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포인트 -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혜진 옮김, 배세진 해제 / 우중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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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포인트 -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 슬라보예 지젝, 우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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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스럽게도 우주서평단에 합류하게 되어 슬라보예 지젝의 <진보에 반대한다>에 이어 <제로 포인트>까지 읽을 수 있었다!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진보에 반대한다> 먼저 읽은 뒤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제로 포인트>는 전작과 이어지는 글처럼 느껴졌다. ㅇ연결 독서 하는 느낌! <진보에 반대한다>가 ‘진보’라는 말 자체에 대해 한 번 더 의심하고 숙고하게 만드는 책이었다면, 이 책 <제로 포인트>는 그 의심을 지금의 세계 정세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오는 좀 더 실천적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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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진보에 반대한다>에서 지젝은 우리가 진보라고 부르는 것이 정말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묻고 있었다. 선한 구호, 올바른 입장, 세련된 말들이 실제 현실의 고통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과감한 문체와 내용으로 압도적인 필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이 책 <제로 포인트>에서는 더 날카롭게 확대 재생산된다. 트럼프의 귀환, 가자 지구의 참상,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 플랫폼 자본주의, AI와 알고리즘이 바꾸는 일상까지. 이 책은 지금 세계가 어딘가 혹은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불편한 감각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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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지젝 특유의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 구성이 조금은 정신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헤겔, 라캉, 마르크스가 펼친 철학적 내용들이 계속 나오고, 정치 뉴스와 철학 개념이 문장들 여기저기에서 부딪혀 머리 속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천천히 (그리고 AI의 도움을 받아) 읽다 보면 과거 한가닥 하셨던 철학자, 사상가들의 이름이 괜히 등장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젝은 헤겔의 철학을 빌려 모순을 피하지 말고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끝까지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지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은 우리가 아직 답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현실 자체가 이미 모순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젝은 라캉을 통해 우리가 왜 알면서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욕망하고 있는 지를 설명해준다. 사람은 진실을 마주한다고 해서 바로 바뀌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믿고 싶은 구조 안에서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 지젝은 마르크스를 통해 이 모든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선함 혹은 악함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병폐적 자본주의의 구조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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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은 어느 한쪽 편에 서서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는다. 하마스의 폭력을 비판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맥락을 말해야 한다고 하고, 서구의 위선을 비판하면서도 쉬운 반서구주의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다소 지젝이 회색 분자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황희 정승인가?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고... 하지만 지젝은 문제에서 빠져나와 한 걸음 멀리서 생각해내는 메타 인지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듯 했다. 우리는 대개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편 가르기로 정리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그런데 지젝은 그 편안함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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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작금의 한국 사회의 현실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선거가 끝나자 진영 싸움과 권력 투쟁만 남았고 어떤 사건이 생기면 사실을 따지기도 전에 내 편과 네 편부터 갈라진다. 질문은 곧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의심은 곧 음모론으로 몰리거나 반대로 무책임한 선동으로 번지기도 한다. 지젝이 말하는 “제대로 된 말을 하라”는 문장은 그래서 더 유의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최근에는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하며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결국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행동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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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 잘될 거라고 위로해주는 책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미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지점에 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젝의 이야기가 완전히 절망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바닥을 인정하는 일은, 포기가 아닌 다시 시작하기 위한 출발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올바른 말은 무엇인가?


* 이 책은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서평단_철학방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출판사 : @woojoongmong.books


