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가 되지 않는 법
이온화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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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가 되지 않는 법> 이온화,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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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겉으로 보면 신화적 설정을 가진 판타지 소설인데, 끝까지 읽고 나면 오히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남긴다. 판타지적이고 신화적인 설정은 복생술, 즉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 마술? 이런게 있다는 설정, 복생술로 되살아난 사람만이 일종의 신과도 같은 존재인 ‘이사야’가 될 자격을 갖춘다는 설정 등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꽤나 독창적으로 느껴져서 재밌었다. 그런데 이렇게 신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선택받은 자리지만, 인연에게 그것은 축복이라기보다 삶 전체를 빼앗기는 일에 가깝다는 설정은, 꽤 현실적인 개연성 위에서 발현된 설정이란 생각에 현실적인 이야기라 느껴졌다. 순수해야 하고, 견뎌야 하고, 정해진 역할을 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욕망보다 타인의 기대를 먼저 감당해야 하는 신이라니... 이 소설이 독자의 흥미와 재미를 얻는 지점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한다. 보통은 신이 되는 이야기를 숭고하면서도, 누구나 원하는 것으로 그릴 법한데, 여기서는 오히려 “왜 내가 그래야 하지?”라는 질문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

‘신’이 되는 것이 ‘강요’가 되는 세계. 주인공에게 요구되는 신성은 숭배의 언어로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제하는 방식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는 그 강요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더 불편하고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딸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딸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완성하려는 욕망이 더 앞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거대한 세계관을 내세우면서도 결국 아주 익숙한 현실로 돌아온다. 착해야 한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 어른이 시키는 걸 잘 하는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다. 그런 말들 속에서 정작 당사자의 마음은 얼마나 쉽게 지워지는가? 주인공이 겪는 압박은 비현실적인 설정 위에 놓여 있지만, 그 답답함 자체는 이상하리마치 현실적이다.


🧚‍♂️

초원이라는 등장인물의 설정도 좋았다. 이 소설을 완전히 무겁고 답답한 이야기로만 가라앉지 않게 붙들어주는 존재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인 주인연이 신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요구 속에서 점점 인간성을 잃어갈 때, 초원은 그 반대편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계속 환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초원의 존재는 인연이 다른 삶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드는 통로처럼 읽혀졌다. 


🧞

저자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건 화려한 판타지 장르가 독자들에게 선사해주는 쾌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선택할 수 없는 자리로 밀려나는 사람의 숨막힘과 그 속에서도 끝내 자유를 꿈꾸는 마음에 관한 철학적 담론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의 선망, 존경, 명예, 위대함보다 더 소중한 인간의 자유. 내가 주인연이었다면 난 무엇을 선택했을까? 요즘 나보다 훨씬 어린 세대의 친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유를 택할텐데... 사회에 찌들만큼 찌들어버린 나는 과연...? 많은 생각을 남기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무옆의자(@namu_bench)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사야가되지않는법 #나무옆의자 #판타지소설 #장편소설 #이온화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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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바꾸는 과학
울림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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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바꾸는 과학> 울림,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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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서술 방식을 가진 책이었다. 과학적인 내용을 줄줄이 읊는 흔한 과학 서적이 아니라, 아주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에 과학을 잘 담아 한꾸러미로 만들었다는 점이 이 책의 차별성일 것이다. 그 꾸러미에는 잘 살고 싶다는 마음, 나를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 일에 덜 휘둘리고 싶다는 마음, 사랑이나 미래에 대해 덜 막연해지고 싶다는 마음 같은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들도 포함된다. 심지어 공복 유산소, 메타인지, 몰입, 멀티태스킹, 연애, AI와 일자리, 미래 같은 주제들도 다루고 있는데, 바로 그 넓은 관심사를 한 방향으로 묶어 낸 것이 이 책의 묘미라 할 수 있다. 과학을 설명하려는 책이라기보다, 과학이라는 렌즈로 지금의 삶을 다시 보게 하는 책인 것이다. 


