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핸드 - 천재 형사의 뉴욕 마피아 소탕 실화
스테판 탈티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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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핸드>

스테판 탈티 지음 / 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실화소설. 거창한 커버와 띠지의 전설적인 마피아에 대항한 세계 최고의 형사의 이야기.

이거 좀 과장과 뽕이 다분한걸? 하며 첫장을 펴들었다. 그런데 이거 왠걸? 차갑다.

저 유명한,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코폴라 감독의 <대부>시리즈나, 만 감독의 <히트> 같은 극적 진행과 반전, 그리고 완벽한 소탕작전! 이런 건 1도 없이, 차갑게 거리를 두고 담담히, 때론 시대적 배경을 훑어내며 몇 페이지씩 지면을 할애하며, 책은 유유히 앞으로 나간다. 

그렇게 읽어내리는데, 신문기사 같이 딱딱하고 무미건조하기 보다, 켜켜히 긴장이 쌓이고, 피로가 쌓이다, 속절 없는 탄식과 환호가 번갈아 들이대다보면 어느새 책은 한가득한 참고문헌 페이지로 마무리된다. 주말 내 붙잡고 푹 빠져 읽어 내는 재미가 쏠쏠한 르포 소설, <블랙 핸드>


이탈리아 이민계 출신 뉴욕경찰, 조세프 페트로시노. 그의 일대기다. 특별히 책 제목이기도 한 이탈리아 마피아 '블랙 핸드'와의 전쟁을 오롯이 담아냈다.

오로지 돈을 위해 잔인한 선택을 서슴치 않는 무리, 그들이 바로 마피아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계파 갈등 속에서도 우애와 의리로 화합하는 그런 마피아는 없다. 절대 없다.

구두닦이 출신의 성공한 '독고다이' 형사 페트로시노의 삶은 어쩌면 태생부터가 마피아와 대적하기 위한 것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그의 삶은 그로 인해 고뇌와 아픔, 상실의 연속이었지만.

책을 읽어내는 동안, 그가 까다로운 사건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밤, 그의 원룸아파트에서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던 <Di Provenza il mar, il suol>을 BGM으로 연속재생해두곤 했다.


"나는 경찰국과 결혼했습니다." 페트로시노는 의식적으로 홀로 되었다. 주변 동료처럼 여자친구도 아내도 없었다. 그 자신의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은 스스로 감당해내기로 작정이라도 한듯.

그러던 그도 마침내 47세 되던 해에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다. 하지만, 5개월 후 그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결국 말이다. 2년 여의 남편으로의 생활, 5개월 여의 아빠로의 삶이 그에게 주어진 가족과의 삶 전부였다. 이토록 범죄와의 전쟁을 불사한 페트로시노 개인의 삶은 기구하고 불행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리고 그의 죽음은 이 세상에 크나큰 유산을 남겼다. 마피아 소탕의 물꼬를 튼 건 물론이거니와, 미국 내 이탈리아 인식 개선의 계기가 되고도 남았다. 

"뉴욕의 이탈리아계 시민들은 어제부로 만물을 포용하는 시민 동지들과 함께할 새로운 연대에 발을 들였다." 그의 장례식에 부친 신문기사는 이렇게 페트로시노의 유산을 적어냈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갈 겁니다." 그렇게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로 떠난 페트로시노는 그의 말대로 되고야 말았다.

어쩌면 그는 워크홀릭이나, 고집투성이 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안다. 이렇듯 우리 역사의 큰 강은 한없이 거슬러 흘러 가는 것 같은 때도 있지만, 이런 누군가의 희생 위에 더디지만 앞으로 유유히 흘러 나아가는 가는 거란 걸.


덧1.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금 검색을 하다보니, 2014년에 페트로시노의 진범에 대한 진실의 조각이 발견되었단다. 그의 죽음 105년 만에.


덧2. 구굴지도에서 그의 이름을 딴 뉴욕 맨하탄의 공원 Lt. Petrosino Square 사진을 퍼왔다. 덕분에 누리는 지금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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