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라는 헛소리 2 - 세상을 홀린 사기극, 유사과학 과학이라는 헛소리 2
박재용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이라는 헛소리 2>는 전작의 관심과 격려에 힘입어 좀 더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주제를 다뤄싶은 마음으로 출간되어 되었는데, 유사과학에 관한 이야기, 사회적 혐오와 배제에 대한 이야기, 과학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는 측면과 과학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과학계의 흑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자격을 잃은 과학자'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유사과학'은 우리가 과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고의로 퍼트리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사과학을 비판하고 그 속에 숨겨진 욕망을 파헤쳐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며, 동시에 전문가 집단들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특히, 과학과 맞닿아 있는 영역 중 아직도 다루기 조심스러운 부분들인 프레온가스, 한의학, GMO, 비료와 농약, 천연섬유와 화학섬유 등의 문제들은 우리 삶의 아주 중요한 지점을 파고드는 위험한 유사과학이 존재하는 곳들이기도 하다.

'다름'이 '틀림'이 되어버리는 정상과 비정상, 장애의 유사과학과 함께 그 배후의 지배를 위한 유사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며, 혐오와 배제에는 과학적인 배경이 없음이 널리 알려져 조만간 오래되고 잘못된 고정관념과 거짓 뉴스들이 밝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과학자 개인의 욕망과 사회의 욕망이 과학 윤리를 어김으로써 발생하는 무서운 일들을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은 잊지 말고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단연코 욕망의 유사과학이 넘실대는 곳은 다이어트라 하겠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일 것이다.

사람들은 살이 찌는 이유를 모르지 않지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주변에 너무나 많은 유혹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특정 부위의 지방만을 제거하는 것은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발달이 이것을 가능하도록 만들었으니, 첫째, 지방 흡입법, 둘째, 지방분해주사, 셋째, 복부지방 제거용 초음파 치료다.

이런 방법은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효과도 일시적이어서 영구적으로 지방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강제로 지방을 분해하는 시술은 당장 삶에 불편함이 있는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것인데, 요즘의 비만 클리닉에서는 누구나 이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살을 뺀다는 것은 지방세포 안의 지방을 끄집어내어 없애버리는 것이다.

지방이 나오려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포도당과, 근육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라는 탄수화물이 사라져야 한다.

이들 포도당과 글리코겐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해 태우거나, 먹지 않음으로써 이를 공급하지 않는 것이다.

현제 우리나라 식욕억제제로 허가받은 의약품 성분들은 모두 신경 흥분제 계열로 효과는 확실하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처방이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하고, 그 경우에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라 권하는 약품이다.

결국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 있는 몸매' 보다 '몸매에 대한 균형'이라 하겠다.

조금 덜먹고, 조금 더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21세기 과학이 알려주는 가장 좋고 정확한 다이어트 방법이며, 인간 본연의 욕망을 이용해 사회를 현혹시키는 유사과학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는 예로부터 세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었는데, 비료 문제, 해충 문제, 그리고 잡초다.

생물학과 화학기술의 발달로 농약이 개발되었는데, 농약은 일손을 덜어주고, 뿌리면 해충을 죽여주고, 잡초도 말라죽게 했다.

합성비료, 농약, 농업용 기계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농업인들은 주요 작물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식료품의 가격도 낮아지게 되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녹색혁명이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고마웠던 합성비료는 토양에 심각한 문제를 주고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를 낳게 되는데, 주변 하천과 바다에서는 녹조현상이나 적조현상이 일어나고 해양 오염도 심각해지고 있다.

비료나 농약이 주는 폐해가 적지 않다 보니 합성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농법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유기농 농산물의 경우, 다년생 작물은 3년, 나머지는 2년 이상의 전환 기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작물에게만 붙여지는 까다로운 기준이며, 친환경 농업의 경우, 인력 소모가 크고 그만큼 가격이 더 비싸서 식비 부감이 가중되기도 하는데 친환경(non-GMO) 표시가 붙은 두부는 일반 두부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편이다.

그래서 가난 이들은 기존 농법으로 재배된 식재료를 먹고, 부유한 이들만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식재료를 먹게 된다면 이 또한 모순이 아닐까.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우리가 입는 옷은 보통 천연섬유와 합성섬유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대부분 합성섬유보다는 천연섬유가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과연 그럴까?

