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
데이비드 에드먼즈 & 존 에이디노 지음, 김태환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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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는 우리사회에서 무슨 의미를 지닐까? 내 생각에는 그저 천재 한명이 있었고 지금도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는 것 쯤이 아닐까? 그리고 그 영향을 미친다고 해봐야 관련 철학계의 필독서가 되었다는 것 외에, 일반인으로 실상 우리사회에 영향력이라고 느끼는 아마 요만큼도 없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의 7번 명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한다.(말해서는 안된다.)"정도가 나같은 딜레탕트에게 조금 쓰이는 수준일 것이다. 


포퍼를 볼까?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로 과거 사회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 정도해보는 책이 었다. 그리고 포퍼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대중적으로 풀어 써놓은 인기작도 없을 뿐더러 알려고해봐야 국내 연구서로는 그 사람 참 똑똑했다는 이야기 빼고는 없다.


비트겐슈타인이나 포퍼나 옛날에 천재 둘이 있었는데 그들이 논쟁을 한번 벌렸고 참 대단했다더라 이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데 가장 우려스러운 태도 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 주변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이 책에 접근해보면 포퍼와 비트겐슈타인이 가지고 있었던 태도에 대해서 조금 더 공감이 가고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부지깽이 사건에 대해서도 철학적인 한걸음이라고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생각에 좀더 공감을 할 수 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부담스러우면 이 책을 여러번 읽는 것도 권유한다.


나 역시 대학시절 멋모르고 접한 비트겐슈타인을 알고싶어서 읽었고 10년이 지나서 재출간이 되고나서야 다시 보게되었다. 더 다행인 것은 장하석 <온도계의 철학>과 그의 EBS 특강을 통해서 둘의 입장을 더 면밀히 알고 나서야 이 책이 더 이해되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책 읽기를 권하는 바이다.


이제 그 상세한 내용은 여러분들에게 맡긴다. 


아참, 평점에 별을 하나 뺐는데 책을 읽다보면 포퍼는 좀 찌질하게 표현된다. 그의 태도가 뭐 찌질함으로 독자에게 안좋은 인상을 유발하긴했지만 그래도 20세기 중요한 철학자로 마지막에 구태여 그 찌질함을 덮어버리려는 작가의 뒷수습이 아쉬워서 별하나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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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게이트 - 불법 사찰 증거인멸에 휘말린 장진수의 최후 고백
장진수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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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책이 나올쯤에 북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들었어요. 13년도 9월에 진행한 글쓰기 수업이 생각납니다. 나름 분석이나 글에는 자신이 있다 생각했는데 사실들을 낱낱히 뜯어 다시 글로 엮는 작업은 여간 쉽지가 않았었죠. 게다가 막상 현실에서 고초를 겪은 사람과 함께하는 수업이었는데 저는 늘 반대편 자리에 있어서... 지금 잠시 어떤 호칭을 붙여야 될지 망설여지는데 그냥 제 버릇상 형님이라 칭해도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수업 마지막날 점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 참 후배들 챙겨주시는 인상이 아직도 훤해서 말이죠.


당시만해도 민간이 사찰이 있었고 수사가 진행되었고, 양심있는 내부 고발자가 있었다. 이 사실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 수업을 같이 들을 적만 하여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서 형님의 고초에는 그저 지나간 뉴스로만 알고 있었네요. 그리고 책을 사놓고 몇달을 묵히고 이제 열었습니다. 참 가관도 이만한 가관이 없으며 도데체 그 진흙구덩이를 어떻게 그렇게 헤쳐오셨는지 이제 몇년 일한 경력의 저로서는 그 고초가 상상도 안가네요.


