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최인아 지음 / 해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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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지음 / 해냄 출판사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이 무슨 꼰대 부장님 같은 제목인가! 이게 무슨 주장 같지도 않은 주장인가 말이다. 월급 받 만큼만 일하고, 회사에 기 빨리지 말고, 최대한 애쓰지 말고 열심히 하지도 말자,가 팽배한 작금의 황금률이자 대세가 된 시대에, 이 무슨 먹히지 않을 문장이냐 말이다. 제목만 보고는 그저 그런 처세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겠거니 하고 별 기대없이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저 유명한 '최인아책방'의 주인이자, <유퀴즈 온더블럭>에 출연한 유명인이 작가라 호감이 가지만, 제목이 주는 성급한 선입견은, 서문과 목차를 지나 서서히 무장해제되었고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치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마침내 앉은 자리에서 책을 모조 읽어내고야 말았다.


우선 딱딱한 처세술이나 꼰대의 라테 타령이 아니라, 폐부를 찌르고 귀에 착착 감겨 몸을 휘감는 현장의 목소리이자 현재의 파단면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책이다.

그리고, 작가가 가진 일에 대하는 투지어린 태도가 절절하게 문장과 행간에 뭍어있는 진정성이 넘치는 책이다.

그래서, 마침내 '생각하는 힘'을 지닌 '자기만의 관점, 시선'이 어떻게 일과 삶에 펼쳐지는 지를 따스한 인생의 선배이자, 현업의 동지로 따스하게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일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차분하지만 분명한 톤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머리가 아닌 가슴이 스르르 녹고 따스해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평소 저는 우리가 타인에게 취하고 배울 것은 그 사람이 가진 관점과 태도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책에 제가 30여 년간 일하며 가졌던 관점과 태도를 풀어놓았습니다. 여러분이 일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실 때 참고가 되고 읽어볼 만하면 좋겠습니다."

에필로그의 이 문장에 마음이 움직이고 호기심이 생기는 이들의 일독을 감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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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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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와의 첫 만남은, 타카쿠라 켄과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 <철도원>의 묘한 감동에 찾아본 그의 단편소설이었다. 이후, <파이란>, <겨울이 지나간 세계>도 찾아보며 제대로 아사다 지로의 이야기에 반해있었다. 그런 그의 최근 출간 소설 <나의 마지막 엄마>는 그야말로 "희"소식. 그런데, 제목이 뭔가 찜찜하다. 마지막 엄마,라니 말이다. 검색해보니, 원제는 <母の待つ里>, 즉 '엄마의 기다리는 마을'이다. 더 미궁이다. 그러닌, 읽어보는수 밖에...


40년 만에 고향을 찾은 마쓰나가 도오루, 정년퇴직과 이혼을 앞둔 무로타 세이이치, 그리고 어머니를 막 여읜 고가 나쓰오, 각자 무언가를 상실한 이 세 사람이 찾는 대놓고 황당한 공간인 '유나이티드 홈타운 서비스'에서 경험하는 그들의 마지막 엄마와의 시간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시나, 아사다 지로 답게, 멀쩡한 현실에 발 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천연덕스럽게 독자를 이끈 곳에 무장해제되어 이야기에 빠져버리고 폭풍감동에 무릎 꿇어버리고야 만다.


스무살에 고향을 떠나온 나로서는, 남다른 태도로 읽어내는 재미와 감동, 안타까움 그리고 오래된 후회가 읽는 내내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경험을 했다. 누구나의 고향과 엄마로 대표되는 근원적 지향이나 아쉬움의 대상을 능수능란한 이야기꾼 아사다 지로의 손에서 멋진 소설도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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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핸드 - 천재 형사의 뉴욕 마피아 소탕 실화
스테판 탈티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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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핸드>

스테판 탈티 지음 / 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실화소설. 거창한 커버와 띠지의 전설적인 마피아에 대항한 세계 최고의 형사의 이야기.

이거 좀 과장과 뽕이 다분한걸? 하며 첫장을 펴들었다. 그런데 이거 왠걸? 차갑다.

저 유명한,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코폴라 감독의 <대부>시리즈나, 만 감독의 <히트> 같은 극적 진행과 반전, 그리고 완벽한 소탕작전! 이런 건 1도 없이, 차갑게 거리를 두고 담담히, 때론 시대적 배경을 훑어내며 몇 페이지씩 지면을 할애하며, 책은 유유히 앞으로 나간다. 

