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기획 이야기 - 그때 그 시절을 함께한 어떤 음악 레이블에 대하여
이소진 지음 / 나무연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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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기획 이야기>

이소진 지음 | 나무연필


이 책의 부제는 ‘그때 그 시절을 함께한 어떤 음악 레이블에 대하여’입니다. ‘그 시절’을 일부 공유했던 독자로 이책의 초록초록한 커버는 너무나 설레이는 것임에 분명했습니다. ‘동아기획’이라는 그 시절이었기에, 그곳의 가수들과 음악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시간 속으로 치밀하게 몰고들어가는 이 책은, 그래서 성실하고도 애정 가득한 작가였기에 가능한, 발군의 이정표에 다름아니다 싶었습니다.


책은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연대기 순으로 동아기획의 족적을 훑어내며, 탄생과 역사, 정체성, 노랫말의 세계관, 장르적 스펙트럼, 남긴 유산을 밀도 높은 정보와 문장으로 빼곡히 채워내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마음을 감동으로 들었다놨다 했던 책머리 다음에 붙어있느 ‘동아기획의 타임라인’ 꼭지였습니다.


저자는 본격적으로 동아기획을 이야기하기 전에, 앨범 커버들을 시간 순으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가지런히 들려주는, 1982년에서 2010년까지의 작은 역사는, 마치 스마트폰의 음악감상 어플 속에 들어가서 앨범 커버 모양의 버튼을 눌러서 음악을 들으며 읽어가는 듯한 환청마저 들리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소환되는 그 시절, 그 음악들과 사람들과의 추억들, 그리고 카세트테이프에서 CD, MP3로 변화되어간 매체에 대한 기억까지도!


  “이 책은 나의 박사학위논문 ‘동아기획의 음악적 실천과 가요사적 의미’를 재구성한 뒤 대중적으로 풀어 쓴 것이다.”

  -p.8, 책머리 中


박사논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그래서 저자 이소진의 성실히 모아진 자료들과 음악에의 순수한 애정들이 행간에 눈에 띄게 늘어서있음을 읽어내는 내내 피치못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덕분에 오롯이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책이지만 실시간적 감정도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덕규는 들국화 공연에 자주 게스트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인과 촌장 2집을 동아기획에서 만들었다.”

  -p.53, ‘2장. 동아기획의 역사’ 中


용돈을 모아서 방과 후, 동네 레코드 가게에 수줍게 들어가 구매하기 시작할 즈음에 수집(!)했던 카세트테이프들  중엔 ‘시인과 촌장’과 ‘들국화’가 당당히 들어가 있기에 더욱 2장의 이야기들은 너무 신기하고 재미나게 읽었고, 몰랐던 ‘시인과 촌장’과 동아기획의 인연을 알게되고 잃어버린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4장은 저의 마음을 구석구석 헤집어냈습니다. 아름답고 스산하거나 쓸쓸하지만 불편하지 않게 오히려 위로받고 위로할 마음을 지니게 하는, 지금 읽으며 흥얼거려도 너무 생생한 노랫말들을 가수들 이야기와 보듬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시대에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꿈꾸며 노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버팀목이자 희망이었을 것이다.”

  -p.146, 시인과 촌장의 <좋은 나라> 노랫말에 대해. ‘4장. 노랫말을 통해 살펴본 세계관’ 中


  “나는 누굴까 내일을 꿈꾸는가/나는 누굴까 아무 꿈 없질 않나”라고 자문하면서 자신을 성찰해보는 것이다. 타인을 찬찬히 관찰한 뒤 스스로를 돌아보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 노래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p.164,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 노랫말에 대해. ‘’4장. 노랫말을 통해 살펴본 세계관’ 中


저자가 책머리에서 언급했듯 논문을 바탕으로 쉽게 다시 풀어쓴 책이기에, 이 책은 각장을 통해 사실과 이에 대한 평가를 채워내는 논문의 틀거리나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장과 이어진 주석과 음반 리스트는 조금 아쉬운 게 사실인데, 아마도 제가 가진 개인적인 추억이 함께 더 오랫동안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이젠 더이상 이런 레이블을 가질 수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 <동아기획 이야기>는 그 시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이나, 나중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아기획의 음악들을 만나게 된 MZ세대들에게도 썩 괜찮은 음악 해설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예전 앨범들은 속지, 가사지나 해설서 같은 것이 들어있었는데, 요즈음의 애플뮤직이나 멜론 에는 음악 뿐이라 아쉬운 마음이라 이런 음악, 레이블, 가수에 대한 책들이 대체재가 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서 입니다.