어쩌다 공무원 조직과 일을 하다 보니 참 웃기는 것이 공적으로 일해야 될 것을 꼭 선을 타서 하는 일들이 있더라구요. 공적인 일인데도 어떤 것들은 하나도 공적이 것이 없고, 어디선가 몰래몰래 처리되는 인상을 지울 수도 없었고 아마 200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쯤에는 정말로 사냥개가 되는 줄만 알았었습니다. 그 정도에도 저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형님, 진수형님 그간 어떻게 버텨오셨습니까? 그때라도 사정과 마음을 읽었더라면 술이라도 한 잔 더 권해드렸을텐데 고작 글을 더 잘써보겠다고 저 하나 챙기기 바빴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스릴러 소설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더 무서워서 일까요? 이것은 분명 사실이고 증언의 기록인데 어쩜 이렇게 소설같을까 하는 인상이 계속 박혔습니다. 나오는 인물들이 정말 이렇게 치밀하고 영악하고 인간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고 요령과 알력싸움만 있는 진흙탕이니 말입니다. 이 일들 이후로 정말 힘드셨고 지금도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진심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버티셨는지 그리고 그와중에 그리 웃음을 잃지 않고 버티셨는지 이제는 존경스럽고, 시민으로서도 무관심했던 시절을 보낸 것에 너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내주셔서 그 기간들의 일을 알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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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수 없는 배 -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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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6월달에 다녀왔다. 우도가는 배를 타서 어머니께 보여드렸는데 좀 놀라셨다. 아마 내가 아는 엄마의 성격이라면 일단 5초간 기겁을 하셨을테고 15초간 마음을 가다듬고 막내아들새끼는 못 말리니 어쩔수 없겠다고 하셨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안전을 이야기하고 잠실 싱크홀로, 경남일대 원전으로 안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보통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다보면 문제에 직면하기 보다는 피하는 것을 요구하고 학습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 글을 썼다가 지우는 꼴이랄까? 부글부글 끓는 심정 한 번 억누르고 소리를 내지 못한다. 사실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거리에 나서면 이상한 논리로 나는 빨갱이가 되어버리고 토론이 필요 없는 상황에 말싸움을 빙자한 토론과 직면해야된다. 우리나라에 거리의 소리를 듣는 자비로운 사람은 없다.


우석훈 선생님은 그렇게 지친 학자다. 거리의 학자가 자신을 알아보는 절친한 친구 (진보정치가 고 이재영 님)도 잃은 마당에 글도 쓰고 싶어하지 않던 심하게 탈진하고 지치고 수렁에 빠진 학자다. 그런 학자가 현실을 보고 도저히 있을 수 없어서 있는 남은 힘이라도 여기저기 쓸어 담아서 내놓은 책이다. 세월호 그 자체라는 슬픔에 우석훈이라는 개인이 겪는 슬픔을 더해서 읽게되었다.


쳑의 평이라도 하자면, 과거 <디버블링> 보다 세밀하고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만큼 친절했고 <1인분 인생>만큼 감정을 잘 싫어 놓았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사실 뿐만이 아니라 정서까지 포착해내면서,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인 광범위한 자료와 소설같은(비하 아니다. 진짜 소설을 더 현실적이다.) 시나리오의 배열이 잘 드러난다. 


잠깐 우석훈 선생님 찬양부터 하자면 보통의 경제책들은 수치나 지수의 연관성으로 전망을 한다. 수치, 지수들은 증상이라고 보면 되는데 진단의 과정이 없이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석훈선생님은 진단을 한번 제대로 한다. 그리고 난치병인지 불치병인지 아니면 단순 감기인지 알려준다. 그래서 수치를 들먹이기 보다는 현상들을 나열하고 사건들, 의심들과 합쳐서 진단을 해준다. 이번 책 역시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놓쳤던 부분들을 그렇게 꼬집어준다.


지금 우리는 이 사태를 까발려야한다. 까발리는 시간 동안 욕할 사람들의 목록이 길어도 엄청 길 것이다. 그렇다고 욕에 정신 팔리지 말고 이렇게 다 까야한다. 단순히 이제는 배 안타. 해피아 나쁜놈, 특별법 왜이래? 로 욕만하면서 지켜볼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이 뭐냐고 하는데 책에 나온다 '안전의식'부분이 있다. 꼭 이 책이 아니어도 좋다. 먼저 들여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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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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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선생님의 책은 가만보다보면 늘 똑같다. 여러개의 주제를 각각의 예시를 들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가끔 그 예시가 겹치는 경우도 있고 주제도 겹치는 경우도 있고 이야기가 겹치는 경우도 있다. 이쯤되면 강신주 선생님의 팬들이 혀를 찰법도 하다. 책을 받아들고 <감정수업>으로 스피노자로 48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 또 48개라고 하니 <철학이 필요한 시간>-<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에서 보인 복사-붙여넣기가 생각나서 이분이 요새 힘든가 싶었다.


