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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안면인식 장애를 앓고 있는 전직 형사 친전은 유치원 다니는 손자 등 하원을 도와주는 소일거리 외에는 서재에서 추리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틈틈이 혼자 안면인식 장애 치료를 위한 훈련을 할 뿐이다.
어느 날 손자 나무가 어린이집에 가끔씩 나타나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우비 할배'를 잡아달라고 할아버지께 부탁한다.
손자의 간곡한 부탁에 승낙은 했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람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으니 걱정이 앞선다.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 앞에서 잠복을 했지만 허탕을 치고 있는 중에 친구 김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단 와봐. 여기 주소가……."
문제의 목적지, 붉은 기와를 얹은 단층집에는 친전보다 먼저 온 불청객이 있었다.
그 불청객의 이름은 죽음이었다.
친전이 손자의 부탁으로 '우비할배'를 찾는다는 걸 듣고 친전을 사고 현장으로 부른 것이다.
사망한 피해자가 우비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이 집의 천장은 무너져 있었고 천장이 무너지면서 쌓아둔 책 더미가 무너져 피해자가 압사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 같은데 천진의 눈에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추리소설 작가 초이세의 대표 작품들이 눈에 띄었고 천장이 무너졌다는데 잔해 찌꺼기(콘크리트나 기왓장) 등이 안 보이는 것도 이상했다.
더욱이 사체는 지문도 조회되지 않는 신원미상자였으며, 더 놀라운 건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뭉개져버렸는데도, 두 손을 곱게 모아 가슴 위에 포갠 채로 죽어 있었다.
사건 현장에 널브러져 있던 책 더미 속에서 노인은 사고사가 아니라 살해되었다고 천진은 말한다.
천장이 무너져내린 정도로 사람의 얼굴이 으스러지진 않으며 사건 현장에 있던 책들 중에 피가 튄 책들이 있어 책을 살해도구로 사용한 살인이라는 것이다.
책 뭉치(대여섯 권의 책을 묶음)를 이용해 단번에 내리쳤을 가능성이 있으며 여러 번 얼굴을 내리쳤기에 책에 피가 묻었을 테고 핏자국을 가리기 위해 수많은 책으로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형사 김나영은 사건 현장에서 일곱 권의 책을 가져왔는데 이 책들은 반전 부분만 싹 찢어가버린 반전이 없는 책들이 6권, 살해 도구로 사용된 책이 아닌데도 반전 부분이 찢겨나간 애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이 1권 있었다.
신원확인이 안 되던 피해자의 소지품으로 원고지와 만년필이 발견되었으며, 원고지에는 한 남자를 죽이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적혀 있었고, 대부분의 책들은 추리소설이었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손금이 십자가 모양으로 깊이 새겨져 있었고, 등 한가득 부처의 문신이 있었는데 칼로 베어진 듯한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 있었던 7권의 책들은 모두 한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는데 추리소설 전문 출판사인 화이트 펄 출판사의 책 들이었다.
추리소설 애호가인 천진은 화이트 펄 출판사의 전신인 리문 출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7,80년대 저작권을 침해한 해적본을 주로 출판했는데 번역의 질이 떨어지고 오악하지만 수집가들은 이 책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면 천진도 리문 출판사에서 출간한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을 간직하고 있다.
리문 출판사는 IMF와 함께 처절하게 산화되었고 뒤를 이어 화이트 펄이 생겨났는데 피의자가 이런 화이트 펄의 책만을 골라 살해 도구로 사용한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는 본격적인 사건 해결을 위한 수사 과정으로 들어간다.
화이트 펄 공동대표(백진주와 이기택)을 통해 살해된 피해자는 재일교포 김성국으로 야쿠자 출신이었으며 IMF 당시 국내에 상륙한 일본발 대부업체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리문출판사 대표(이문석)과 당시 인쇄소 사장이었지만 지금은 만석출판 대표(백만석)와는 도원결의를 맺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IMF 당시 고의 부도를 내고 당시 돈으로 2억 엔을 들고 야만 도주한 리문출판사 대표 이문석이 살해 용의자 선상에 올랐다.
이문석이 들곤 간 2억 엔은 김성국이 속해있던 일본 야쿠자들의 돈이었고 결국 돈 때문에 야쿠자로부터 절연당하게 되었고, 어려움을 겪었던 김성국은 당시의 일들을 소설로 쓸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은 행방이 묘연한 이문석을 찾는 게 우선이었는데, 천진은 김성국 어린이집 앞을 서성거렸던 것을 기억하며 어린이집에 뭔가 단서라 있을 거라 추측한다.
예상했던 대로 이문석의 딸이 나이와 이름까지 고쳐 다른 인물로 살고 있었다.
뭔가 풀리는 듯하더니 다시 일어난 연쇄살인.
만석출판 대표 백만석이 김성국과 거의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당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용의자들과 함께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데...
과연 추리소설의 반전 부분만을 찢어가는 살인마는 누구일까?
추리소설을 지극히 좋아하는 마니아도 아니고 그냥저냥 재미 위주로 읽는 편이라 입소문이 난 작품들만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소설<반전이 없다>의 작가 조영주는 생소하다.
CJ ENM과 카카오 페이지가 주최하는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연재 당시 추리소설 마니아들로부터 평점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보기 드문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책을 읽어보면 극찬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살인마는 과연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면, 지금 <반전이 없다>를 펼쳐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