그렇게 읽어내리는데, 신문기사 같이 딱딱하고 무미건조하기 보다, 켜켜히 긴장이 쌓이고, 피로가 쌓이다, 속절 없는 탄식과 환호가 번갈아 들이대다보면 어느새 책은 한가득한 참고문헌 페이지로 마무리된다. 주말 내 붙잡고 푹 빠져 읽어 내는 재미가 쏠쏠한 르포 소설, <블랙 핸드>


이탈리아 이민계 출신 뉴욕경찰, 조세프 페트로시노. 그의 일대기다. 특별히 책 제목이기도 한 이탈리아 마피아 '블랙 핸드'와의 전쟁을 오롯이 담아냈다.

오로지 돈을 위해 잔인한 선택을 서슴치 않는 무리, 그들이 바로 마피아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계파 갈등 속에서도 우애와 의리로 화합하는 그런 마피아는 없다. 절대 없다.

구두닦이 출신의 성공한 '독고다이' 형사 페트로시노의 삶은 어쩌면 태생부터가 마피아와 대적하기 위한 것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그의 삶은 그로 인해 고뇌와 아픔, 상실의 연속이었지만.

책을 읽어내는 동안, 그가 까다로운 사건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밤, 그의 원룸아파트에서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던 <Di Provenza il mar, il suol>을 BGM으로 연속재생해두곤 했다.


"나는 경찰국과 결혼했습니다." 페트로시노는 의식적으로 홀로 되었다. 주변 동료처럼 여자친구도 아내도 없었다. 그 자신의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은 스스로 감당해내기로 작정이라도 한듯.

그러던 그도 마침내 47세 되던 해에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다. 하지만, 5개월 후 그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결국 말이다. 2년 여의 남편으로의 생활, 5개월 여의 아빠로의 삶이 그에게 주어진 가족과의 삶 전부였다. 이토록 범죄와의 전쟁을 불사한 페트로시노 개인의 삶은 기구하고 불행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리고 그의 죽음은 이 세상에 크나큰 유산을 남겼다. 마피아 소탕의 물꼬를 튼 건 물론이거니와, 미국 내 이탈리아 인식 개선의 계기가 되고도 남았다. 

"뉴욕의 이탈리아계 시민들은 어제부로 만물을 포용하는 시민 동지들과 함께할 새로운 연대에 발을 들였다." 그의 장례식에 부친 신문기사는 이렇게 페트로시노의 유산을 적어냈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갈 겁니다." 그렇게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로 떠난 페트로시노는 그의 말대로 되고야 말았다.

어쩌면 그는 워크홀릭이나, 고집투성이 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안다. 이렇듯 우리 역사의 큰 강은 한없이 거슬러 흘러 가는 것 같은 때도 있지만, 이런 누군가의 희생 위에 더디지만 앞으로 유유히 흘러 나아가는 가는 거란 걸.


덧1.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금 검색을 하다보니, 2014년에 페트로시노의 진범에 대한 진실의 조각이 발견되었단다. 그의 죽음 105년 만에.


덧2. 구굴지도에서 그의 이름을 딴 뉴욕 맨하탄의 공원 Lt. Petrosino Square 사진을 퍼왔다. 덕분에 누리는 지금의 평화.


#블랙핸드

#조세프페트로시노

#스테판탈티

#문학동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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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워킹맘 - 워킹맘도 전업주부도 아닌 우리들
전보라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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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엄마들, 전보라, 고하연, 박정선, 이정오,이 스스로를 낫워킹맘이라 규정하고 쓴 글들을 모았다. 사실 이렇게 복수의 저자들의 글들을 모은 책들은 장점보다는 단점, 그러니까 한계가 분명하다. 어떤 출판물이든 요사이는 편집자의 롤이 중요하지만, 이런 책들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4명의 각양각색의 꼭지들이 이질적이지만 닮아있다. 짧은 호흡들을 준비하고 내달리고, 때론 깊이 내쉬는 호흡으로 유유자적 산책하며 쌓여지는 글들이, 어쨌거나 저쨌거나, 엄마들의 그 이야기들은 읽어내게하는 힘이, 재미가 있다. 오래 전 일인 것만 같은 육아의 기억, 힘겨운 밤, 고열로 밤을 지새우며 커뮤니케이션 부재, 불면의 밤들이 이제는 추억이지만, 여전히 전쟁 중인 우리들의 이야기라 내내 좋았다. 곧 지나가리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격려해보지만, 매번 찾아오고야 마는 현타의 순간들을 이들 '낫워킹맘'들은 그렇게 글쓰기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게 아이가 자라고, 그렇게 엄마가 된다.

처음이라 당혹스럽고 난처하지만, 그래서 만나는 감격을 이야기하고...

