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알라딘 서재
l
명예의 전당
블로거 베스트셀러
최근 서재글
이달의 당선작
인기태그
북플
l
알라딘 메인
l
국내도서
외국도서
eBook
중고샵
중고매장
커피
음반
DVD
알라딘굿즈
장바구니
주문조회
나의계정
고객센터
추천마법사
서재통합 검색
통합검색
국내도서
외국도서
eBook
알라딘굿즈
온라인중고
중고매장
커피
음반
DVD/BD
-----------
서재검색
서재태그
마이리뷰
마이리스트
마이페이퍼
서재
나의서재
l
전체글보기
보관리스트
구매리스트
방명록
서재브리핑
l
찜한 글
즐겨찾는 서재
내가 남긴 댓글
누군가가 남긴 댓글
먼댓글 브리핑
서재관리
l
나의 정보
카테고리 관리
레이아웃/메뉴
스킨/디자인
친구
오늘의 마이리스트
방문자 통계
글쓰기
l
리뷰
마이페이퍼
마이리스트
즐겨찾는 서재
l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https://blog.aladin.co.kr/756323163
글보기
l
서재브리핑
l
서재관리
l
북플
-
빨간머리앤
리스트
마이리스트
마이리뷰
마이리뷰
일상
영어공부 다시 시작
마이페이퍼
다 헛되다
학습-사회과목
오늘 하루는....
TV에서 그들은...
다시 충전 하기 위해
방명록
2007
8
powered by
aladin
좋다면 나도 꼭
l
다시 충전 하기 위해
댓글(
0
)
빨간머리앤
(
) l 2017-10-10 14:39
https://blog.aladin.co.kr/756323163/9642681
|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 김중식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나는 세상의 끝에 대해
끝까지 간 의지와 끝까지 간 삶과 그 삶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귀가할 때마다
하루 열여섯 시간의 노동을 하는 어머니의 육체와
동시 상영관 두 군데를 죽치고 돌아온 내 피로의
끝을 보게 된다 돈 한푼 없어 대낮에 귀가할 때면
큰길이 뚫려 있어도 사방이 막다른 골목이다
옐로우 하우스 33호 붉은 벽돌 건물이 바로 집 앞인데
거기보다도 우리집이 더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로 들어가는 사내들보다 우리집으로 들어가는 사내들이
더 허기져 보이고 거기에 진열된 여자들보다 우리집의
여자들이 더 지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머니 대신 내가 영계백숙 음식 배달을 나갔을 때
나 보고는 나보다도 수줍음 타는 아가씨는 명순氏
紅燈 유리房 속에 한복 입고 앉은 모습은 마네킹 같고
불란서 인형 같아서 내 색시 해도 괜찮겠다 싶더니만
반바지 입고 소풍 갈 때 보니까 이건 순 어린애에다
쌍꺼풀 수술 자국이 터진 만두 같은 명순氏가 지저귀며
유곽 골목을 나서는 발걸음을 보면 밖에 나가서 연애할 때
우린 食堂에 딸린 房 한 칸에 사는 가난뱅이라고
경쾌하게 말 못 하는 내가 더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강원연탄 노조원들이다
내가 말을 걸어본 지 몇 년째 되는 우리 아버지에게
아버님이라 부르고 용돈 탈 때만 말을 거는 어머니에게
어머님이라 부르는 놈들은 나보다도 우리 가정에 대해
가계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 하루는 놈들이, 일부러
날 보고는 뒤돌아서서 내게 들리는 목소리로, 일부러
대학씩이나 나온 녀석이 놀구 먹구 있다고, 기생충
버러지 같은 놈이라고 상처를 준 적이 있는, 잔인한 놈들
지네들 공장에서 날아오는 연탄 가루 때문에 우리집 빨래가
햇빛 한번 못 쬐고 방구석 선풍기 바람에 말려진다는 걸
모르고, 놀구 먹기 때문에 내 살이 바짝바짝 마른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내심 투덜거렸지만 할 말은
어떤 식으로든 다 하고 싸울 일은 투쟁해서 쟁취하는
그들에 비하면 그저 세상에 주눅들어 굽은 어깨
세상에 대한 욕을 독백으로 처리하는 내가 더 끝
절정은 아니고 없는 敵을 만들어 槍을 들고 달겨들어야만
긴장이 유지되는 내가 더 고단한 삶의 끝에 있다는 생각
집으로 돌아서는 길목은 쓰레기 하치장이어서 여자를
만나고 귀가하는 날이면 그 길이 여동생의 연애를
얼마나 짜증나게 했는지, 집을 바래다주겠다는 연인의
호의를 어떻게 거절했는지, 그래서 그 친구와 어떻게
멀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눈물을 꾹 참으며
아버지와 오빠의 등뒤에서 스타킹을 걷어올려야 하고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여동생들을
생각하게 된다 보름 전쯤 식구들 가슴 위로 쥐가 돌아다녔고
모두 깨어 밤새도록 장롱을 들어내고 벽지를 찢어발기며
쥐를 잡을 때 밖에 나가서 울고 들어온 막내의 울분에 대해
울음으로써 세상을 견뎌내고야 마는 여자들의 인내에 대해
단칸방에 살면서 근친상간 한번 없는 安東金哥의 저력에 대해
아침녘 밥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제각기 직장으로
公園으로 술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탈출의 나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귀가할 때 혹 知人이라도 방문해 있으면
난 막다른 골목 담을 넘어 넘고넘어 멀리까지 귀양 떠난다
큰 도로로 나가면 철로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기차가
있다 가끔씩 그 철로의 끝에서 다른 끝까지 처연하게
걸어다니는데 철로의 양끝은 흙 속에 묻혀 있다 길의
무덤을 나는 사랑한다 항구에서 창고까지만 이어진
짧은 길의 운명을 나는 사랑하며 화물 트럭과 맞부딪치면
여자처럼 드러눕는 기관차를 나는 사랑하는 것이며
뛰는 사람보다 더디게 걷는 기차를 나는 사랑한다
나를 닮아 있거나 내가 닮아 있는 힘 약한 사물을 나는
사랑한다 철로의 무덤 너머엔 사랑하는 西海가 있고
더 멀리 가면 中國이 있고 더더 멀리 가면 印度와
유럽과 태평양과 속초가 있어 더더더 멀리 가면
우리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세상의 끝에 있는 집
내가 무수히 떠났으되 결국은 돌아오게 된, 눈물겨운.
[출처]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 김중식 (::문학동네::) |작성자 라디비나
댓글(
0
)
먼댓글(
0
)
좋아요(
1
)
좋아요
l
공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프린트 하기
E-mail로 보내기
l
찜하기
먼댓글 주소 :
https://blog.aladin.co.kr/trackback/756323163/9642681
먼댓글바로쓰기
리뷰로 쓰기
페이퍼로 쓰기
리스트로 쓰기
주소복사
ㅣ
소셜 링크 설정
트위터 계정을 알라딘 소셜링크로 설정하시면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상품정보와 나의 서재글을 내 트위터에 편리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소셜 링크 설정
페이스북 계정을 알라딘 소셜 링크로 설정하시면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상품정보와 나의 서재글을 내 페이스북에
편리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서재지수
: 5102점
마이리뷰:
82
편
마이리스트:
14
편
마이페이퍼:
12
편
오늘 0, 총 18545 방문
오늘의 마이리스트
선택된 마이리스트가 없습니다.
최근 댓글
전화연락드려 안내드렸..
먼댓글 (트랙백)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