전체 섬유 생산량 중 합성섬유는 65.8%, 면은 27.2%, 레이온 아세테이트 5.7%, 양모 1.24% 등을 차지하고 있으면 비단이나 마 등은 생산량이 극히 미미하다.

면은 대표적인 천연섬유다.

그러나 면은 대표적인 GMO 작물이며, 목화를 재배하는 데는 엄청난 물과 살충제가 필요로 한단다.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11살에서 17살 정도의 아이들이 강제 동원되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면화를 면섬유로 만드는 가공 과정을 거치는 동안 표백과정에서 다이옥신이, 수지 가공 과정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되며, 방축 과정에서는 액체 암모니아가 사용되고 수징 오염을 일으키는 염색 과정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도 끊임없이 일자릴 찾아 몰려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의류 시장을 2배 이상 성장했고, 옷의 실제 가격을 떨어졌다.

우리는 더 쉽게 옷을 살 수 있게 되었고 더 쉽게 버리게 되면서, 어떤 이들은 면섬유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옷감'이라 부르기도 한다.

천연섬유인 레이온, 즉 인견의 경우 가공 과정이 굉장히 위험해 노동자들의 산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모직물 또한 양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축산폐수가 발생하는 등 친환경적이 않을 뿐만 아니라 사육과정에서 양에 대한 학대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오리나 거위 깃털을 얻기 위한 학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합성섬유는 대부분 석유로 만들어지는데, 가장 큰 문제는 합성섬유는 세탁기로 세탁하면 '미세섬유'라는 매우 작은 섬유 가닥이 나온다는 것이다.

현미경으로 겨우 보이는 이 작은 섬유 가닥은 일종의 플라스틱으로 요사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해양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미세 플라스틱이라 할 수 있다.

미세섬유는 워낙 작아서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도 않고 바다로 그대로 유입되고 바다생물에 흡수되어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합성섬유는 소각할 수도 없다.

소각하면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 물질이 엄청나게 나오고 이산화탄서도 다량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합성섬유나 천연섬유냐가 아니라, 과다 소비가 문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패스트패션(SPA)이 유행인데 패스트푸드에서 유래한 말로 유행에 따라 빠르고 값싸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옷 들이다.

자라, 망고, 유니클로 등이 대표적으로 당시의 유행을 따르고 가격이 싸니, 유행이 지나면 쉽게 버려지기도 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합성섬유나 천연섬유나 모두 문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과다하게 많은 옷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된다는 점이다.

의류 구매량을 줄이고, 이미 구입한 의류를 좀 더 오래 입고, 버릴 때는 재활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임을 명심하자!


결국 개인의 무지가 유사과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유사과학을 만든다.

지배자들의 통치 욕망, 다수의 소수에 대한 배제의 욕망, 기업의 이윤을 향한 욕망,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의 욕망이 유사과학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 자신이 속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라도 비판적인 고찰과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함을 깨달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런치 연재, 주요 일간, 주간지 칼럼 기고, 서울시 정책 관련 인터뷰어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와 콘텐츠 기획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저자는 스타트업 투자 회사에 일하면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길을 직접 만들어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받으며 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장의 승진이나 이직이 아닌 10년, 30년, 50년 동안 공유한 경쟁력을 기르며 일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한다.

취업하고, 승진하고, 연봉 올리는 것 외에도 일에 관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선택이, 해야 할 고민이 무궁무진함을 깨닫고 이 책을 쓰게 되었는데, '회사를 바꾸거나 그만둔다고 해도 끝나지 않을 고민들'에 대해 좀 더 자주 진지하게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한다.

일과 관련된 모든 고민에 "때려쳐~"나 "이직해~"로 결론내는 것보다 각각 고민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에 준비하거나 시도해 볼 수 있는 옵션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일의 중심을 '나'로 바꾸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충분히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과 관련된 고민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회사를 그만두거나 옮기면 해결되는 고민과 그렇지 않은 고민으로 고민의 내용은 사람마다, 조직마다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다.

