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의 월든
서머 레인 오크스 지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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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때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식물을 집으로 데리고 왔었다.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생명력 강한 식물들 위주로만 키우다 보니 제법 잘 자라주었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두 아이를 출산하고 한창 아이를 키울 때도 식물들은 계속 키우고 있었는데 예전만큼 잘 자라지 않아 은근 마음도 쓰이고 속상해하고 있었는데,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시는 한 어르신께서 아이들을 키울 때는 아이들에게 더 많이 집중하고 사랑을 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 보니 식물들에게 쏟는 관심도 예전 같지 않을 수 있고 식물들도 그걸 느낄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분 말씀이 맞는다며 믿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공감이 되었던 게 솔직히 예전만큼 식물들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식물을 키우지 않았던 것 같다.

간간이 선물로 받은 식물들도 있었는데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나가기 일쑤였다.

예전엔 베란다가 풍성하리만큼 식물을 키웠었는데 어느새 저주받은 똥손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라고 시간과 심적으로 마음에 여유가 많이 생기게 되었을 때 공기 정화에 좋다며 꽃 시장에 가서 행운목을 하나 데리고 왔다.

누구나 쉽게 집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이라고 하지만 불안불안했던 게 난 저주 받은 똥손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식물 관리법을 검색한 후 물주는 시기까지 달력에 체크해 가며 관심과 정성과 사랑을 쏟았더니 신기하게도 너무나 잘 자라주었다.

슬슬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면서 다시 꽃 시장에 들러 공기 정화에 좋다며 스파티필름, 스투키, 스킨답서스 등을 하나씩 하나씩 들이게 되었다.

집안 곳곳에 푸르른 생명체가 살아 숨 쉰다는 게 은근 기분이 좋았고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식물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식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소통한다.

우리는 그저 귀 기울이는 법을 익히기만 하면 된다. (7P)

이 책에는 식물을 키우게 되면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받았거나, 마음의 위안을 받거나,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되었다는 등의 다양한 사례들과 식물, 자연과 관련된 좋은 글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자연과 식물을 가까이함으로써 큰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말한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어 치료 목적으로도 원예 활동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공기 정화 등의 효과가 입증되어 도심 속에 녹지공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이 엄밀히 말하면 원예 서적이지만, 실제로는 관계를 다른 책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식물을 잘 돌보기 위한 실질적인 조언을 제시해주므로 훌륭한 식물 집사가 되는 법을 배우고 나면 훨씬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며, 식물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상적인 기술과 의미 있는 의식을 발전시키는 법을 다루었으며, 우리 자신과 공동체, 우리 터전과 더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법을 다른 책이라 한다.

많지 않은 식물을 기르고 있으면서도 식물을 통해 기쁨과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있는데, 저자는 식물을 잘 알게 될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과 더 가까워질 것이며 이런 자기 인식과 관찰을 통해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 우리가 사는 대지도 잘 돌보게 될 것이라 했다.

집안이나 정원에서 식물을 가까이 두고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공원이나 숲이 있는 산으로 가서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면서 산에 오르는 성취감만큼이나 좋았던 건 숲길을 걷는 즐거움이었다.

숲속에 접어들 때부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숲속 향기들과 바람에 스치며 울어대는 나뭇잎 소리, 발끝으로 전해지는 흙길의 따사로움까지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해주었다.

무분별한 훼손으로 주위에서 숲이 사라질 때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자연이 훼손되고 파괴되어 있어 지구환경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 자연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식물이 증식하고 생장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큰 만족감을 줘요. 그래서 자꾸 이곳에 와서 일을 하게 되나 봐요. 게다가 손에 흙이 묻는 것도 좋아요. 왠지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명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데, 손에 흙을 묻히고 잡초를 뽑다 보면 제대로 명상을 한 것처럼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몇 시간이고 그렇게 있을 수 있죠. (54P)

식물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순응하며 우리를 도와줄 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일처리가 무척 능숙하고 조용하고 우아해서 그 비범한 능력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탓에 우리는 이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식물을 심미성이나 유용성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그 세계에 직접 들어가 그 안에 담긴 억겁의 자연 '지식'을 해독하려고 할 때 우리는 식물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식물이 우리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인지하게 될 것이다.(12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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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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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를 생각한다>의 저자 존 코널은 아일랜드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인 이십 대 청년이다.