동아기획과 동시대를 살아낸 것이 다시 돌아보아도 선물 같았다 싶게 만들어준 이 책은, 제겐 그래서 또다른 의미의 선물이었습니다. 


PS. 이 책을 읽으면서 구독하고 있는 애플뮤직에 ‘동아기획’ 플리를 만들었습니다.


#동아기획이야기 #동아기획 #이소진 #이소진지음 #나무연필

#추억과그리움 #노래들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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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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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미국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민영화된 교도소이고, 게다가 완전사면을 향한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격투의 장을 대중들에게 들이밀며 돈벌이까지 일삼는 곳이 되어있습니다. 이름하여 CAPE (형사 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체인 갱 올스타전’


  “그녀는 그들의 눈을 느꼈다. 사형 집행자들의 눈.”

  -p.11, 소설의 첫문장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서워’는 흑인, 여성, 레즈비언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소수자이자 약자의 대표격으로 등장하며, 교도소에 갇힌  재소자이자, 완전사면만 바라보며 상대를 쓰러뜨려 가는 강력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강자의 독주를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는 법!


각종 공공영역의 민영화로 촉발되는 부작용과 소수자 문제, 그리고 미디어에서 갈수록 더 센 자극으로 대중들을 몰고가는 서바이벌류의 연예프로그램과 물신주의가 팽배해져만 가는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를 병치시켜도 될 정도의 살가운 인물들과 사건들, 그 모두를 담고 있는 사회와 대중의 모습들은 이다지도 젊은 감각과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1991년 생 작가는, 500페이지가 훌쩍 넘지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하드캐리하더니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조바심 나게하는 페이지 터너를 우리 앞에 내놓았습니다.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면서 ‘오늘은 이번 에피소드까지만 봐야지’ 하면서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듯 찰지게 숨가픈 이야기를 간만에 만났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국가의 선례를 따르기보다 오히려 정반대로 향했습니다. 경제적 자극과 범죄 예방이라는 핑계로 우리는 국가가 오락으로 공개 처형을 집행하도록 허락했습니다.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p.228


예전에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을 영화화 했었던 <헝거 게임> 시리즈나 K 시리즈의 효시격인 <오징어게임>, 그리고 얼마 전 극장 개봉했었던 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같은 영상물들이 당연하게 오버랩되는, 이 소설은 그럼에도 생존 서바이벌 ‘체인 갱 올스타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물들의 악전고투 외에, 방송 미디어의 해악이나 인간존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운동 등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이질감이, 다분히 말초적인 감각만을 자극할 듯 한 이야기에 묵직한 메시지를 덧입힘으로 더욱 입체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소지를 남기며, 아직은 생소한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지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둘은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로레타 서워는 황홀한, 황홀한 정적에 던져진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p.520, 소설의 마지막 문장


그리고,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미치도록 궁금해집니다.


#체인갱올스타전 #나나크와메아제_브레냐 #석혜미옮김 #황금가지

#ChainGangAllStars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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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 상식 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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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글판 제목 너무 잘 지었습니다. 원제는 ‘이름, 단어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의 기원’이라는 다소 거창한 반면, ‘알아두면 쓸모 있는’이라는 익숙한 TV프로그램 타이틀을 떠올렸다가 읽어나가면서 만나는 의외의 정보들에 ‘오, 그랬던거야?’를 연발하다 보면, ‘나중에 어디가서 써먹으면 좋겠는걸’ 하며 꼭꼭 뇌 속 기억상자에 쟁여두는 느낌으로 책을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을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만들어지는 관계라는 결과물을 떠올리게 하는 저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저자의 첫 문장과 마지막 에필로그의 말들 사이에는 성실히 보듬어 모아 담은 수많은 이름들이 있습니다. 11개의 장으로 나눠서 정말 빼곡하게도 담았습니다. 이렇게나 담아낼 일인가 싶지만 그 면면이 너무나 다르지만 또 너무나 흥미로운 것들 입니다. 그렇게 그 이름들이 정해지고 불리워지기 까지의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릅니다.


 “ ‘Human’이라는 단어가 ‘땅’을 뜻하는 고대 단어에 뿌리를 둔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주 많은 신화 속에 인간이 등장하는데, 그 ‘human’이라는 말이 아프리카 원주민 아리카라족의 신화에서 ‘대자연의 자궁’이라 일컫는 그 ‘땅’에서 나온 것이라니.”

  -p.94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보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흙으로 자신의 형상을 따라 빚은 인간을 보고는 ‘심히 좋으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심히 보시기 좋았던 최초의 인간에게 부여한 것이 바로 ‘작명’의 권리 혹은 기쁨이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어내면서 내내 떠오른 생각이었고, 그 ‘이름 붙이기’ 작업의 신성함과 세속함의 중첩이 주는 그 대단함이, 정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싶었습니다.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날드다. 둘을 함께 맥도날드의 형제들이라 불렀다. 이 형제들은 1937년 핫도그 가판대에서 핫도그를 팔기 시작했다.”

