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다고 말해도 돼 - 마음에 서툰 당신에게 건네는 마음닥터 권명환의 작은 편지들
권명환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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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다고 말해도 돼>의 저자 권명환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매달 약 15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상담실에서 나눈 이야기와 2년 정도 출연했던 KNN 라디오 <센텀온에어> 속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상담 코너를 통해 매주 청취자들이 보내온 사연과 고민을 듣고 상담한 내용들을 토대로 서툰 마음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주고픈 마음을 담아 쓴 편지 에세이다.

라디오 생방송이라는 주어진 시간과 형식 안에서 최대한 쉽고 편한 말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주려 노력하다 보니 책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인 것 같다.

정신분석학, 심리학, 현대 정신과학 등을 토대로 하고 있어 무겁거나 어려울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문학과 예술, 철학이 절제된 형태로 녹아들어 있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내용들이 단단하다.

고민을 나누었던 수많은 사연들을 모두 10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자신, 사랑, 외로움, 화, 상처, 표현, 슬픔, 용서, 선택, 거리두기에 서툰 당신에게 '마음닥터'가 전하는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고민해봄직한 이야기들이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고민들은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떤 사연들은 너무 내 이야기 같고 어떤 사연들은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각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마음의 대부분이 '서툰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말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 우리 모두는 인생의 초보이고 신입이니 당연히 서툴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툴러도 괜찮아', '누구나 서툴러', '나도 서투른 걸' 이라며 편안하고 따뜻한 말을 전한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토닥토닥 힘든 마음을 공감해주는 위로의 토닥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서툴다고 말해도 돼>는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위해,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살면서 힘들고 고민스러울 때 서랍장 속 오랜 편지를 꺼내어 읽듯 스스로를 마주한 고민을 찾아가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나는 성공할 수 있어! 나 자신을 극복할 수 있어!! I can do it!!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끝없는 주문과 강박 속에서 자발적 노동에 시달리다 탈진에 이릅니다. 사람의 의지력이란 게 화수분처럼 끝도 없이 솟아나는 게 아닙니다. 정신력이란 것도 고갈되고 소진됩니다. 문제는 다른 이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기 때문에 본인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 26p. 자신을 혹사시키는 사람 )


거짓말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거짓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상대에게 어필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자신의 결점을 감추는 건 화장을 하는 것처럼,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어느 정도는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새빨간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분이라면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좌절과 열등감이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생산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거짓말에 속는 심리, 다시 말해 속고 싶은 심리에도 낮은 자존감이 숨어 있습니다.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을 자신 스스로도 철석같이 믿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거짓말을 현실과 혼동해 진실로 믿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증상을 '공상 허언증' 또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병적인 거짓말에 속합니다.

( 30p. 낮은 자존감의 다른 표현, 거짓말 )


자식들 중 가장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아이가 있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그 아이만 보면 자꾸 화가 나고 저렇게 살아도 되나 걱정되고, 자주 언성이 높아지고 잔소리하게 되는 아이가 있는데요.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그런 아이일수록 가장 자신과 닮은 아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강렬한 감정이 드는 순간, 알 수 없는 거북한 느낌이나 불편한 감정이 강하게 일어난다면 대부분 투사 현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 34p. 너에게서 나의 약함이 보일 때 )

**투사 현상이란**

나의 낮은 자존감으로 비롯된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를 타인에게서 발견할 때 미움, 분노 등의 감정이 싹트는 것을 말한다.

(칼 구스타프 융이라는 분석심리학자가 소개한 개념)


자기 자신과 보다 능숙하게, 편안하게 대화하기 위해선 자존감을 높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존감의 문제는 결국 내가 얼마만큼 주체적으로 사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나에게 스며든 수많은 고정관념을 분리수거하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이 삶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바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나답게’ 사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37p.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 ) 

 

실제로 첫사랑을 잊지 못해 상담하러 온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첫사랑을 왜 떠나보내지 못합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첫사랑 상대에게 미련이 남아서 잊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상담을 깊이 진행하면, 이야기의 강조점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야기의 초점이 ‘상대’가 아닌 ‘나’에게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은 상대를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잊지 못하는 거죠.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나 자신, 상대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그때의 나에 대한 미련인 겁니다. 이러한 분들이 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선, 상대를 떠나보내려 애쓰는 것보다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 담긴 기억 앨범을 먼저 내려놓아야 합니다.

서울대에서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결혼 전 연애 횟수와 결혼 만족도와 상관관계를 조사했는데, 결혼 전 7회 이상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현재 결혼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결혼 만족도가 낮은 사람은 놀랍게도 첫사랑과 결혼한 분들이었습니다.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내가 상대에게 반했던 바로 그 이유가 결국 이별의 사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내 마음속 구멍에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 상대방과 사랑하며 쌓아가는 유대감을 통해 마음 자체를 튼튼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 47p.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 ) 

 

사랑으로 비롯된 여러 가지 고통이 있지만,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반대'입니다.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인지부조화 때문으로 봅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누군가의 반대로 포기하게 된다면 자기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반대에 직면한 연인들은 뜨거운 사랑으로서 자신들의 옳음을 입증하여 합니다.

결국 반대가 격렬할수록 감정이 격해지고,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격렬해지게 됩니다.

( 53P. 반대가 끌리는 이유)


누구나 서투름으로 불안해하며 고민할 수 있는 문제들을 쉽게 재미있게 설명하며 이해시켜주고 있다.

1장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낮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2장에서는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에 대해 알려주며, 3장에서는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를 설명하며 이런 감정들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 말하며, 4장에서는 분노의 정체와 현명하게 화내는 방법을 알려주며, 5장에서는 지독한 마음의 흉터인 트라우마에 대해 알려주면서 상처를 다스리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6장에서는 지혜로운 일상 속 소통을 위한 다양한 표현과 방법들도 알려주며, 7장에서는 상실로 인한 슬픔을 달래는 방법을, 8장에서는 용서에 대한 이야기와 9장에서는 선택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를 알려주고, 10장에서는 인간관계와 일에 서툰 사람들에게 거리두기에 대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많은 사례들 중 1장, 2장, 3장 정도까지 중에서 몇 가지만 언급해보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상처가 있기 마련이며, 상처의 크기나, 상처를 대하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몸이 아프면 아픈 곳을 진단하는 병원을 찾듯 마음이 아프면 마음을 진단하는 병원을 찾으면 되고, 이렇게 전문의의 경험과 내공이 녹아들어 있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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