굳이 이런 기준으로 분류한 것은 꽤 많은 사람들이 일과 관련된 고민의 원인이나 해결책이 모두 '회사'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고민에 대한 답이 회사에 있을 수도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나치게 회사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회사는 우리가 일을 통해 뭔가를 얻기를 기대할 때 그를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 중 하나일 뿐(물론 중요한 수단이다), 회사가 우리의 전체 에너지를 관장하는 존재는 아니다는 것이다.

더 높은 연봉을 얻기 위해, 인정을 받기 위해, 평판을 얻기 위해, 명예를 갖기 위해 어느 정도 내 것을 내어주고 포기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모든 게 다 '나를 위해서'다.

나를 위해 하는 일이 나를 잡아먹지 않도록, 나를 최우선에 놓으면서, 나에게 중요한 것을 나답게 얻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알아나가면 좋을 것 같다.


조너선 레이먼드는 <좋은 권위>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가리켜 "기업이 제공하는 보상이 어떤 의미인지 꿰뚫어보는 세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가 리더의 권위가 아니라 자신의 권위를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오직 '나'를 위해 일하는 첫 번째 세대라 하겠다.

회사를 대상으로 '충성'이라는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공감하고, 회사에 적응하고 업무에 익숙해질수록, 이 회사에 다니는 것이 나의 발전과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비판적으로 질문하며, 나는 회사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도 자주 성찰한다고 한다.

영원히 좋은 회사는 없다.

회사가 아무리 좋더라도 이곳에 영원히 머물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회사가 나를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줄 거라고 기대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런 생각을 하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회사의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이 심해지면 가장 먼저 자리를 비워야 할지도 모른다.

한번 소속되면 영원히 가는 관계가 아닌, 서로의 성장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관계를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일과 불화하지 않으면서 평생 일할 수 있는 방법, 일과 내가 좀 더 평등하고 원활하게 관계 맺기 위한 방법, 일 말고도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들을 든든히 갖춰놓아야 한다.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에서는 실제로 회사 밖에서의 새로운 옵션을 찾아 시도하면서 일의 중심에 '나를 두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말하는 '6시 이후의 삶'이란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일하고 그 이후의 삶을 '진짜 나'로 채우는 방법으로, 이 책을 통해 다양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 중인 한시연 씨는 6시 이후에 직장인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교육 콘텐츠 기업에 근무 중인 김가영 씨는 6시 이후에 펍 '취향로 3가'를 운영한다.

국내 기업 시스템 개발팀에 근무 중인 신원섭 씨는 6시 이후에 소설가로 활동한다.

금융회사 마케팅팀에 근무 중인 조송재 씨는 6시 이후에 커뮤니티 '해라! 클래스'를 운영한다.

대학 겸임교수인 백영선 씨는 6시 이후에 커뮤니티 '낯선 대학'을 운영한다.

IT 회사 마케팅팀에 근무 중인 이승희 씨는 6시 이후에 독립출판, 커뮤니티로 활동한다.

협동조합에 근무 중인 배희열 씨는 퇴근 후에 화가, 캘리그라퍼로 활동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수진 씨는 퇴근 후에 젠더 교육 연구회 '아웃박스'에서 활동한다.

작가 겸 칼럼니스트인 박상현 씨는 퇴근 후에 번역가, 강연자 등으로 활동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나 딴짓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퇴근 후에 또 일을 한다고?!”, “너무 힘들지 않나?”, “어떻게 저걸 다 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힘들긴 하지만, 행복하고 내가 나로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어쩌면 사업도 비슷한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자기 사업을 하는 이들이 감내하는 고통과 스트레스의 크기는 매우 커 보이지만, 그들은 단기적인 즐거움 대신 장기적으로 얻게 될 가치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힘들고, 피로하고, 스트레스받는 그 환경이 어떤 사람에게는 개인적인 행복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과정으로, 기꺼이 감수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

- p.111 < '조금 더' 힘든 대신 '훨씬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우니까>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담 - 글에 대한 담론, 불편한 이야기
우종태 지음 / 예미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읽는 사람의 철학에 따라 많이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냥 글담(글에 대한 담론)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불편한 이야기라는 수식어를 달았다는 것은 어쩌면 독자가 불편해할 것이라는 것을 저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각오하고 책을 쓴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책 내용은 다소 불편한 이야기를 상호 연관성 없는 주제들로 풀어내었고, 그 이야기 속의 주요 단어를 한자의 어원과 원시 한자(갑골문자)의 의미로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낯설고 싼 느낌의 '썰자'로 표현하고 있는데 '썰자'라는 표현답게 저자는 한자를 썰어서 그 원초적인 뜻을 설명한다.