🔭

이 책은 과학서적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영리하게 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퀄리티를 잘 유지해냈다. 대중과학서는 자칫 너무 가볍거나, 너무 친절한 척만 하고 사실은 어렵게 설명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을 잘 잡는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과학적으로 정의해 보는 좋은 삶이란” 같은 꼭지는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쉽게 잘 읽힌다. 그래서 독자는 과학적 지식을 배운다는 기분보다, 평소 자기 삶에서 어렴풋이 느끼던 것들에 과학을 연결하는 감각으로 이 책을 읽게 된다. 삶과 과학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 과학이 설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일상을 다시 보게 만든다는 감상을 갖게 만드는 포인트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다보니 이 책이 이러한 강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

다만 아주 깊이 있는 과학 교양서를 기대했다면 조금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 이 책은 한 주제를 오래 붙들고 파고드는 타입이라기보다, 지금의 독자들이 실제로 궁금해할 만한 소재를 넓게 가로지르며 연결하는 쪽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기는 편하고 흥미도 쉽게 생기지만, 논의가 조금 더 깊어졌으면 하는 사람들에겐 조금은 겉도는 이야기를 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과학적 근거나 연구 결과가 독자에게 단단하게 남기보다는, 좋은 방향의 해석과 제안으로 마무리되는 느낌이 드는 챕터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 점이 이 책의 약점이라고 하긴 어렵다. 애초에 이 책이 노리는 건 과학의 완전한 해설이라기보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삶의 한복판에 데려오는 일이기 때문이기에, 과학이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과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

개인적으로는 과학을 전공하고, 연구로 업을 삼은 사람으로써 이 책의 출판이 반갑게 느껴졌다. “과학이 이렇게도 내 삶 가까이에 있었나”라는 감각을 주는 책은 참 귀한 책이다. 이런 책을 정성스레 집필해서 세상에 나오게 해주신 저자를 비롯한 출판계의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느낀다(개인적으로 나도 비슷한 책을 독립출판으로 내 본 적이 있고, 그 책의 내용을 확장해서 집대성한 책을 준비하고 있기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을 잘 아는 사람보다, 과학이 늘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에게 더 잘 가닿을 것 같다. 부담 없이 읽히지만 가볍게만 남지는 않는, 요즘식 대중과학서의 장점을 꽤나 잘 살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동아시아(@dongasiaboo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울림 #오늘을바꾸는과학 #동아시아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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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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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

“우정은 소중하다.”

맞는 말이다. 인생에서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때로는 가족보다도 더 나를 지지해주고, 알아주고, 환대해주는 존재가 친구들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우정은 소중하다"라는 말로 딱 떨어지는 주제를 가진 그런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이 보여주는 우정은 밝고 건강한 관계라기 보단, 무 이른 나이에 세상의 폭력과 외로움을 알아버린 아이들이 서로를 붙들고 겨우 하루씩 살아내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애틋했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다. 작가가 이 책을 완성하는데 30년이 걸렸다는 인터뷰가 있던데, 그 긴 시간동안 마음에 품어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한 이야기였다. 원래도 유명한 작가지만, 이번 책 정말 좋았다. 


🎨

“산다는 건 끊임없이 상심을 달래는 일인데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거죠?”

내가 이 소설에서 좋았던 건, 작가가 상처를 다루는 방식이 아주 정직하다는 점이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폭력이 횡행하는 가정에서 자랐고, 누군가는 버려진 사람처럼 살아고고, 누군가는 자기 내면 속으로 끊임없이 숨어들기만 한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방식은 희안하게도 현실적이라 느껴진다. 원래 인간이란 존재가 상보성 보다는 유사성에 더 끌리는 법이기 때문일까? 서로를 완전히 이해해서가 아니라, 저 애도 나만큼 망가져 있구나 라는 것을 알아봄으로써 시작되는 관계. 그래서 이 책의 우정은 아름답기 이전에 처절하고 절실한 측면이 있다. “내일 보자” 같은 말이 그저 인사가 아니라, 오늘을 간신히 넘긴 자들의 생존 약속처럼 들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해외 독자 리뷰들이 이 작품을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라 상처 입은 아이들의 생존과 연대, 그리고 그 관계가 남기는 흔적에 관한 이야기로 읽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한다.