  -p.224


특히 저는 개인적으로 ‘9장. 회사의 브랜드’ 부분을 제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유명한 ‘맥도날드’ 이야기며, ‘레고’, ‘닌텐도’, ‘애플’,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등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그 브랜드 이름을 갖게 된 이야기는 알고 읽어도, 모르고 읽어도 재미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태어났을 때 제 이름은 어찌 지어진 것이고, 저의 주니어가 태어날 때 그 아이들의 이름을 어찌 지어내게 되었는지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름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도 이 책의 여러 이름들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소중하고 의미있는 역사이자 소중한 보석 같은 것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의 마지막 문장 처럼 이제 어원을 향한 여정의 시작으로 이 책은 꽤 괜찮은 마중물이자 점화플러그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는 기특한 책이었습니다.



#알아두면쓸모있는어원상식사전 #알쓸어사

#패트릭푸트 #최수미옮김 #크레타

#어원상식사전 #인문학 #인문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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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해변에서 -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
캐럴라인 도즈 페넉 지음, 김희순 옮김 / 까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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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제61회 백상예술대상의 수상소감들은 매년 그러했듯이 한없이 공감되는 언어의 성찬이자 외연과 내연의 표현의 교본이 될만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상소감은 영화 <전,란>으로 각본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과 신철 작가의 그것이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언급한 것도 의미있었지만, 그보다 생소한 이름의 신철 작가의 수상소감은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하는 바, 오랜 여운을 남겼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못나고 악덕한 군주도 있었다는 사실을 역사에 아무런 사심 없이 몇 줄로 기록한 사관 어르신께 이 수상의 영광을 바칩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누군가는 승자의 기록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잊지말아야할 교훈이라고도 했습니다. 

오래 전에는 인디언이라고도 불리웠던 아메리칸 원주민. 그 오해되고 오독되었던 존재들이 대항해 시대를 통과하면서 어떻게 역사의 격랑 속에서 살아내었는지, 어떻게 대륙으로 흘러들어 그들만의 방식으로 야만이 문명이 되는 광경을 목도했는지를, 여러 구체적인 사건들과 사람들을 통해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책 <야만의 해변에서>의 부제는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영어원제를 찾아보니 번역의 제목과 동일한 <On Savage Shores>인데 부제는 ‘How Indigenous Americans Discovered Europe’ 로 번역본과 다른데, ‘인디저너스 아메리칸들이 유럽을 발견한 방법’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영어 부제가 책의 의미를 더 잘 드러내는 듯 해보였습니다. 

아무튼, 유럽의 열강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신대륙을 발견한 것 그 이면에 그 당시 신인류(?)라 할만한 아메리카 원주민이 그들의 신대륙인 유럽을, 대부분의 경우 타의와 폭력적 강제에 의해,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에서, 아즈텍 역사의 전문가인 저자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냅니다.


  “노예로서든 자유인으로서든 얼마나 많은 인디저너스가 최종적으로 이베리아 반도에 정착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규모가 꽤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p.195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나름의 이유와 이익을 찾는 동안, 그들이 이익의 수단으로 그들의 유럽으로 옮겨다 놓았던 인디저너스들도 그들의 삶의 터전에 적응하고 녹아들어갔음은 사실 우리네 세계사 수업시간에서는 대부분 간과되었던 내용이었기에 신기하면서도 어색했습니다. 승자와 권력의 역사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그 사실들을 우리는 알려고도 않았고 알수도 없었으니 당연하다 싶습니다.


  “같은 아메리카인이라는 점에서 대양을 건너는 동안 종종 계층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기도 했다. 지역적 정체성과 신앙은 매우 중요했지만, 집에서 멀리 떠나온 이들 사이에는 인디오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

  -p.278


그렇게 고향을 떠난 그들은 또한 디아스포라. 그들의 원류에 대한 공통분모로 하나의 의식으로 모이고 나누어지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이러저러한 사건들이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유럽의 야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결과를 마주했음을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각자의 사회에서 외교관이었고 통역사였으며, 상인이고 탐험가였으니 그들이 가진 문명의 잣대로 마주했던 유럽은 또 그렇게 야만의 얼굴을 하고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의 희미한 등장은 과거에 대한 우리의 그림이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자료에 철저히 의존한다는 점, 그리고 그 자료들은 유럽인과 상류층의 기대에 따라서 변용된다는 점을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p.336


그렇게 다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손쉽게 혹은 들려주고 보여주는 조각들을 모아붙인 조각보 역사의 한계는 여전히 유령처럼 우리 주변을 떠다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외의 것을 듣고 보려면,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 독자들에게 요청한 대로, ‘그러한 흔적들을 더욱 더 열심히 찾아보고 그들의 존재와 의미를 고찰’해 내야만 하기 때문일 겁니다. 세계사, 아니 한국사가 아니더라도 지금 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디에 서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찾아내고 그 의미를 고찰해야만 할지 하는 고민을 부록처럼 안겨주기도 하는 이 책, <야만의 해변에서>를 감히 추천합니다.