유년 시절을 보냈던 시골을 벗어나 광대한 문명 세계라 여겼던 다른 나라에서 이민자,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꿈을 펼쳐보고자 했지만, 하고 싶은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순간순간 실패에 대한 불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고독에 몸서리치는 날들을 보내다가 가족 농장이 있는 고향 아일랜드 롱퍼트로 돌아온다.

소설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돌아와 소 치는 일과 집안일을 도와주며 자신을 내맡겨본다.

완고하고 고집불통인 아버지로부터 "너의 삶은 엉망이야, 넌 실패자야."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시골 목장에 꿋꿋이 발을 딛고 서서 소를 바라보고 소만을 생각하면서 점점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농사란 어깨에 죽음을 짊어지고 왼쪽에 질병을, 오른쪽에 정신을, 앞쪽에 새 생명에 대한 기쁨을 데리고서 생존과 함께 걷는 일이다. (22p )

농장에서는 모든 것에 목적과 미래의 쓰임새가 있으며 모든 행위가 순환의 일부이다. ( 28p )

우리가 자신의 덧없음과 연약함을 상기하는 것은 죽음에서뿐이다. (176p)


이 책은 아일랜드 롱퍼드의 한 시골 목장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저자가 소의 출산을 도와 송아지를 받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송아지를 받아내는데 성공하게 되고, 그날의 일을 통해 무언가 숭고하고 거룩하고 본질적인 것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면서 농장 일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된다.

농장에서 보내는 하루는 고단하다.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소, 양, 닭들의 아침을 챙기고, 배설물을 치우고, 깔짚을 치우고 우리를 재정비해줘야 하며, 들판에서 살고 있는 말들에게도 먹이를 가져다주어야 하고 새끼를 가진 양과 소들을 체크하며 출산을 돕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송아지일 때 소뿔을 잘라주어야 하고, 소꼬리의 털도 깎아주어야 하고, 날씨 변화에 따라 우리를 정비하고, 들판을 관리해야 하고, 기후 변화까지 고려하며 먹이(곤포)를 챙겨두어야 하며, 가장 위험한 전염병 등에 걸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들개로부터 양들을 지켜야 하고 우수한 혈통의 소들은 잘 관리해주어야 한다.


나는 행운아다.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아무 때나 벗어날 수 있다. 예전만큼 세상에 얽매여 있지 않다. 물론 휴대폰은 있지만, 그건 외출했을 때 연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기술에 의존하는 습관을 버리는 중이다. 기술이 없는 곳에 자유가 있다. 버치뷰가 나의 월든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부터 비로소 삶을 진정으로 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97p)


농장 일을 하면서 마음뿐만 아니라 몸속까지 편안해진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평정심을 더욱 깊어져간다.

비로소 삶을 진정으로 살게 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이제 저자는 농사꾼이자 작가로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몇 해 전까지였다면 농장에서의 삶을 부끄럽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삶이 가장 진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농장 생활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농장의 초지를 걸으며 살아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농장에서 '월든'을, 저자의 생업을 찾게 된 것이다.


농사일이 달라졌다고, 산업화되고 기계화되었다고들 말하지만, 가축이 아플 때 돌봐줄 심성이 농사꾼에게 없으면 가축이 죽는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130p )


녀석들은 소의 탈을 쓴 돈일뿐이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 눈에는 소들이 상품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녀석들은 한갓 고깃 거리가 아니라 동물이다. 녀석들에게는 고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격도 있다. 기억과 감정도 있다. 하지만 이 길로 가면 사업과는 멀어진다. 농사는 무엇보다 사업이라고들 하니까.

