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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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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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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소중하다.”
맞는 말이다. 인생에서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때로는 가족보다도 더 나를 지지해주고, 알아주고, 환대해주는 존재가 친구들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우정은 소중하다"라는 말로 딱 떨어지는 주제를 가진 그런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이 보여주는 우정은 밝고 건강한 관계라기 보단, 무 이른 나이에 세상의 폭력과 외로움을 알아버린 아이들이 서로를 붙들고 겨우 하루씩 살아내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애틋했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다. 작가가 이 책을 완성하는데 30년이 걸렸다는 인터뷰가 있던데, 그 긴 시간동안 마음에 품어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한 이야기였다. 원래도 유명한 작가지만, 이번 책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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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끊임없이 상심을 달래는 일인데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거죠?”
내가 이 소설에서 좋았던 건, 작가가 상처를 다루는 방식이 아주 정직하다는 점이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폭력이 횡행하는 가정에서 자랐고, 누군가는 버려진 사람처럼 살아고고, 누군가는 자기 내면 속으로 끊임없이 숨어들기만 한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방식은 희안하게도 현실적이라 느껴진다. 원래 인간이란 존재가 상보성 보다는 유사성에 더 끌리는 법이기 때문일까? 서로를 완전히 이해해서가 아니라, 저 애도 나만큼 망가져 있구나 라는 것을 알아봄으로써 시작되는 관계. 그래서 이 책의 우정은 아름답기 이전에 처절하고 절실한 측면이 있다. “내일 보자” 같은 말이 그저 인사가 아니라, 오늘을 간신히 넘긴 자들의 생존 약속처럼 들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해외 독자 리뷰들이 이 작품을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라 상처 입은 아이들의 생존과 연대, 그리고 그 관계가 남기는 흔적에 관한 이야기로 읽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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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인상적인 건, 이 소설이 예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 다루는 고상한 영역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끝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잡는 마지막 동아줄이고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곳 말고 또다른 세계도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귀중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루이사가 그림엽서 한 장을 부적처럼 품고 다니는 설정도, 친구들이 한 소년의 재능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는 장면도 그래서인지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준다. 이 책에서 예술은 그저 부잣집 안방의 장식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삶이 너무 거칠 때 간신히 자기를 지키게 해주는 방패처럼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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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작가가 주로 활용하는 특유의 감정선이 이번에도 너무나 분명해서, 어떤 독자에게는 조금 벅차거나, 지루하거나, 다소 의도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도 중반부 호흡이 약간 길다고 느끼기도 했다(대숏폼 시대의 부작용인가...).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느린 호흡 덕분에 이 소설이 말하려는 것이 더 뚜렷해졌다고 느끼기도 했다. 삶을 바꾸는 건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와 같은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부두 끝에 함께 앉아 있던 한여름 저녁 같은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 속에서 소박하지만 오래 남는 순간들. 《나의 친구들》은 바로 그런 순간들이 한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런 걸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한다. 책을 덮고 나면 내게도 한때 그런 친구가 있었는지를 조용히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가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우정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 다산책방(@dasanbooks )에서 책을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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