썰어서 설명한 내용 중에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고 그래서 더 불편했는지도....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 제사 문화에 대한 내용이다.

썰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제사와 차례를 드리지 않고 있다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3년 상은 고려 시대부터 시작된 문화인데 고려 말기 정몽주가 3년간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한 이유가 공자의 어록인 '논어'에 3년 상에 관한 내용이 있어서 천자의 상례에나 어울릴 수 있는 것을 일반인이 모방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점에서 정몽주 후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 속에서 제사의 한자의 어원들을 풀어 설명하고 있는데, 정말 이런 뜻이 있어나 싶은 충격적인 느낌을 받게 되었다.

단어를 부분적으로 썰어서 원초적인 내용을 알게 되니, 뜻도 모르고 그냥 사용했구나 싶은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글'에 대해서도 발음 기호에 지나지 않는 글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지나치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한자 이름을 짓고, 한자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그 한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크게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한자에 대한 몰이해는 사용하는 어휘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로 이어져 결국 대충 생각하는 민족이 될 수 있기에 한자 전용 법제화는 다시 고려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글공부를 위한 책이라고 했지만 한자를 썰어서 뜻풀이하는 분량이 많지 않고 저자의 다소 주관적인 내용들로 지면이 채워져 있어 조금은 아쉬웠다.

저자의 원시 한자 공부와 그 성과의 결실을 또 다른 책에서 알차게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노승대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는 사찰 곳곳에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 상상 속 또는 전설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책으로 사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사찰 안내서라 하겠다.

요즘은 '문화해설가'가 있는 곳들도 제법 있어 미리 예약을 하면 문화재 안내서나 관광안내 책자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사찰에 한해서 진행되다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했었는데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을 통해 사찰 구석구석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이 책은 사찰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도 아니고 사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각, 불상, 탑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오랫동안 사찰에 다녔어도 자세히 눈여겨보지 못하면 알지 못하는 사령과 사신(거북, 호랑이, 용), 육지와 수중 생물(물고기, 게, 수달, 토끼, 돼지, 코끼리, 사자), 상상과 전설의 주인공(도깨비, 장승, 악착보살, 야차, 가릉빈가, 삼신할미, 신선, 꽃과 풀(연꽃, 모란, 포도, 매란국죽) 등 사찰 구석구석에 숨겨진 이야기들 풀어낸 책으로 사찰의 숨은 매력을 전해주는 책이다.

절에 이렇게 많은 상징들이 숨겨져 있었나 놀랍기도 했고, 그동안 궁금하기도 했던 것들에 대해 알 수 있어 유익하기도 했다.

또한 이런 상징물 중 사자, 용, 코끼리, 가릉빈가처럼 인도나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들어온 동물과 전설 속 주인공도 있고, 호랑이, 도깨비, 삼신할미처럼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산신 사상)이 불교와 합쳐지기도 했다.

유교나 도교에 영향이라 할 수 있는 매란국죽, 신선 들의 모습도 사찰에 등장했다는 게 인상적이었고, 민화에 나오는 게, 포도, 토끼, 거북이 같은 벽화들도 남다르게 여겨졌다.

돼지의 경우, 화재를 막아달라는 바람 때문에 절집에 보초를 서고 있는 동물이란 것도 재미있었다.

상징물 각각의 사연을 풀어주고자 불교 경전,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 다른 종교의 이야기들도 등장하며 역사적인 이야기와 지역에 대한 이야기들도 가득 차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는 사찰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400여 장의 컬러 사진과 함께 보여주며 그 내력에 대해 여러 사연들을 들려주는 무척 친절한 사찰 안내서다.


거북은 수신(水神)의 상징이기도 해 법당 건물이 오래도록 화재 없이 장수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절집 건물에 자주 등장한다.