👨🏻‍🎨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이 소설이 예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 다루는 고상한 영역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끝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잡는 마지막 동아줄이고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곳 말고 또다른 세계도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귀중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루이사가 그림엽서 한 장을 부적처럼 품고 다니는 설정도, 친구들이 한 소년의 재능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는 장면도 그래서인지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준다. 이 책에서 예술은 그저 부잣집 안방의 장식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삶이 너무 거칠 때 간신히 자기를 지키게 해주는 방패처럼 작용한다. 


👩‍👩‍👧‍👦

물론 작가가 주로 활용하는 특유의 감정선이 이번에도 너무나 분명해서, 어떤 독자에게는 조금 벅차거나, 지루하거나, 다소 의도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도 중반부 호흡이 약간 길다고 느끼기도 했다(대숏폼 시대의 부작용인가...).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느린 호흡 덕분에 이 소설이 말하려는 것이 더 뚜렷해졌다고 느끼기도 했다. 삶을 바꾸는 건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와 같은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부두 끝에 함께 앉아 있던 한여름 저녁 같은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 속에서 소박하지만 오래 남는 순간들. 《나의 친구들》은 바로 그런 순간들이 한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런 걸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한다. 책을 덮고 나면 내게도 한때 그런 친구가 있었는지를 조용히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가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우정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 다산책방(@dasanbooks )에서 책을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나의친구들 #프레드릭배크만 #다산책방 #다산북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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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시대 철학 수업 -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에피소드 X 탐구 질문 ㅣ 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박시몽 지음 / 한언출판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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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시대 철학 수업> 박시몽, 한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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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는 흔히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이는 AI가 그저 말을 잘 만들어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답이 더 바람직한지까지 일정한 원칙 위에서 훈련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헌법적 AI를 “원칙 목록, 즉 헌법(Constitution)을 바탕으로 모델을 정렬(alignment)하는 방식”으로 설명해왔고, 2026년 1월에는 아예 클로드의 새 헌법을 공개하며 그것이 클로드의 가치와 행동을 규정하는 문서를 밝혔다. 심지어 앤트로픽에는 AI 윤리와 가치 정렬을 담당하는 대표 상주 철학자 아만다 애스켈(Amanda Askell)가 있다. 인공지능인 클로드에게 양심과 도덕성을 가르치는 인물이라고 알려진 여성 철학자이다. 지금 AI 업계 중 일부는, 성능 경쟁이 전부가 아니라 “어떻게 판단하게 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AI에게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AI에게 물으면 웬만한 답은 바로 돌아오고, AI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시스템이 개인의 취향까지 대신 형성해주는 시대다. 이럴 때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것은 과연 정보를 더 빨리 얻는 능력일까? 꼭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받아들인 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는 사고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여러 측면에서 이 책, <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시대 철학 수업>은 참 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의적절하다는 말로는 모자랄 정도로 정확한 타이밍에 나온 책처럼 느껴졌다. 책 소개에서도 이 책을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시대에 스스로 묻고 판단하는 근육을 키워주는 철학 수업”이라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적절한 설명이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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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건, 이 책이 AI를 둘러싼 사람들의 불안이나 기대감을 과장하거나 증폭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 이런 주제를 다루는 책들 가운데는 기술에 압도당한 인간의 위기감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반대로 기술 낙관론쪽으로 너무 쉽게 기울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저자는 어느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부여준다. 그리고 익숙한 이야기와 사례를 디딤돌 삼아, 현실이란 무엇인지, 선택과 책임은 어디에 남는지, 인간다움이라는 말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같은 질문을 독자들에게 꺼내 놓는다. <매트릭스>, 일본 설화 <쓰쿠모가미>,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같은 소재를 가져오는 방식도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철학을 삶의 언어로 해석해준다는 측면이 강했다. 이러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

무엇보다 이 책은 정답을 가르치려는 책이 아니었다. 수업이라고 하니까 뭔가 지식을 주입받을 것 같고, 내용을 암기해야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려나 싶었는데, 오히려 이 책은 포기하지 말고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하는 책에 더 가까웠다. 그런 이 책의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사실 AI 시대에 철학이 왜 필요하냐는 물음은, 조금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질문일 수 있다. AI가 전쟁을 대리수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래 기술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오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다시 인문학, 철학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무엇을 좋은 답이라고 부를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자주 잊히는 사실을, 어렵지 않은 말로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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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주 깊고 촘촘한 철학 논의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내용이 다소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을 높은 곳에 올려두지 않고, 인공지능이라는 지금 여기 현실의 문제와 자연스럽게 붙여놓았기에, 청소년 철학 입문서로도 무리가 없고, 어른이 읽어도 생각보다 만만하게 소비되지는 않는다. 답이 너무 쉽게 주어지는 시대에, 질문하는 힘이 왜 더 중요해지는지를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책. 이런 책을 사람들이 많이 소비해주었으면 좋겠다.