"수많은 처음을 지나온 내가 아이에게 처음을 가르친다. 아이의 처음을 통해 나의 처음을 다시 만나다. 작은 순간들이 매번 뭉클하고 감격스럽다."
by 고하연

그렇게 삶의 태도를 수정하고 배워내기도 하며...

"이제 나는 나를 빡빡하게 하는 모든 것들을 조금씩 버리려 한다. 청소할 때 정리정돈에 목숨 거느 것을 버리고.... 편안한 쉼이 내게 선물을 주듯, 나도 편안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내게서도 모델하우스보다는 고향 집 같은 냄새가 풍겼으면 좋겠다."
by 박정선

스스로 잃어버린 행복, 그 탄탄한 행복의 모양을 발견하며 성취해가고...

"집안일에 치여 성취의 기쁨과 창조적 노력을 잃지 말자. 큰 돈을 버는 것만이 성취는 아니며, 예술가가 되는 것만이 창조는 아니다. 미뤄왔던 책 한 장을 넘기는 것도 성취이고 오늘 하루를 짧은 글로 정리하는 것도 창조다. 그 성취의 기쁨과 창조적 노력이 켜켜이 쌓이는 것이 분명 행복의 모양일 것이다."
by 전보라

정신없이 달려내다 숨을 고르다, 귀인을 만나며, 나를 배우고 꿈을 찾아 이루어간다.

"얼마 전엔 지역단체에서 지원하는 서점학교를 수료했으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곳도 동네에 있는 작은 책방이다. 머지않아 나의 책방에서 글을 쓸 수 있는 날도 오겠지?"
by 이정오

책의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니, 뒷날개에 적혀진 4명의 작가들 소개에 눈이 갔다. 그녀들은 지금 어디쯤, 어떤 엄마로 살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렴 어떨까?,하며 말이다.

"모든 인생은 날마다 처음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매일 처음을 산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십 대도 육십 대도 오늘은 처음이다.
그러므로 오늘 당장 무엇을 시작하더라도 그 무엇을 실패하더라도 모두 처음이니 아무렴 어떨까."
-이은정, <쓰느 사람, 이은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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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펑크 2077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김현재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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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펑크 2077>

김현재, 민경하, 오경우, 유파랑, 이준, 전삼혜, 진산, 하늘느타리, 호인 지음 / 황금가지


웹소설이 대세다. 웹툰으로 옮아간 만화책의 결핍처럼, 웹소설로 종이책의 설 자리가 위태로워 질 것인가?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황금가지의 '브릿G'는 그 브랜드처럼 꽤나 괜찮은 출판사의 행보로 보였다. 어쨌든, 가벼운 킬링타임 용도가 대부분일 수 밖에 없는 웹소설의 외양을 띄지만, 그 속살엔 근실한 장르문학의 맷집을 품고 있는 브릿G의 컨텐츠들이어서 반가울 수 밖에. 하지만,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는 맛이 아직 좋을 나이(?)인 독자들에겐 언감생심.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번 책 <성리학 펑크 2077>은 꽤 괜찮은 기획이다. 우선, 재미있다. 나 같은 경우, 삼분의 일 지점에서 저녁식사로 멈춘 것 말고는, 정말 주말에 앉은 자리에서 내리 읽을 수 있었다. 

9개의 단편들, 모두 각자의 맛깔난 문체와 독특한 설정, 이야기를 끌고 가는 기세가 좋았고, 장편과 달리, 호흡을 가다듬을 새 없이 내 달리는 구성들이 돋보였다.

서기 2077년, 성리학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그린 표제의 [성리학 펑크 2077]. 풍수지리와 관상학, 사주팔자가 권력과 삶의 기준이된 사회라니 말이다.

폐간을 앞뒀던 '계간 역술'의 1인 출판/편집자의 귀신과의 한판승부(!)를 다룬 <전 세계 지성인이 함께 보는 계간 역술>은, 기어코 살아남을 출판시장을 다룬 메타소설이라 안타깝고 때론 후련하더라. 

그리고, 입영통지서를 받고 사라진 더없이 여성스런 동생 리아와 여성의 몸을 애써 지우려는언니 혜진이, 자매가 되어가는 과정을 쭈욱 따라가는 <자매의 탄생>은 젠더 이슈를 우리 가까이 있는 이야기로 펼쳐보인다. 그외, <상자의 주인>, <살아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나무의 노래>, <샛길>, 그리고 <협담-고양이는 없다>까지, 내달려 읽어도 좋고, 야금야금 한편씩 베어물어도 좋을 단편집이다. 

누군가는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는데, 난 겨울이, 집콕할 수 있는 겨울이 더 독서의 계절이다 싶다. 겨울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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