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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평점 :
23년 차 라디오 방송작가로 글이라면 징글징글하게 썼지만 여전히 글 쓰는 것이 제일 좋다는
저자유선경이 생각하는 보통의 사람, 사랑, 느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란다. 막연히 제목에 끌렸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내 얘긴가? 가슴 한 곳이 뜨끔하기도 했다.
가족들에게 소심한 사람에 대한 글을 읽어주니 모두 자기 얘기란다.ㅎㅎ
우리 가족은 모두 소심해서 섬세한 소극적 평화주의자들인가 보다.
남들 눈에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끼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어 좋다.
소심한 사람은 섬세한 사람입니다.
타인의 말과 표정, 행동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이야깃거리가 풍부합니다.
소심한 사람은 상대가 편해야 비로소 자신이 편해집니다. 그래서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상대의 편함을 우선적으로 배려합니다.
자신이 배려한 만큼 남도 자신을 배려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대놓고 요구하지는 못 해서 혼자 서운해할 때가 많습니다.
자기 주장을 목소리 높여 하기보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습니다. 그렇게 들은 말을 오래도록 기억합니다.
집에 돌아온 후에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한 번 더 생각합니다.
가끔은 내가 왜 그때 제대로 응수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기도 합니다.
조심성이 많아 위험감지능력이 뛰어나지만 알면서도 당하는 수가 많습니다. 거절하거나 거부하는 데 능숙하지 못 해서입니다.
그래서 홀로 상처받고 다시는 상종 말아야지 다짐했다가도 상대가 용서를 구하면 '그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 거지'하고 이해합니다.
소심한 사람은 비록 간디처럼 앞장서지는 못해도 세상이 평화롭고 조용하기를 바라며
그를 위해 자신의 불편함과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는 소극적 평화주의자입니다.
<소심해서 그렇습니다>를 읽으며 유선경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사람 좋은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소소한 일상 속에 느끼는 보통 사람의 사랑, 행복, 감사, 배려, 불안, 원망, 갈등의 이야기들도
무덤덤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어 주는 글들이다.
요즘같이 가을 햇살 좋은 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마주 보기에 참 행복한 책인 것 같다.
P. 56
분명히 내 손안에 있었는데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져버린 것이 적지 않습니다.
시간이 그렇고, 기회가 그랬습니다.
P.72
"너무 따지지 마. 당장은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착한 마음을 선택했을 때 후회가 없었어."
"무엇이 옳은 것인가. 어느 쪽이 미래를 향한 것인가.
어느 쪽이 밝은가.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무엇이 나와 다른 사람을 함께 행복하게 하는 것인가."
P. 80
빨리빨리를 외치는 주변의 속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대로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많이 먹는 것보다 맛있게 먹는 것이 더 좋아서입니다.
그의 기준은 남들이 아니라 자기 자싱입니다.
그런 모습이 모자라 보이고 답답해서 주변의 사람들은 그의 등짝을 앞으로 떠밀고 싶어 하지만
누가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지는 두고 봐야 알입니다.
빨리 갈 것이냐, 제대로 갈 것이냐
속도에 맞출 것이냐. 방향을 맞출 것이냐
이런 것을 선택할 때 최우선적으로 제외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남들'입니다.
그들 중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도 책임지지도 않으니까요
P.114
인생이 뒤죽박죽인 것 같다면,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면,
아무래도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깨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내가 틀렸다."
온몸을 짓누르는 무게로 반성과 책임을 져야 하는 말이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진짜 인생이.
부서졌기에 빛날 수 있는 찬란한 인생이 시작될 수 있겠지요
P.138
우리가 그렇게나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오로지 거울을 통해서만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거울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
어려서는 부모,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 회사에서는 동료들
그리고 결혼해서는 배우자와 자녀들입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형편없다면 실제 모습이 어떻든
패배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반대로 겨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애정과 신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실제 모습이 다소 부족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무얼 해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연륜이 더해지면
그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그때까지는 우리, 누군가의 거울 역할을 잘 해주어야 합니다.
내게 다가와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아직 어린 그들에게
나는 제대로 거울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P.165
점점 더 좋은 사람으로, 점점 더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기쁜 선물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