무거운 것을 잘 지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은 절집 안 곳곳에 숨어 있는데, 주춧돌에 새겨지고, 축대에도 새겨지고, 법당 안에도 나무로 조각되어 천장에 부착되기도 하며 스님의 승탑(부도)에도 새겨진 경우도 있다.

특히 법당의 축대 양쪽 아래에 마치 법당을 지고 있는 듯이 두 마리 거북을 배치한 사찰도 있다.

법당 수미단 양쪽 아래에 배치돼 수미단을 지고 있는 두 마리의 거북도 발견된다.(청도 운문사 관음전 수미단)


호랑이가 사납고 용맹해 삼재(三災)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단다.

법당 좌우에 용과 호랑이를 배치하거나 일주문 위에 설치하며 수호신의 성격과 함께 삼재를 물리치고 오복을 받아들이는 의미로 부여했다고 한다.

(개암사 대웅보전 처마에 있는 백호와 청룡, 창원 불곡사 일주문 좌우에 있는 용과 호랑이)조선시대 불교가 쇠락하자 절은 백성들을 절집으로 이끌기 위해 산신, 칠성, 용왕을 삼성각에 따로 모시기 시작했다.

절집 안에서 가장 흔하게 호랑이를 볼 수 있는 곳은 산신각이다.

호랑이는 산신이나 산신의 사자(使者)로 절집의 산신탱화나 무속의 산신도에 그려졌는데, 호랑이는 산에 사는 영물로 산신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산신의 사자로도 믿었기 때문이다.

나한전에 가도 호랑이를 길들인 고양이처럼 귀엽게 다루고 있는 나한님을 흔히 볼 수 있으며 나한 탱화에도 많이 등장한다.


인도불교에서의 나가(Naga)는 중국으로 들어와 뱀의 몸을 가진 신령한 용으로 변하는데, 부처님을 보호하는 호불용, 부처님의 법을 지키는 호법용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다.

법당 부처님 머리 위 닫집 안에는 반드시 호법용이 등장하는데, 닫집은 부처님이 살고 계신 궁전을 의미하는 걸로 적멸궁, 내원궁, 도솔궁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보개(寶蓋)라고 해서 부처님을 보호하는 보배로운 덮개 역할을 한다는 의미란다.

(익산 숭림사 보광전 닫집, 완주 화암사 극락전 닫집, 논산 쌍계사 대웅전 닫집, 부안 개암사 대웅보전 닫집)


절집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동물은 물고기가 으뜸이다.

가락국의 왕비 허황후와 관련된 쌍어문양이 있는데 김수로왕릉인 납릉 정문 문설주 위에 피사 석탑을 가운데 두고 두 마리 물고기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그림이다.

고기 어(漁) 자가 들어간 고찰인 김해 신어산, 옛 가야 지역의 만어사, 부산 금정산 범어사, 포항 오어사 등도 물고기와 얽힌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목어(木魚)와 목탁(木鐸)은 어느 사찰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법구다.

목어는 나무를 기다란 물고기 모양으로 깎고 아랫배 부분을 깊게 파낸 후 아침저녁으로 예불 시작 전에 두 개의 둥근 막대기로 두드리면서 수중 중생들도 모두 해탈할 수 있기를 발원하는 중요한 법구로 사찰의 범종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목탁은 일상의 법구로 쓰기 위해 목어를 휴대하기 편한 형태로 작게 변화한 것이다.

목탁의 양쪽에 있는 둥근 구명은 물고기의 두 눈이고, 두 구멍을 연결한 직선 홈은 물고기의 입이며, 손잡이 부분은 물고기의 꼬리 부분이 된다.


이 책은 사찰 안의 '보물 찾기'다.

위에서 거북, 호랑이, 용, 물고기 4가지 상징물에 대해서만 살짝 소개를 했지만 더 많은 상징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쉽게 찾을 수 없으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것도 있다.

불국사 현판 뒤 멧돼지처럼 찾기는 힘들지만 우연히 발견돼 모두가 찾는 '보물'도 있지만, 대개는 아무리 절집을 많이 다닌 사람들도 찾기 힘들 곳에 숨어 있다.

때로는 사찰의 주지 스님조차 행방을 모르는 동물과 식물이 즐비하다고 한다.