소 사육의 진실은 소가 도축당하려고 산다는 것이다. 소가 존재하는 것은 죽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녀석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 농장에 있는 소는 모두 언제 가는 도축당할 팔자이다. 나이를 먹거나 몸무게가 차면 전부 푸주한의 쇠칼 맛을 볼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알아도, 심지어 상업적 농사꾼이라도 이게 오로지 돈 때문은 아니라고, 소를 미래의 소고기로만 보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그게 아니라면 송아지를 받으려고 한밤중에 본능적으로 일어나거나 아픈 새끼 양을 정성스럽게 돌볼 리 없다. 인간에게는 동물을 위하고 돌보는 본성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136 p)

나는 가축을 단순한 짐승이 아닌 훨씬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 가축은 역사의 피조물이요, 과거를, 우리의 과거를 담는 그릇이다. 나는 가축의 유전자와 몸에서 소뿐 아니라 주인인 농부들의 경주를 본다. 그 속에서 이야기들에 얹힌 이야기들을 본다. 작가와 농사꾼 중 어느 하나를 택할 필요는 없다. 둘 다 될 수 있다. 나는 농사꾼이자 작가이다. (320p )


자연 속에서 생명을 보살피고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순간 저자는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농부가 되면서 모든 기쁨과 슬픔을 담을 수 있는 진정한 작가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의 단순하고 여유로운 글 속에는 생명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과 생명의 느낌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소를 생각한다>는 오랜만에 독서의 순수한 기쁨을 선사해준 책이었다.

참, 책 속에는 소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들도 틈틈이 소개되어 있는데 또 다른 읽을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소는 지난 1만 년 500년 동안 우리 인간과 함께 해온 인류의 동반자다.

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금은 멸종된 오록스 또는 위르라 불리는 들소가 집소의 기원이란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물 벽화나 그 이전의 쇼베 동굴 벽화에 있는 그림 속의 소는 오록스다.

이집트의 신성한 동물 중에서도 아피스(소)는 농업에서 힘과 비옥함을 상징했는데, 신성한 소 아피스는 죽어서 가장 큰 영예를 누렸다.

<아피스 파피루스>에는 아피스를 미라로 만들어 매장하는 의식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페르시아인들로부터 이집트를 되찾는 동안 아피스에게 제사를 올렸다고 할 정도니 소는 가축화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영적 세계에까지 자리를 잡았다.

소는 고대 그리스와 켈트 신화 속에서 등장한 신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길가메시 서사시>에 처음 등장했고 후일 스페인에서 화려하게 투우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마침내 공장식 축산 때문에 '제품'으로 전락해버린 소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소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소에 대한 이야기 속에는 우리 인간의 역사, 문화, 삶이 늘 깃들어 있었다며,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는 오래도록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신화적 동물, 신의 수레, 은하수의 기원으로 자리 잡았었는데 이제는 정교하게 관리되는 먹이 사슬 내 '제품'으로 전락했다.

산업적 축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소비를 더는 감각 능력을 가진 동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한때 소는 자연 세계에서 인간의 가장 귀한 동반자이기도 했었은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를 키우다 보면 소가 인지 능력이 있으며 기억력과 사고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소에 비해 양은 순하지만 멍청한 동물이란다.

오랫동안 돌봐줬는데도 주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다.


소들은 성격이 저마다 다르다. 어떤 소는 착하고 어떤 소는 못됐고 어떤 소는 교활하고 어떤 소는 게을러터졌다. 기질도 다르고 기분도 변한다. 가장 순하던 녀석이 동료를 못살게 굴고 가장 다혈질이던 녀석이 송아지들이랑 놀아주기도 한다. 소의 세계에는 인종주의가 없으며 품종과 색깔이 달라도 서로 잘 지낸다. ( 27p )


양을 풀어놓을 때는 신중을 기하고 소규모로 해야 한다. 어미와 새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둘 다 헷갈려서 서로를 몰라보는 바람에 새끼 양이 버림받을 우려가 있다. 이 교혼은 뼈져린 대가를 치르고 얻었다. 몇 주 전에 새끼 양과 어미 양 스무 마리를 풀어놓았을 때였다. 어미 양들은 해방된 게 기뻐서 들판으로 내달렸지만 새끼 양들은 양사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머뭇거렸다. 전부 내보냈을 즈음 어미들은 도랑 쪽으로 가버렸고 새끼들은 자기들끼리 남겨진 채 울고 있었다.