#우주서평단 #우주클럽_철학방 #우중몽 #슬라보예지젝 #제로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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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ㅣ 바일라 27
이병승 지음 / 서유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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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이병승, 서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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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사라진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이 단순한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책을 펼쳤다. 제목이 살짝 시적으로 느껴져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제목 정말 잘 뽑으신듯). 말 그대로 문장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할까? 그런 막연한 궁금증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자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주어 깜짝 놀랐다. 이 책 속의 세계에서는 AI 검열 시스템 ‘아르고스’가 사람들이 쓰고 읽고 말하는 문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그저 단어 몇 개를 걸러내는 정도가 아니다. 문장의 맥락과 행간까지 읽어내고 체제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검열법 위반이 된다. 주인공 초월은 작가를 꿈꾸는 고등학생인데, 공모전에 낸 시나리오가 검열 대상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사이버수사대 조사를 받게 된다. 글을 썼을 뿐인데 집이 수색당하고,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져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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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만 보면 근미래 SF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80~90년대 즈음, 심지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금지된 책, 금지된 노래, 혹독한 검열과 심의가 남발되기도 했고, 하고 싶은 말을 함부로 말할 수 없었던 시대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는 AI가 검열을 하지만, 그 검열의 얼굴은 우리가 이미 역사 속에서 본 적 있는 것과 매우 닮아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 속 이야기는 과거의 부조리가 가까운 미래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얼마나 쉽게 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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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등장하는 ‘우아한 금서 클럽’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일단 클럽 이름이 입에 착착 붙게 잘 지어진 것같다. 이 클럽 내에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거창하고 대단한 영웅들은 아니다. 그저 책과 문장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좋은 문장을 읽고 싶고,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함부로 지워지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여 조용하지만 분명한 저항이 되는 과정이 좋았다. 책 한 권을 몰래 읽는 일이 이렇게 위험하고도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씁쓸하면서도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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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AI가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 나도 상당히 유용하게 쓰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앞으로의 AI는 지금보더 더 빠르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AI 주도권과 패권을 가진 세력이 미래 사회에 권력을 갖게 될테고... 그렇다면 이 소설 속 설정, 세계관, 내용이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AI 자체가 무섭다기보다, 그것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가 더 무서운 일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새삼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쓰고 싶은 말을 쓰고, 마음에 담은 말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 이 당연한 것들이 사라진 세계를 보고 나니,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도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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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빠르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금지된다면 나는 그 문장을 지킬 수 있을까? 누군가 내 글을 대신 판단하고 지워버리는 세상에서 나는 그래도 계속 쓰려고 할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많은 질문들을 남기는 좋은 책이었다.



* 이 책은 서유재(@seoyujae_books) - [우아한 금서 클럽]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문장이사라진세계에서 #우아한금서클럽 #SF소설 #이병승 #서유재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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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리스 피플 - 책임, 공감, 원칙이 사라진 거대 플랫폼 기업의 세계
세라 윈윌리엄스 지음 / 디플롯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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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리스 피플 - 책임, 공감, 원칙이 사라진 거대 플랫폼 기업의 세계> 세라 윈윌리엄스,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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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의 초반부에 갑자기 저자가 어린 시절 상어에게 물린 스펙터클하고 경악스런 이야기가 나온다. 페이스북에 관한 진실을 폭로한 책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데 막상 저자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 그것도 뜬금없이 상어에 물린 이야기가 나오니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했다. 엥, 갑자기 상어가 튀어나온다고? 그런데 책을 읽어 나가면서 이 이야기가 괜히 들어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어에게 물린다는 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지불식 간에 어떤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에게 공격받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어에 물리고 나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바다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저자에게 '페이스북'이란 존재도 비슷했던 것 같다. 저자는 초기에는 페이스북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쪽이라고 봐야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닫힌 사회를 열고,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처음 페이스북을 접한 건 어렸을 때 이민간 친구를 찾기 위해서였고 이후 나는 페이스북을 그저 기록용으로만 썼는데, 저자는 페이스북의 파급력을 먼저 생각해냈다니... 좀 놀랍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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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페이스북 안에서 중요한 것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사용자를 붙잡고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중국 시장을 둘러싼 이야기나 정치적 혼란에 대처하는 방식, 청소년 사용자를 바라보는 태도 같은 대목을 읽다 보면 꽤나 불편하다. 이미 대략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이게 정말 몰라서 벌어진 일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한 걸까 싶어진다. 셰릴 샌드버그 이야기도 꽤 인상적이었다. <린 인>이란 책으로 여성 리더십의 상징처럼 알려진 인물인데, 책 속에서 보이는 모습은 알고 있던 이미지와 상당히 달랐다. 물론 한 사람의 증언만으로 모든 것을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업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얼마나 매끄럽게 포장될 수 있는지는 분명히 느껴졌다. 마크 저커버그 역시 마찬가지다. 천재 창업자, 젊은 혁신가 같은 말 뒤에 숨겨져 있던 모습이 상당히 소름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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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설명하는 페이스북은 나쁘다기 보다는, 뭐랄까... 찝찝한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영화나 만화 속 악당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저 회의하고, 결정하고, 보고하고, 자기 일을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다치고, 사회가 흔들리고,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감정과 판단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케어리스 피플'이란 제목이 참 찰떡이란 생각을 했다. 부주의한 사람들, 무신경한 사람들. 아니 어쩌면 무책임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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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반부에 등장했던 상어 이야기를 다시 상기하게 된다. 상어는 적어도 자신이 상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플랫폼 권력은 자신의 존재를 은폐한 채 친근하고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연결, 혁신, 자유, 커뮤니티 같은 말들로 자신을 잘 위장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 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자주 책임을 가리는 포장지가 되는지 이 책은 집요하게 보여준다. 플랫폼 권력이 지배하는 시대, 이 책의 경고는 상당히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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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두께가 있어서 처음엔 조금 완독 할 수 있을지 겁이 났는데, 내부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조직 이야기가 워낙 생생해서 금방 읽힌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었다. 어떤 부분은 거의 드라마처럼 느껴질 정도다. 다만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기에는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책을 덮고 나면 페이스북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쓰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그리고 AI 서비스들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는데, 그 기술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과연 충분히 조심스러운가 묻게 된다. 



