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브레인 -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김아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데올로기 (명사)

사회 집단에 있어서 사상, 행동, 생활 방법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관념이나 신조의 체계. 역사적ㆍ사회적 입장을 반영한 사상과 의식의 체계이다.

- 네이버 어학사전


책 날개의 저자 소개를 읽었습니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특히 정치-신경과학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있다고 합니다. 정치도 어렵고 신경과학은 말해 뭣할까 싶은데, 이를 엮어서 연구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싶은 의구심과 읽기도 전부터 지끈거리는 머리를 먼저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는 뇌를 조사해보면 그 내부에서 정교하고 역동적인 여러 과정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런들은 윙윙거리며 모든 단계를 충실히 따라 활동전위를 발화하고 동기화된다. 이데올로기적 신념은 우리 몸 안에서 비롯되며, 이런 극단적인 믿음의 결과 또한 우리 몸 안에서 감지하고 목격할 수 있다.”

  -p.10, ‘프롤로그-모든 것은 우리 몸 안에서 비롯된다’ 中


표면적이고 가시적인 사회적 현상을 그 저변부에서 찾는 이전의 방식과 차원이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는데, 그 방법이 그 사회현상의 주체이자 연관자인 우리 인간들의 몸 속, 특히 뇌 속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렇게 우리 뇌와 연결된 신경망이 어떻게 몸 바깥의 세상에 영향을 만들어내고, 또 그 몸 바깥의 이유들이 다시 몸 안으로 전달되며, 이데올로기 브레인으로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것들에 대해 깐깐하게(?) 캡쳐해서 단어와 문장에 버무려 맛있는, 자극적이지만 몸에 좋을, 이야기로 펼쳐냅니다.


책은 총 다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우리 뇌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에 반응하는지, 그 진행은 체계는 어떠한지, 또한 그런 뇌와 이데올로기의 순환적 생성의 기원을 탐색하고, 뇌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가 다시 인간의 몸과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끝으로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트랜드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방될 수 있는지 구체적 사례와 실험과정/결과를 통해서 심도 깊게 이야기 합니다.


  “부족한 경제적, 사회적 자원과 관련된 문제를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적 수사의 소름끼치는 효율성을 이해할 단서를 제공한다. 자원의 희소성과 결핍은 우리 안의 인종차별주의, 독단주의, 근본주의, 두려움을 끌어낼 수 있다.”

  -p.309, 


21세기에 접어들어 가시화되고 더 첨예해지는 인종, 빈부, 남녀 간의 갈등과 쌍방을 향한 극단주의적 선동과 움직임들. 이 책을 읽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는 부분들에서 왠지모를 반가움과 동반해서 뒤따르는 해답 없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했습니다. 경제적 양극화, 일자리와 출산율의 끊임없는 추락, 표면적 대화를 증발시켜버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 이용인구와 이용시간의 수직적 상승 등등. 그 반대급부를 열어젖힐 구석이 점점 더 희박해져가는 작금의 세태는 그저 절망하게만 하니 말입니다.


그간 대한민국,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공공연하게 발견되었던 여러 사례들, 법원을 공격하고 불특정 다수를 혐오의 대상으로 돌리고, 슬픔을 당한 유족들 앞에서 폐륜적 행태를 태연하게 전시하는 극단주의로 매몰된 사람들의 뇌 안에 무엇이 들어가있길래 하며 분노했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경직성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반-이데올로기적인 뇌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야 합니다. 그것은 독단주의의 유혹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거부하는 뇌입니다.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이지요.”

  -p.342, ‘에필로그’ 中


매순간 경직된 가치와 규범, 형식과 내용에 저항하는 것, 유유히 떠있는 듯 보이는 호수 위의 백조의 끊임없는 물갈퀴질 같은 태도를 견지해내는 것이라, 저자는 여러 역사적 운동가, 사상가들과의 가상대화를 통해 더 없이 명쾌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브레인 #레오르즈미그로드 #김아림옮김

#어크로스

#신경과학 #극단주의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