소가 새끼를 몰라보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 양보다 더 똑똑하거나 냄새를 잘 맡아서 그런 것 같다. ( 9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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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다고 말해도 돼 - 마음에 서툰 당신에게 건네는 마음닥터 권명환의 작은 편지들
권명환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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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다고 말해도 돼>의 저자 권명환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매달 약 15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상담실에서 나눈 이야기와 2년 정도 출연했던 KNN 라디오 <센텀온에어> 속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상담 코너를 통해 매주 청취자들이 보내온 사연과 고민을 듣고 상담한 내용들을 토대로 서툰 마음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주고픈 마음을 담아 쓴 편지 에세이다.

라디오 생방송이라는 주어진 시간과 형식 안에서 최대한 쉽고 편한 말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주려 노력하다 보니 책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인 것 같다.

정신분석학, 심리학, 현대 정신과학 등을 토대로 하고 있어 무겁거나 어려울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문학과 예술, 철학이 절제된 형태로 녹아들어 있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내용들이 단단하다.

고민을 나누었던 수많은 사연들을 모두 10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자신, 사랑, 외로움, 화, 상처, 표현, 슬픔, 용서, 선택, 거리두기에 서툰 당신에게 '마음닥터'가 전하는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고민해봄직한 이야기들이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고민들은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떤 사연들은 너무 내 이야기 같고 어떤 사연들은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각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마음의 대부분이 '서툰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말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 우리 모두는 인생의 초보이고 신입이니 당연히 서툴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툴러도 괜찮아', '누구나 서툴러', '나도 서투른 걸' 이라며 편안하고 따뜻한 말을 전한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토닥토닥 힘든 마음을 공감해주는 위로의 토닥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서툴다고 말해도 돼>는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위해,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살면서 힘들고 고민스러울 때 서랍장 속 오랜 편지를 꺼내어 읽듯 스스로를 마주한 고민을 찾아가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나는 성공할 수 있어! 나 자신을 극복할 수 있어!! I can do it!!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끝없는 주문과 강박 속에서 자발적 노동에 시달리다 탈진에 이릅니다. 사람의 의지력이란 게 화수분처럼 끝도 없이 솟아나는 게 아닙니다. 정신력이란 것도 고갈되고 소진됩니다. 문제는 다른 이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기 때문에 본인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 26p. 자신을 혹사시키는 사람 )


거짓말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거짓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상대에게 어필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자신의 결점을 감추는 건 화장을 하는 것처럼,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어느 정도는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새빨간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분이라면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좌절과 열등감이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생산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거짓말에 속는 심리, 다시 말해 속고 싶은 심리에도 낮은 자존감이 숨어 있습니다.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을 자신 스스로도 철석같이 믿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거짓말을 현실과 혼동해 진실로 믿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증상을 '공상 허언증' 또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병적인 거짓말에 속합니다.

( 30p. 낮은 자존감의 다른 표현, 거짓말 )


자식들 중 가장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아이가 있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그 아이만 보면 자꾸 화가 나고 저렇게 살아도 되나 걱정되고, 자주 언성이 높아지고 잔소리하게 되는 아이가 있는데요.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그런 아이일수록 가장 자신과 닮은 아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강렬한 감정이 드는 순간, 알 수 없는 거북한 느낌이나 불편한 감정이 강하게 일어난다면 대부분 투사 현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 34p. 너에게서 나의 약함이 보일 때 )

**투사 현상이란**

나의 낮은 자존감으로 비롯된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를 타인에게서 발견할 때 미움, 분노 등의 감정이 싹트는 것을 말한다.