* 이 책은 디플롯(@dplotpres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케어리스피플 #세라윈윌리엄스 #디플롯 #서평단 #북스타그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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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댄스 - 춤, 팬덤, 소셜 미디어 ㅣ 컬처룩 미디어 총서 44
오주연 지음 / 컬처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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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댄스 - 춤, 팬덤, 소셜 미디어> 오주연, 컬처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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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난 춤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생이 된 스무 살 때부터 K팝 댄스를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그때는 방송댄스라고 했다ㅋㅋ). 연속해서 쭉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당연히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K팝 댄스를 그냥 화면으로만 본 사람과, 거울 앞에서 박자를 놓치고 동선을 헷갈리고 팔 각도를 맞추려고 애써본 사람의 감상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나에게 K팝 댄스는 한때의 유행이나 가벼운 취미이기도 하지만, 꽤 오랫동안 몸으로 익혀온 라이프스타일에 가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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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팝을 단순히 듣는 음악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K팝의 힘은 따라 추게 만드는 힘에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이 꽤나 마음에 와닿았다. 실제로 춤을 배워보면 K팝 안무가 얼마나 카메라와 관객을 의식해서 만들어졌는지 느끼게 된다. 정면을 향해 선명하게 보이는 동작, 짧지만 강하게 각인되는 포인트 안무, 얼굴과 상반신의 사용, 후렴구에서 터지는 반복 동작, 그리고 최근에는 화려하고 창의적이고 시원시원한 구성까지. 그냥 보기에는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아도 막상 따라 해보면 느낌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막상 춰보면 정말 신나고 재밌다. 그런 일종의 '까리한 느낌'이야말로 K팝 댄스가 가진 묘한 기술이자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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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커버댄스에 관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모방으로 보지 않고 있다. 나도 춤을 배우면서 자주 느낀다. 누군가의 안무를 따라 추는 일은 단순히 동작을 복사하는 일이 아니다. 몸의 중심을 어디에 둘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힘을 언제 주고 뺄지, 시선 처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상하게 노래와 더 가까워진다.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한 노래도 안무를 따라하보면 노래가 좋아진다. 동시에 평소의 나와는 다른 나를 잠시 꺼내보는 기분도 든다. 그래서 K팝 커버댄스가 전 세계로 퍼진 이유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사람들은 아이돌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몸짓을 통해 잠깐 다른 자신이 되어보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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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K팝 댄스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유튜브와 틱톡, 릴스 속에서 사람들은 같은 안무를 각자의 몸으로 다시 구현한다. 좁은 방에서도, 연습실에서도, 거리에서도 K팝은 계속 다른 버전으로 태어난다. 무대 위 아이돌의 춤이 팬들의 몸을 거치며 다시 살아나는 장면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문화 현상인 것 같다. 이 책은 마냥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문화연구와 무용학에 가까운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K팝 댄스를 좋아하거나 직접 배워본 사람이라면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내가 거울 앞에서 익숙하게 반복해온 동작들이 사실은 소셜미디어, 팬덤, 산업,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통찰력도 얻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K팝댄스 #오주연 #컬처룩 #지스 #서평단 #북스타그램 #지식인독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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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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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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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디어 마이 리더 북페어(@dearmyreader.bookfair)에서 산 책이다. 