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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빅 엔젤 데 라 크루스는 시간을 엄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가족들에게 시계와 같은 사람이었으며 결코 늦는 법이 없었다.
그는 가족들이 '멕시칸 타임'이라고 말하며 느릿하게 구는 꼴을 두고 수없이 싸워왔다.
멕시코인들의 생활에 대한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책이나 방송을 통해 '남미 타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멕시코인들은 약속 시간보단 1~2시간씩 늦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상활을 불쾌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배려한다고 생각하는 등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이 거의 관습적이라는 것이다.
약속한 시간에 버스가 출발하지 않거나 예약을 했는데도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때 우리나라에도 '코리안 타임'이란 말이 있었는데 약속시간에 일부러 늦게 도착하는 행동이나 버릇 때문에 한동안 한국인의 시간관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그가 자녀들에게 분명히 선언한 메시지는 두 가지 있었다. 시간을 잘 지켜라. 그리고 변명을 하지 마라. 그런데 지금 그는 늦어서 무슨 알리바이를 댈지 수십 가지 변명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자기 생일 전날 엄마를 묻으러 가게 되다니. 그의 마지막 생일이 될 터였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는 명령을 선포하여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가족을 불러들였다. 이 생일은 아무도 잊지 못할 완벽한 파티가 되리라. (P.43)
암을 선고받은 빅 엔젤은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마지막 생일 파티가 될지도 모를 70세 생일 파티에 온 가족을 불러들인다.
그런데 생일 일주일 전, 100세가 된 빅 엔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만다.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가족들은 빅 엔젤의 생일 파티를 위해, 어머니의 장례식을 위해 먼 길을 두 번씩이나 올 정도로 시간과 여유가 없었기에, 결국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연기해 자신의 생일 파티와 함께 진행하기로 한다.
가족들은 이 황당한 일정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빅 엔젤이 모든 일을 해주어서 좋았고, 믿음직한 그의 명령을 따르는 편이 쉬웠기에 별 소란 없이 생일 파티에 장례식을 별책 부록처럼 붙이는 일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야기는 현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불쑥 불쑥 과거로 향한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멕시코인인 빅 엔젤 가족은 4대를 아우르는 대가족으로, 한때는 밀입국한 불법체류자로 살았지만 지금은 시민권을 받은 후 멕시코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으면서 미국에 거주하며 살고 있다.
미국인들이 멕시코인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며 차별하는 것에 분노하지만 꾹 참으며 촌철살인의 욕지거리를 조용히 날리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빅 엔젤의 가족들은 낙천적이고 유쾌했으며, 독설도 과감히 뱉어내는 시크함도 있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며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했다.
평생을 살아오며 사랑한 아내 페를라, 툴툴거리지만 아빠를 걱정하는 자식들, 이마에 키스도 해주면서 형을 위해 기도해주는 동생, 감사 기도를 하라면서 다이어리를 선물해준 친구까지... 한평생 가족들도 잘 건사해 멋진 가족들을 일궈냈으니 행복한 인생을 살다가는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얘야.”
“아빠, 왜요?”
“날 용서해주겠니?”
“뭘요?”
그는 허공에 손을 저었다.
“미안하다.”
“그러니까 뭐가요, 아빠?”
“다 미안해.”
그는 눈을 뜨고 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미니는 눈이 따갑지 않은 베이비 샴푸를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빅 엔젤은 훌쩍였다. 물론 딱 한 번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는 손바닥에 샴푸를 짰다.
“괜찮아요. 모두 다 괜찮다고요.”
그는 눈을 감고 딸의 손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P. 309)
이 부분은 읽으며 파킨슨병을 앓으셨던 아빠가 많이 생각나 많이 울었었다.
아빠도 빅 엔젤이 딸에게 했던 말과 같은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건 말이다, 얘야.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이 답이야. 아무것도 사랑을 막을 수가 없어. 사랑에는 경계도 없고 죽음도 없지."
(P. 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