(칼 구스타프 융이라는 분석심리학자가 소개한 개념)


자기 자신과 보다 능숙하게, 편안하게 대화하기 위해선 자존감을 높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존감의 문제는 결국 내가 얼마만큼 주체적으로 사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나에게 스며든 수많은 고정관념을 분리수거하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이 삶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바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나답게’ 사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37p.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 ) 

 

실제로 첫사랑을 잊지 못해 상담하러 온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첫사랑을 왜 떠나보내지 못합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첫사랑 상대에게 미련이 남아서 잊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상담을 깊이 진행하면, 이야기의 강조점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야기의 초점이 ‘상대’가 아닌 ‘나’에게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은 상대를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잊지 못하는 거죠.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나 자신, 상대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그때의 나에 대한 미련인 겁니다. 이러한 분들이 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선, 상대를 떠나보내려 애쓰는 것보다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 담긴 기억 앨범을 먼저 내려놓아야 합니다.

서울대에서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결혼 전 연애 횟수와 결혼 만족도와 상관관계를 조사했는데, 결혼 전 7회 이상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현재 결혼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결혼 만족도가 낮은 사람은 놀랍게도 첫사랑과 결혼한 분들이었습니다.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내가 상대에게 반했던 바로 그 이유가 결국 이별의 사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내 마음속 구멍에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 상대방과 사랑하며 쌓아가는 유대감을 통해 마음 자체를 튼튼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 47p.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 ) 

 

사랑으로 비롯된 여러 가지 고통이 있지만,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반대'입니다.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인지부조화 때문으로 봅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누군가의 반대로 포기하게 된다면 자기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반대에 직면한 연인들은 뜨거운 사랑으로서 자신들의 옳음을 입증하여 합니다.

결국 반대가 격렬할수록 감정이 격해지고,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격렬해지게 됩니다.

( 53P. 반대가 끌리는 이유)


누구나 서투름으로 불안해하며 고민할 수 있는 문제들을 쉽게 재미있게 설명하며 이해시켜주고 있다.

1장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낮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2장에서는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에 대해 알려주며, 3장에서는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를 설명하며 이런 감정들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 말하며, 4장에서는 분노의 정체와 현명하게 화내는 방법을 알려주며, 5장에서는 지독한 마음의 흉터인 트라우마에 대해 알려주면서 상처를 다스리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6장에서는 지혜로운 일상 속 소통을 위한 다양한 표현과 방법들도 알려주며, 7장에서는 상실로 인한 슬픔을 달래는 방법을, 8장에서는 용서에 대한 이야기와 9장에서는 선택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를 알려주고, 10장에서는 인간관계와 일에 서툰 사람들에게 거리두기에 대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많은 사례들 중 1장, 2장, 3장 정도까지 중에서 몇 가지만 언급해보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상처가 있기 마련이며, 상처의 크기나, 상처를 대하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몸이 아프면 아픈 곳을 진단하는 병원을 찾듯 마음이 아프면 마음을 진단하는 병원을 찾으면 되고, 이렇게 전문의의 경험과 내공이 녹아들어 있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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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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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빅 엔젤 데 라 크루스는 시간을 엄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가족들에게 시계와 같은 사람이었으며 결코 늦는 법이 없었다.

그는 가족들이 '멕시칸 타임'이라고 말하며 느릿하게 구는 꼴을 두고 수없이 싸워왔다.

멕시코인들의 생활에 대한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책이나 방송을 통해 '남미 타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멕시코인들은 약속 시간보단 1~2시간씩 늦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상활을 불쾌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배려한다고 생각하는 등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이 거의 관습적이라는 것이다.