사실 그날 여러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을 집어 든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하다니. 조금은 허황된 표현인 것 같으면서도, 막상 회사 생활을 떠올려 보면 이보다 더 간절하게 원하는 마음이 투영된 제목도 없지 않을까? 텀블벅×리디북스 소설 기획전에서 ‘에디션 제로’ 선정작이라고 하니 재미는 어느정도 검증된 셈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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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말 신입사원인 김가현이다. 가현에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명함이 생긴다. 신입사원에게 이보다 더 절실한 능력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면 누군가에게 어디까지 물어봐도 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물어보면 그런 것도 모르냐고 할 것 같고, 안 물어보고 했다가 틀리면 또 혼날 것 같은 그 무시무시한 공포가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첫 회사 생활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별것 아닌 전화벨 소리에도 긴장하고, 메일 하나 보내는 데 몇 번씩 다시 읽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 말이다. 그래서 가현이 명함을 쥐고 실수를 되돌리려 애쓰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조금 짠하기도 했다. 실수에 대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마지막 메시지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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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파견 계약직 주임 이나정이다. 나정에게는 순간이동 능력이 생긴다. 출퇴근을 3초 만에 할 수 있다니...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이다. 나정은 대기업에 파견되어 일하지만 계약직이다 보니 완전히 자기 회사라는 느낌을 느끼지는 못한다. 같은 공간에 앉아 있어도 어딘가 투명인간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고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 사이에 늘 놓여 있다. 순간이동이라는 능력이 나정이 가진 소속감의 결여와 연결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꽤 흥미로웠다. 몸은 사무실에 있는데 마음 둘 곳은 없는 상태. 회사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업무 그 자체보다는, 내가 여기서 정말 필요한 사람인가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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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강다영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처음에는 이 능력이 꽤 유용해 보였다. 회사에서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눈치 게임에서 훨씬 유리하니 말이다. 하지만 독심술이야말로 가장 피곤한 능력이 아닐까? 회사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 겉과 속의 불일치가 존재한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웃으면서도 계산하고, 칭찬하는 척하면서 견제할 수 있다. 다영은 그 모든 속마음을 듣고도 표정을 관리해야 한다. 다영의 이야기는 회사에서 ‘능력 있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보여준다.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일을 맡게 되고 눈치가 빠르면 더 많은 걸 감당해야 한다. 결국 회사원에게 필요한 건, 사람 마음을 몰라도 괜찮은 업무 환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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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생 브랜드 대표 최라희다. 라희는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수상한 사이트를 알게 된다(유튜브의 구독자를 돈으로 환산해주는 사이트이다). 직원일 때는 대표가 되면 자기 뜻대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대표가 된 라희의 삶은 전혀 가볍지 않다. 직원들의 월급날은 너무 빨리 돌아오고, 제품을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믿음을 줘야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회사원으로 사는 것도 힘들지만 한 기업의 대표로서 회사를 책임지는 일은 더욱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급이 올라가면 자유로워질 것 같지만, 사실은 증명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물론 자본력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선결되어야 할 건 역시 신뢰와 책임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단편이었다.


🪪

읽는 동안 “나였으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을까?” 생각해봤다. 어쩌면 회사원에게 가장 필요한 초능력은 오늘 하루 너무 망쳤다고 느껴도 내일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거의 초능력에 준하는 이 능력으로,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꽤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으니까.



#내돈내산 #회사원도초능력이필요해 #민제이 #팩토리나인 #북스타그램 #에디션제로 #텀블벅 #리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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