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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수 없는 배 -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제주도를 6월달에 다녀왔다. 우도가는 배를 타서 어머니께 보여드렸는데 좀 놀라셨다. 아마 내가 아는 엄마의 성격이라면 일단 5초간 기겁을 하셨을테고 15초간 마음을 가다듬고 막내아들새끼는 못 말리니 어쩔수 없겠다고 하셨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안전을 이야기하고 잠실 싱크홀로, 경남일대 원전으로 안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보통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다보면 문제에 직면하기 보다는 피하는 것을 요구하고 학습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 글을 썼다가 지우는 꼴이랄까? 부글부글 끓는 심정 한 번 억누르고 소리를 내지 못한다. 사실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거리에 나서면 이상한 논리로 나는 빨갱이가 되어버리고 토론이 필요 없는 상황에 말싸움을 빙자한 토론과 직면해야된다. 우리나라에 거리의 소리를 듣는 자비로운 사람은 없다.
우석훈 선생님은 그렇게 지친 학자다. 거리의 학자가 자신을 알아보는 절친한 친구 (진보정치가 고 이재영 님)도 잃은 마당에 글도 쓰고 싶어하지 않던 심하게 탈진하고 지치고 수렁에 빠진 학자다. 그런 학자가 현실을 보고 도저히 있을 수 없어서 있는 남은 힘이라도 여기저기 쓸어 담아서 내놓은 책이다. 세월호 그 자체라는 슬픔에 우석훈이라는 개인이 겪는 슬픔을 더해서 읽게되었다.
쳑의 평이라도 하자면, 과거 <디버블링> 보다 세밀하고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만큼 친절했고 <1인분 인생>만큼 감정을 잘 싫어 놓았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사실 뿐만이 아니라 정서까지 포착해내면서,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인 광범위한 자료와 소설같은(비하 아니다. 진짜 소설을 더 현실적이다.) 시나리오의 배열이 잘 드러난다.
잠깐 우석훈 선생님 찬양부터 하자면 보통의 경제책들은 수치나 지수의 연관성으로 전망을 한다. 수치, 지수들은 증상이라고 보면 되는데 진단의 과정이 없이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석훈선생님은 진단을 한번 제대로 한다. 그리고 난치병인지 불치병인지 아니면 단순 감기인지 알려준다. 그래서 수치를 들먹이기 보다는 현상들을 나열하고 사건들, 의심들과 합쳐서 진단을 해준다. 이번 책 역시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놓쳤던 부분들을 그렇게 꼬집어준다.
지금 우리는 이 사태를 까발려야한다. 까발리는 시간 동안 욕할 사람들의 목록이 길어도 엄청 길 것이다. 그렇다고 욕에 정신 팔리지 말고 이렇게 다 까야한다. 단순히 이제는 배 안타. 해피아 나쁜놈, 특별법 왜이래? 로 욕만하면서 지켜볼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이 뭐냐고 하는데 책에 나온다 '안전의식'부분이 있다. 꼭 이 책이 아니어도 좋다. 먼저 들여다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