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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4년 6월
평점 :
강신주 선생님의 책은 가만보다보면 늘 똑같다. 여러개의 주제를 각각의 예시를 들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가끔 그 예시가 겹치는 경우도 있고 주제도 겹치는 경우도 있고 이야기가 겹치는 경우도 있다. 이쯤되면 강신주 선생님의 팬들이 혀를 찰법도 하다. 책을 받아들고 <감정수업>으로 스피노자로 48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 또 48개라고 하니 <철학이 필요한 시간>-<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에서 보인 복사-붙여넣기가 생각나서 이분이 요새 힘든가 싶었다.
철학자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은 이제 유일한 장점이 아니다. 국내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이제는 무지막지하게 넓은 스펙트럼으로 지식을 자랑한다. 한때 강신주도 장자에서 니체, 베르그송을 돌아 장자를 설명하는 등 일반독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으나 이제는 그런 철학자 세계여행이 그의 독보적인 무기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많이 써먹기도 많이 써먹었다.
하지만, 이번 책은 강신주 책중에 몇가지만 추려달라고 하면 이 책을 선정하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책이다.
먼저, 구성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48개의 주제는 그가 임의로 뽑은 48개가 아니라 무문관의 48관문이다. 감정수업과 숫자가 일치한 것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을 뿐인데, 아무튼 여러 개의 주제를 뿌려놓고 하나씩 짚어가는 스타일에서 무문관 1번부터 48번의 문을 자신 만의 스타일로 분류하고 하나씩 열어간다. 언뜻보면 이전 작품들과 구성이 큰그림에서 부터 다르지도 않다고 하겠지만 이것은 무문관이라는 책을 하나씩 파헤치는 것이고 그 순서가 다만 이전 작품의 스타일과 비슷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무문관에 집중이 되어있다. 물론, 중간중간 철학자의 지식자랑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비슷한데 멀리있는 사상들과 맞닿는 면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받아들일만 하다. <망각과 자유>에서 여러 철학자들을 빌려오며 얇은 책으로 긴 여행을 하는 것은 넓게 보면서 즐거운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누가 받아들이기에는 멀미만 생길 수도 있다. 몇몇 사람들에게 단점으로 지적된 사항이 이번 작품에서는 많이 해소되었다. 무문관, 스님의 생각을 파헤치는 것, 우리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위한 준비들에 많이 집중되어있어서 읽기 편하면서도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장자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저자 개인적으로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었고 많은 교류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으로 대중들에게 장자의 철학자에서 불교의 철학자로 스펙트럼을 하나 더 넓혔다. 특히 선불교의 화두를 집어들면서 시작해서 그런지 <철학 vs 철학> 동양편에서 인도 이후 중국의 불교 사상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부족하게 이야기 되었던 부분들의 많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겼다는 인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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