완주 송광사 천장의 게나 거북 그리고 물고기는 아무리 법당을 드나들어도 찾기가 힘들며, 김해 은하사의 어변성룡은 30년 이력의 법당 보살도 찾지 못한 보물이고, 풀숲에 가려진 여수 흥국사 대웅전 기단의 게는 절에 사는 스님도 처음 본다고 말한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찰에 숨겨진 보물이 궁금하고 직접 찾아보고 싶다면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를 꼭 참조하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은 묻혀 있는 진실을 발굴하고 마직막 한 조각까지 짜 맞추며, 공익 탐정으로 탐사보고의 길을 개척해온 한 탐사 저널리스트의 분투기이며 성장기다.

저자가 진행하는 JTBC 탐사 고발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외에도 방송사별 다양한 탐사 고발 프로그램들도 두루 챙겨 보는 편이지만 늘 불편하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함께 분노하고 안타까워하지만 절대 무관심해선 안된다.

"세상은 무관심으로 파괴된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직접 마주한 현장은 생각보다 참혹했고 그곳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울고 있었다 한다.

밝혀진 진실이 우리를 할퀴더라도 그 진실을 확인하지 않는 의혹보다는 값진다는 것을 기억하고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탐사 저널리스트란 어두운 곳이나 억울한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추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로스트 타임 Lost Time'은 몇몇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로스트 타임, 또는 로스 타임으로 정상적인 플레이 외에 어떤 이유 때문에 지체된 시간을 말한다.

이런 시간은 사법과 정치, 경제에도 출몰하는데 무지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누군가의 시간은 사라지게 된다.

그 누군가는 가슴을 치고, 그 목소리는 사라진다.

이런 면에서 로스트 타임은 지체된 시간이자 잊힌 시간이다.

누군가가 반드시 돌려줘야 할 시간, 탐사 저널리스트는 사라진 누군가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직업이기도 하다.


낯선 부정을 대면할 때 공포나 분노를 느낀다.

낯선 부정이 스스로를 이길 때 공포를,

낯선 부정을 이길 때 분노를 느낀다.

탐사의 가치는 공포를 분노로 바꾸어

정의를 불러내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탐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마주한 사건의 기록이자 치열한 반성이라 말한다.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30여 건의 사건과 그만큼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므로 '작은 현대사'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세상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이면을 담으려 노력했으나 내세울 만한 취재 성과보다는 로스트 타임을 대면한 기록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한다.

그러나 비록 늦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로스트 타임(상실의 시간이자 회복의 시간)을 줄 수 있기에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으려 한다.

우리 정치와 언론은 지난 국정 농단 사태에서 값진 교훈을 얻었다.

주요 인사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고,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격돌하며,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우리는 측근의 그림자에 눈을 감았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쓰러져 가는데도 단순히 괴질을 앓을 뿐이라며 한동안 발을 뺐다.

버젓이 '만들어지는' 간첩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나태해서, 네거티브 공세가 두려워,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검증 대열에 서지 않았다.

공동체는 탐사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탐사를 해야 하는가 그 이유를 묻는다면 조금이라도 로스트타임을 줄이기 위해서, 나중에 후회하면서 더 튼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탐사의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굳게 믿고 진실을 추구하고자 한단다.

"어떤 진실도 확인하지 않은 의혹보다 값지다."(아서 코난 도일)

이 책이 저널리즘에 관심이 있거나 세상을 좀 더 깊고 정확히 보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으며, 본문 곳곳에 배치한 '탐사 금언'과 '탐사 노트'도 함께 읽어보길 권하고 있다.

'탐사 금언'의 경우 사건과 너무도 적절히 어우러지는 말들이라 소름이 돋기도 했는데 두고두고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금언'이었다.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과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통해서라도 세상을 보는 눈이 한 치라도 깊고 예리해졌으면 한다.


-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한 사람을 깨울 수 없다 (바바 하리 다스)

조두순 사건으로 본 감형의 조건과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과 살인 공소시효, 김학의 법부 차관의 '별장 성폭행 의혹 사건', 서지현 검사 '미투'폭로, 임은정 검사의 검찰 폭로를 통해 법을 적용받지 않은 법 진행자인 검찰 조직에 대해 이야기한다.