약속한 시간에 버스가 출발하지 않거나 예약을 했는데도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때 우리나라에도 '코리안 타임'이란 말이 있었는데 약속시간에 일부러 늦게 도착하는 행동이나 버릇 때문에 한동안 한국인의 시간관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그가 자녀들에게 분명히 선언한 메시지는 두 가지 있었다. 시간을 잘 지켜라. 그리고 변명을 하지 마라. 그런데 지금 그는 늦어서 무슨 알리바이를 댈지 수십 가지 변명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자기 생일 전날 엄마를 묻으러 가게 되다니. 그의 마지막 생일이 될 터였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는 명령을 선포하여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가족을 불러들였다. 이 생일은 아무도 잊지 못할 완벽한 파티가 되리라. (P.43)

 

암을 선고받은 빅 엔젤은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마지막 생일 파티가 될지도 모를 70세 생일 파티에 온 가족을 불러들인다.

그런데 생일 일주일 전, 100세가 된 빅 엔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만다.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가족들은 빅 엔젤의 생일 파티를 위해, 어머니의 장례식을 위해 먼 길을 두 번씩이나 올 정도로 시간과 여유가 없었기에, 결국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연기해 자신의 생일 파티와 함께 진행하기로 한다.

가족들은 이 황당한 일정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빅 엔젤이 모든 일을 해주어서 좋았고, 믿음직한 그의 명령을 따르는 편이 쉬웠기에 별 소란 없이 생일 파티에 장례식을 별책 부록처럼 붙이는 일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야기는 현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불쑥 불쑥 과거로 향한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멕시코인인 빅 엔젤 가족은 4대를 아우르는 대가족으로, 한때는 밀입국한 불법체류자로 살았지만 지금은 시민권을 받은 후 멕시코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으면서 미국에 거주하며 살고 있다.

미국인들이 멕시코인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며 차별하는 것에 분노하지만 꾹 참으며 촌철살인의 욕지거리를 조용히 날리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빅 엔젤의 가족들은 낙천적이고 유쾌했으며, 독설도 과감히 뱉어내는 시크함도 있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며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했다.

평생을 살아오며 사랑한 아내 페를라, 툴툴거리지만 아빠를 걱정하는 자식들, 이마에 키스도 해주면서 형을 위해 기도해주는 동생, 감사 기도를 하라면서 다이어리를 선물해준 친구까지... 한평생 가족들도 잘 건사해 멋진 가족들을 일궈냈으니 행복한 인생을 살다가는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얘야.”

“아빠, 왜요?”

“날 용서해주겠니?”

“뭘요?”

그는 허공에 손을 저었다.

“미안하다.”

“그러니까 뭐가요, 아빠?”

“다 미안해.”

그는 눈을 뜨고 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미니는 눈이 따갑지 않은 베이비 샴푸를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빅 엔젤은 훌쩍였다. 물론 딱 한 번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는 손바닥에 샴푸를 짰다.

“괜찮아요. 모두 다 괜찮다고요.”

그는 눈을 감고 딸의 손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P. 309)


이 부분은 읽으며 파킨슨병을 앓으셨던 아빠가 많이 생각나 많이 울었었다.

아빠도 빅 엔젤이 딸에게 했던 말과 같은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건 말이다, 얘야.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이 답이야. 아무것도 사랑을 막을 수가 없어. 사랑에는 경계도 없고 죽음도 없지."

(P.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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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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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를 보고 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신 세종대왕과 조선 최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신분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또 다른 볼거리로 제공한다.

세종이 꿈꾸었던 세상,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만들고 싶어 했던 꿈을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손을 통해 만들어 나간다.

영화를 워낙 재밌게 본 후 이재운의 역사소설 <장영실>을 읽으니 소설 속 세종에는 한석규의 모습이 장영실에는 최민식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소설 장영실>은 장영실에 대한 사료가 워낙 부족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선왕조실록'을 기초로 한 사실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상상력만을 가미해 썼다고 한다.

저자인 이재운 작가는 <소설 토정비결>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소설 장영실>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장영실은 부산 동래현 관기의 아들로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소설 속에서 장영실의 아버지는 고려 시대 정 3품 전서 장성휘로 정몽주의 측근으로 나온다.