#야만의해변에서 #캐럴라인도즈페넉 #김희순옮김 #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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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브레인 -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김아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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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명사)

사회 집단에 있어서 사상, 행동, 생활 방법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관념이나 신조의 체계. 역사적ㆍ사회적 입장을 반영한 사상과 의식의 체계이다.

- 네이버 어학사전


책 날개의 저자 소개를 읽었습니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특히 정치-신경과학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있다고 합니다. 정치도 어렵고 신경과학은 말해 뭣할까 싶은데, 이를 엮어서 연구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싶은 의구심과 읽기도 전부터 지끈거리는 머리를 먼저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는 뇌를 조사해보면 그 내부에서 정교하고 역동적인 여러 과정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런들은 윙윙거리며 모든 단계를 충실히 따라 활동전위를 발화하고 동기화된다. 이데올로기적 신념은 우리 몸 안에서 비롯되며, 이런 극단적인 믿음의 결과 또한 우리 몸 안에서 감지하고 목격할 수 있다.”

  -p.10, ‘프롤로그-모든 것은 우리 몸 안에서 비롯된다’ 中


표면적이고 가시적인 사회적 현상을 그 저변부에서 찾는 이전의 방식과 차원이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는데, 그 방법이 그 사회현상의 주체이자 연관자인 우리 인간들의 몸 속, 특히 뇌 속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렇게 우리 뇌와 연결된 신경망이 어떻게 몸 바깥의 세상에 영향을 만들어내고, 또 그 몸 바깥의 이유들이 다시 몸 안으로 전달되며, 이데올로기 브레인으로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것들에 대해 깐깐하게(?) 캡쳐해서 단어와 문장에 버무려 맛있는, 자극적이지만 몸에 좋을, 이야기로 펼쳐냅니다.


책은 총 다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우리 뇌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에 반응하는지, 그 진행은 체계는 어떠한지, 또한 그런 뇌와 이데올로기의 순환적 생성의 기원을 탐색하고, 뇌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가 다시 인간의 몸과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끝으로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트랜드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방될 수 있는지 구체적 사례와 실험과정/결과를 통해서 심도 깊게 이야기 합니다.


  “부족한 경제적, 사회적 자원과 관련된 문제를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적 수사의 소름끼치는 효율성을 이해할 단서를 제공한다. 자원의 희소성과 결핍은 우리 안의 인종차별주의, 독단주의, 근본주의, 두려움을 끌어낼 수 있다.”

  -p.309, 


21세기에 접어들어 가시화되고 더 첨예해지는 인종, 빈부, 남녀 간의 갈등과 쌍방을 향한 극단주의적 선동과 움직임들. 이 책을 읽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는 부분들에서 왠지모를 반가움과 동반해서 뒤따르는 해답 없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했습니다. 경제적 양극화, 일자리와 출산율의 끊임없는 추락, 표면적 대화를 증발시켜버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 이용인구와 이용시간의 수직적 상승 등등. 그 반대급부를 열어젖힐 구석이 점점 더 희박해져가는 작금의 세태는 그저 절망하게만 하니 말입니다.


그간 대한민국,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공공연하게 발견되었던 여러 사례들, 법원을 공격하고 불특정 다수를 혐오의 대상으로 돌리고, 슬픔을 당한 유족들 앞에서 폐륜적 행태를 태연하게 전시하는 극단주의로 매몰된 사람들의 뇌 안에 무엇이 들어가있길래 하며 분노했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경직성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반-이데올로기적인 뇌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야 합니다. 그것은 독단주의의 유혹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거부하는 뇌입니다.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이지요.”

  -p.342, ‘에필로그’ 中


매순간 경직된 가치와 규범, 형식과 내용에 저항하는 것, 유유히 떠있는 듯 보이는 호수 위의 백조의 끊임없는 물갈퀴질 같은 태도를 견지해내는 것이라, 저자는 여러 역사적 운동가, 사상가들과의 가상대화를 통해 더 없이 명쾌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브레인 #레오르즈미그로드 #김아림옮김

#어크로스

#신경과학 #극단주의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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