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ㅣ 바일라 27
이병승 지음 / 서유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이병승, 서유재



📝

‘문장이 사라진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이 단순한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책을 펼쳤다. 제목이 살짝 시적으로 느껴져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제목 정말 잘 뽑으신듯). 말 그대로 문장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할까? 그런 막연한 궁금증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자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주어 깜짝 놀랐다. 이 책 속의 세계에서는 AI 검열 시스템 ‘아르고스’가 사람들이 쓰고 읽고 말하는 문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그저 단어 몇 개를 걸러내는 정도가 아니다. 문장의 맥락과 행간까지 읽어내고 체제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검열법 위반이 된다. 주인공 초월은 작가를 꿈꾸는 고등학생인데, 공모전에 낸 시나리오가 검열 대상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사이버수사대 조사를 받게 된다. 글을 썼을 뿐인데 집이 수색당하고,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져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설정만 보면 근미래 SF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80~90년대 즈음, 심지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금지된 책, 금지된 노래, 혹독한 검열과 심의가 남발되기도 했고, 하고 싶은 말을 함부로 말할 수 없었던 시대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는 AI가 검열을 하지만, 그 검열의 얼굴은 우리가 이미 역사 속에서 본 적 있는 것과 매우 닮아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 속 이야기는 과거의 부조리가 가까운 미래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얼마나 쉽게 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졌다.


📝

책에 등장하는 ‘우아한 금서 클럽’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일단 클럽 이름이 입에 착착 붙게 잘 지어진 것같다. 이 클럽 내에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거창하고 대단한 영웅들은 아니다. 그저 책과 문장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좋은 문장을 읽고 싶고,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함부로 지워지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여 조용하지만 분명한 저항이 되는 과정이 좋았다. 책 한 권을 몰래 읽는 일이 이렇게 위험하고도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씁쓸하면서도 인상 깊었다.


📝

요즘은 AI가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 나도 상당히 유용하게 쓰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앞으로의 AI는 지금보더 더 빠르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AI 주도권과 패권을 가진 세력이 미래 사회에 권력을 갖게 될테고... 그렇다면 이 소설 속 설정, 세계관, 내용이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AI 자체가 무섭다기보다, 그것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가 더 무서운 일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새삼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쓰고 싶은 말을 쓰고, 마음에 담은 말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 이 당연한 것들이 사라진 세계를 보고 나니,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도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작품은 빠르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금지된다면 나는 그 문장을 지킬 수 있을까? 누군가 내 글을 대신 판단하고 지워버리는 세상에서 나는 그래도 계속 쓰려고 할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많은 질문들을 남기는 좋은 책이었다.



* 이 책은 서유재(@seoyujae_books) - [우아한 금서 클럽]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문장이사라진세계에서 #우아한금서클럽 #SF소설 #이병승 #서유재 #서평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