 쓰인다.


그렇게 이어진 다음, 김서해 작가의 이야기. 처음 만나는 작가의 이야기는, 빌더업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신예답지 않은 근사한 글쓰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고, 제목 '폴터가이스트'의 의미처럼,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유없이 이상한 소리나 비명이 들리거나 물체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파괴되는 현상'을 독자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끼는 묘한 체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진다. 


이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로 SF소설계의 새로운 이야기꾼의 등장으로 반가웠었던, 김초엽 작가의 이야기가 제일 기대한 소설이었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이야기였다. 전형적인 SF소설을 지어낸 김초엽 작가는, 일찍이 필립K딕의 SF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블레이드러너>,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등에서 이야기 꺼리가 되었던,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긴장과 동경을 전면에 담아내며, 인간의 존재론적 고민을 불러낸다. 


설재인 작가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가면 조금 의아하다. 하지만, 이내 이것이 두가지 이야기를 오가며 교차편집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침 그 두가지 이야기가 만나서 묘한 결말을 이끄는 작가의 추진력이 재법이다. 다음 소설도 무조건 읽게 될 듯 하다.


마지막 <뼈의 기록>는 안드로이드 장의사 이야기. 유한한 인간을 처리하는 안드로이드의 시선을 통해 삶과 죽음을 어렴풋이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깔끔한 SF. 만족스럽다.

사랑의 가능성을 인간 밖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같은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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