@moonie_ear 

*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질문으로답을찾는인공지능시대철학수업 #박시몽 #청소년필독서 #한언출판사 #참으로시의적절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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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수집가의 시대 - 의미, 재미, 상징을 수집하는 새로운 소비 인류
송수진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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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수집가의 시대> 송수진,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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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진의 『경험수집가의 시대』는 마케터가 요즘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쓴 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고 나니 요즘 젊은 친구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애정어린 이야기가 더 오래 남는 것 같은 책이었다. 책은 오늘의 소비자를 ‘경험수집가’라고 부른다. 의미와 재미, 상징이 있는 경험을 골라 자기 삶에 쌓아가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을 단순히 유행을 좇는 세대로 보지 않고, 기술과 시장, 감정의 습관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형으로 바라본다.


🚶‍♂️

이 책이 꽤 괜찮았다고 느낀 지점은, Z세대를 바라보는 태도였다. 세대론을 무작정 믿지 않으면서도 지금 세대에서 실제로 달라진 감각과 생활방식은 분명히 있다고 보는 태도였다. 그래서 문장이 지나치게 단정적이지 않다는 점이 좋았던 점이었다. “같은 세대라고 해서 다 같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또 아무 공통점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식의 태도가 책 전체에 깔려 있다. 이런 태도 덕분에 책이 영리하게 쓰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를 분석하고 요즘 세대에 관한 분석을 담은 책들은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적어도 그런 스탠스는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아주 큰 미덕이 아닐까 한다.


🚶‍➡️

예전의 소비가 더 좋은 제품, 더 나은 가격, 더 효율적인 선택을 향해 있었다면, 지금의 소비는 점점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확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저자의 통찰은 매우 훌륭한 지점이라 생각한다. 소비의 첫 번째 탐색 대상이 상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었다는 말은 조금 낯간지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곱씹어 보면 꽤나 정확한 말이다. 실제 요즘 MZ 세대 혹은 Gen Z의 소비 성향을 '가치 소비'라 부르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실제로 요즘 친구들은 뭘 살지 고민하기 전에, 내가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부터 확인하려 할 때가 많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어떤 브랜드를 고르는지가 효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설명의 방식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나도 완전하다고는 못하겠으나 꽤나 갖고 있는 소피 패턴, 인식 패턴이라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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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로 갈수록 이 책은 조금 더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업은 경험수집가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가, 무엇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가를 다루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래도 소비행동과 브랜드 전략 쪽의 책이라는 본색이 어느정도 드러난다. 그래도 이 부분이 예상보다 덜 노골적이라 좋았다. “이렇게 마케팅하라”는 처방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려면 먼저 그 사람의 삶을 봐야 한다는 쪽에 더 가까워서 신기했다. 이런 지점에서 이 책이 술술 읽히면서도 또 좋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말이 너무 쉽게 남용되는 시대에, 적어도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이해가 통계 자료 위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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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비슷한 이야기를 언급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분석 대상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안에서의 소비자는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는 존재로 치부되기 쉽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말을 해가면서 치켜세워주지만, 물건을 팔고 이익을 누리기 위해 속이고, 기만해야하는 존재가 현대 사회의 소비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경험수집가'들은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전략가이자, 자기 삶을 조금 더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꾸려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요즘 애들은 왜 이럴까” 같은 시시한 말보다는, “나도 이미 저 세계 안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쪽에 더 가까운 생각이 든다. 그게 이 책이 정말 좋게 느껴졌던 이유인 것 같다. 타인을 분석하는 책처럼 시작해서, 결국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니 말이다.



@grit_nayoung @chungrimbooks 

청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험수집가의시대 #송수진작가 #청림출판사 #서평단 #z세대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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