"검찰은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기관이지 법을 적용받는 기관이 아니에요.

그 법을 집행할 의지가 있는 실질적으로 지휘권을 가진 분들이 내부에서 갑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스스로 자제해야 하거나 또 다른 갑을 만들어야 하는데, 또 다른 갑은 없고 최상의 갑이 그 직을 하는 거니까 브레이크가 없어요."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한 사람은 깨울 수 없다.

더 이상 잠든 척할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검찰이 이제 비로소 잠이 깬 척하면서 눈을 뜨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요."

-임은정 검사-


- 진실을 땅속에 묻으면 더 큰 폭발력을 축적한다(에밀 졸라)

버닝 썬 사건의 천태만상 속 유착의 고리,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침묵의 카르텔, 십상시 문건이 고백하는 대한민국의 권력 서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묻혀버렸던 '조순제 녹취록'을 제대로 검증했더라면 최순실 게이트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으며 최고의 권좌인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치열한 검증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바로 과거다" (바이런)


- 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순자)

촛불 혁명의 아주 멋진 순간(분노와 난폭의 차이)과, 정유라가 탄 말을 추격하는 기수들, 대통령 탄핵의 전말에 관해 이야기한다.

2016년 연말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군주민수'는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이니, 강물은 배를 띄우지만, 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순자를 인용한 말이다.


-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자로의 <세월X>가 뚫은 물길을 통해 음모론의 탄생 공식과 재난의 올바른 수습이 필요한 이유, 팩트 없는 진상의 허상으로 다시 가라앉은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건 취재를 하며 터득한 음모론의 탄생 공식은 "음모론 = 대사건(부실 정보 x 국가 불신)"이다.

"누군가 세상의 진실을 자세히 밝히려고 할 때, 이것을 방해하려는 자들이 들이대는 논리가 음모론이다."(놈 촌스키)

권력이 부패하고, 정보가 부실하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는 놈 촌스키의 촌철살인이 빛을 발할 것이다.

<세월X> 다큐 제작에 근 2년의 노고를 들인 자로는 참사의 비극성을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하게 공감한 측면이 있다며,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자녀 때문이라 밝혔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입니다. 이런 참사를 대충 마무리하는 사회에서 아이가 살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악행 그 자체보다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파괴된다(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독을 뿜어낸 가습기 살균제 대참사와 루게릭병 환자 박승일과 나눈 편지, 서울에서 가장 큰 저소득층 밀집 지역인 달동네 난곡에서 빈부 문제를 탐사했던 '난곡 리포트'를 통해 2가지 가난에 대해 이야기한다.

1990년대에 가습기 살균제라는 악마의 물질이 이 땅에 탄생한 뒤 근 20년 가까이 우리는 그 위험을 미처 알지 못했다.

전 국민의 22퍼센트가 이 악마의 물질을 썼다.

임산부나 신생아가 다수였다.

대참사를 둘러싸고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19곳 이상의 기업, 9곳 이상의 정부기관, 국회의 3개 상임위와 2곳 이상의 대학이 관여돼 있다.


- 악인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다(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이영학이 쓴 인간의 가면 벗기기, 황우석 신화와 과학 정치화의 덫, 지옥과 같았던 지존파의 살인공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금니 아빠'에서 흉악한 살인자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영학의 '인간 가면'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되돌려보면 그를 먼저 검증하고 피해자 김 양을 살릴 기회는 많았다.

천사로 포장된 사이코패스! 우리가 방심한다면, 제2, 제3의 이영학은 반드시 나타난다.

"죄는 처음에는 거미집의 줄처럼 가늘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배를 잇는 밧줄처럼 강해진다." (탈무드)


- 우리는 언제든 모비딕과 마주칠 수 있다(소설 <모비딕>)

5.18 보도와 기자의 진실, 감시 사회를 감시하는 자, 만들어진 간첩들을 통해 정보 기간의 변신은 유죄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1990년, 노태우 정부 때 보안사가 작성한 대규모 민간인 사찰 내역 공개의 주인공인 24세의 윤석양 이병.

그는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 입대와 동시에 서빙고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민을 당했다고 한다.