철학자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은 이제 유일한 장점이 아니다. 국내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이제는 무지막지하게 넓은 스펙트럼으로 지식을 자랑한다. 한때 강신주도 장자에서 니체, 베르그송을 돌아 장자를 설명하는 등 일반독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으나 이제는 그런 철학자 세계여행이 그의 독보적인 무기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많이 써먹기도 많이 써먹었다.


하지만, 이번 책은 강신주 책중에 몇가지만 추려달라고 하면 이 책을 선정하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책이다.


먼저, 구성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48개의 주제는 그가 임의로 뽑은 48개가 아니라 무문관의 48관문이다. 감정수업과 숫자가 일치한 것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을 뿐인데, 아무튼 여러 개의 주제를 뿌려놓고 하나씩 짚어가는 스타일에서 무문관 1번부터 48번의 문을 자신 만의 스타일로 분류하고 하나씩 열어간다. 언뜻보면 이전 작품들과 구성이 큰그림에서 부터 다르지도 않다고 하겠지만 이것은 무문관이라는 책을 하나씩 파헤치는 것이고 그 순서가 다만 이전 작품의 스타일과 비슷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무문관에 집중이 되어있다. 물론, 중간중간 철학자의 지식자랑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비슷한데 멀리있는 사상들과 맞닿는 면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받아들일만 하다. <망각과 자유>에서 여러 철학자들을 빌려오며 얇은 책으로 긴 여행을 하는 것은 넓게 보면서 즐거운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누가 받아들이기에는 멀미만 생길 수도 있다. 몇몇 사람들에게 단점으로 지적된 사항이 이번 작품에서는 많이 해소되었다. 무문관, 스님의 생각을 파헤치는 것, 우리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위한 준비들에 많이 집중되어있어서 읽기 편하면서도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장자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저자 개인적으로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었고 많은 교류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으로 대중들에게 장자의 철학자에서 불교의 철학자로 스펙트럼을 하나 더 넓혔다. 특히 선불교의 화두를 집어들면서 시작해서 그런지 <철학 vs 철학> 동양편에서 인도 이후 중국의 불교 사상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부족하게 이야기 되었던 부분들의 많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겼다는 인상도 들었다.


합장과 동시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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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
류신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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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트 프로젝트를 일면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길'이라는 이미지와 맞닿게 된다. 우리가 직면하는 세계를 파헤친 그 텍스트가 던지는 질문들이 우리가 다니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강신주(그가 쓴 여러 작품), 수잔 벅 모스, 원전은 두꺼우니까 좀 넘어가고 조르주 바타유(유기환)에 이어서 여기까지 왔다.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던진 책의 길을 걸어본 셈이다. 


책은 재미로보나 뭘로 보나 잘 읽히고 재미있고 특히 서울에 살지 않으면서 서울을 비비는(또는 한동안 비볐던) 사람에게는 더욱 밀도있게 다가온다.


별이 4개인 점은... 개인적인 이유다. 구보씨와 옛날 구보씨가 병렬되기를 시도했는데 구보씨가 지금 서울을 너무 많이 느끼는데다 인용할 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옛날 구보씨가 중간중간에 많이 잊혀진다. 하긴 그럴법도 한게 그 서울과 지금의 서울이 너무나도 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아무튼 이건 개인적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서 4점이다.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어쩌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겠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가 소비하면서, 편하다 즐겁다 느끼는 곳을 다르게 보는 큰 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가 서울에도 비춰졌다. 그것도 인천사람 류신이라는 사람의 눈이 구보씨의 눈을 다시 타면서.


그러고보니 책 내용에 나오는데 어머니께서 대구에서 제기동에 올라왔다는 것과 작가와 같이 내가 인천출신이란 것도 겹치다 보니 보다 애착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서울을 어떻게든 비빈 사람에게는 책의 난이도를 떠나서 뭔가 건드려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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