위화도 회군으로 이성계가 실권을 쥐고 뜻을 같이 하지 못하게 되면서 정몽주는 죽임을 당하게 되고, 따르던 장성휘도 죽임을 당하고 집안은 몰락하고 장영실 모자는 관노비가 되어 동래현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장영실의 어머니는 관기로 살아가게 된다

장영실은 열 살이 되던 해부터 관아에 딸린 공방에 소속되어 잔심부름을 하며 지내게 되는데 워낙에 눈썰미가 뛰어나고 손재주가 좋아 어린 나이에도 현령의 사랑을 받았다.

그즈음 세종은 집현전에서 조선만의 글자를 만드는 일을 진행하면서 아악과 인쇄 등의 획기적인 일들을 이뤄내고 있었지만, 천문에 관한 연구와 기구를 만들 줄 아는 인재가 없어 안타까워하던 중, 공조참판 이천의 천거로 장영실을 만나게 된다.

장영실의 재능에 탄복한 세종은 관노직을 면천하고 정 5품직을 내리게 되는데, 나중에는 정 3품 대호군에까지 오르게 된다.

세종은 명나라로 가 천문법을 배워올 수 있도록 명나라 사절단에 장영실을 함유시켜 북경으로 보내게 되고, 장영실은 명나라의 천문학과 기술, 과학 도구 등을 1년에 걸쳐 익힌 다음 귀국한다.

그리고 수많은 발명품(천문 관측대인 간의대 설치, 간의, 혼천의, 앙부일구(해시계), 자격루(물시계), 측우기, 수표(물의 높이를 재는 기구), 갑인자, 옥루)등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세종의 부탁으로 장영실은 국왕의 전용 어가인 연을 제작하게 되는데 중국 어가와 달리 조선 특유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타는 사람이나 메는 사람도 다 편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소설 장영실>에서는 세종의 어가 사고를 다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행차길에 어가가 부서지는 사고가 아닌 세자가 어가의 금을 발견해 사고를 미연에 막고 어가를 설계한 장영실과 제작에 참여한 이들이 모두 의금부에 투옥한 후, 국문을 열게 되는데 신하들은 장영실에게 사형을 내리라 요구하지만 세종의 만류로 파직과 함께 곤장 80대에 처해진다.

어가 사고의 배후에는 명나라가 있었으니 명 황제의 어가보다 더 화려하다고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곧 훈민정음 반포를 눈앞에 두고 있어 명나라와 갈등을 피하고 싶었던 세자가 일부러 어가를 부수고 장영실을 벌줌으로써 명나라와의 갈등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 후 장영실은 고향 아산으로 내려가 여생을 마쳤다는 걸로 소설은 끝난다.

장영실의 말년에 대한 기록은 불분명한 가운데 <소설 장영실>에서는 아산으로 내려가 여생을 마친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천문>에서도 명나라의 간섭과 시비로 갈등을 빚는데, 조선만의 독자적인 천문과 시간을 갖겠다는 세종의 구상에 신하들은 명나라가 허락하지 않을 거라며 눈치를 살피며 사사건건 반대한다.

소설과 영화가 비슷한 듯 하나 영화는 별과 천문에 치중하며 세종과의 브로맨스가 색다른 재미를 주지만, 소설에서는 장영실의 삶과 발명품 계발에 더 비중을 두며 인간 장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놀라운 업적을 남긴 장영실에게 사면을 내리지 않고 곤장직을 내린 것은 훈민정음 반포라는 큰 대의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장영실의 존재는 명나라와 사대부들이 계속 걸고넘어지는 명분이 될 수 있었기에 소설에서는 세자가, 영화에서는 장영실 스스로가 어가를 훼손한 범인임을 자청한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만들려고 했던, 그들이 꿈꾸었던 나라는 신분에 상관없이 같은 하늘을 보면서 같은 꿈을 꾸는 나라였고, 조선만의 언어와 시간 가지고 싶었던 나라였다.

조선왕조 500년간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조선 최고의 과학자이자 충신인 장영실의 놀라운 발명품들은 조선의 과학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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