보안사에 억류되어 있던 80여 일 동안 보고 들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민간인 사찰 파일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경계가

느슨한 틈을 타 파일 몇 권과 플로피 디스켓 한 뭉치를 집어 들고 도주한다.

세상 밖으로 알려진 민간인 사찰 자료에는 야당 정치인과 종교, 언론, 학계에 이르기까지 총 1,303명의 색인 카드가 저장돼 있었는데, 색인 카드의 용도는 '청명계획'으로 깨끗이 청소해서 밝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계엄령을 대비해 미리 만든 일종의 체포 계획이었다.

윤석양의 폭로 이후 보안사는 '국군기무사령부'로 명칭이 바꾸고 보안사의 성격을 완전히 바꾼 것이라 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거의 없었다.

2002년 5월 고 한단석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돼 간첩 누명을 쓴다.

1994년 무려 5년 동안 그를 사찰했다는 수사관은 "집중 관찰을 하는 동안 한 교수가 간첩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아, 한 교수에게 미안했죠."라고 말한다.

그리고 2017년 첫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무렵, 기무사에서는 위험천만한 문건이 작성된다.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8쪽짜리 보고서와 67쪽에 달하는 세부 계획이었다.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촛불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평화시위를 벌였는데, 문건은 이 시위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집회로 규정하고 계업 수행군을 미리 상정해놨고, 전국적으로 어디에 배치하고, 서울은 어디 어디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었다.

2018년 청와대는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7년 만에 기무사를 해체한다고 선언한다.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고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지만 과거는 미래의 점쟁이다.

과거만 보면 미래가 믿음직스럽지 않다.

언제나 권력은 정보에 굶주려 있다.

그런 바다에서 '모비딕'은 언제나 출몰할 수 있다.

"속지 마라.

정보기관의 변신은 간판 바꿔 달기일 가능성이 크다." (모비딕)


- 두 도시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 (소설 <두 도시 이야기>)

10년 만의 평양 취재, 대동강변의 변화 탐사, 북한 녹화 사업의 두 얼굴을 통해 통일을 이야기한다.

통일은 이기고 지는 승부의 세계가 아니다.(백범 김구)


- 진실도 때로는 다치게 할 때가 있지만 머지않아 치료받을 수 있는 가벼운 상처다(앙드레 지드)

북한 식당 종업원의 인권,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한 강력한 대북 제재와 단둥의 실제 물동량, KAL기 사고의 수습 실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 봄은 왔지만, 그 봄은 여전히 침묵의 봄이다(레이첼 카슨)

보이지 않는 방사능과 함께 사는 사람들,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는 X-이벤트 대비 시나리오의 필요성, 한국에서만 덩치를 키운 괴물 메르스 창궐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본 원전 참사 5주년을 맞아 현장을 달아보며 원전 사고의 후유증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고 오래 남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한번 터지면 절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원저 사고의 후유증을 보며 합선 살충제의 잔류독성을 고발한 <침묵의 봄> 저자 레이첼 카슨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메르스는 전염성이 약한 질병이지만 한국에서는 달랐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의료 문화에 주목했다.

더 나은 치료를 위해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는 '병원 쇼핑'이 메르스 확산 요인이라고 본 것이다.

문제의식 없이 반복되는 한국의 병원 이동 문화가 결국 X- 이벤트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 스컬리, 진실은 저 너머에 있어요(드라마 <X파일>)

과학 없이 존재하는 목격된 UFO, 프레임에 묶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늙어버린 몽타주, 화성 연쇄 살인 추적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편집 마무리가 한창일 때 전해진 속보는 경찰이 화성 연쇄 살인범으로 보니는 인물을 특정했다고 전하고 있다.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유기했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수감 중이던 그가 바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로 밝혀졌다.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진실의 시효는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범인을 검거하게 되었다.

그리고 화성 연쇄 살인사건에 한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 법안 입법 추진을 계획 중이지만 난항의 목소리도 높다.


-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팻말)

물증보다 강력한 고백을 통해 밝혀지는 광주로 간 군인들, 왜곡된 역사를 기록하지 않기 위한 전두환 회고록의 진실, 인혁당 유가족의 통곡을 통해 법이 저지른 만행을 이야기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