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황영미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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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지민이는 엄청난 위기에 처해있다. 중학교 2학년, 한 번의 말실수로 인해 혼자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혼자인 것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혼밥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지민이는 마음을 굳게 먹고 급식실 앞까지 당당하게 걸어갔으나... 결국 혼밥은 실패했고, 급히 목적지를 틀어서 도서관으로 가게 된다.

도서관은 지민이에게 낯선 장소이긴 했지만 막상 가보니, 그 적막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평생 활자라고 본 적도 없었던 지민이었기에, 도서관에 앉아서 만화책을 보는 것이 다였지만 말이다.

어느 날은 마음을 다잡고 유명한 책을 빌려보았지만 이 역시 재미가 없어 포기했다. 지민이는 책을 추천받아 볼까? 까지 생각했지만 '허언증 치료법'이라든지 '개찐따 살아남기'같은 책을 추천받을 수 없음을 깨닫고 마음을 접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반납 트롤리였다. 남이 읽은 책이라면 재미가 보장된 것 아닐까! 하며 『첫사랑』이라는 책을 주워들었다. 그 단편집에 들어있던 무무를 흥미롭게 본 다음 날, 도서관 앞에는 '고전을 걷다' 자율동아리 홍보 포스터를 붙이는 현서가 있었다. 전교 부회장인 현서는 지민이에게 친근히 말을 걸면서 동아리가입을 권유했다. 지민이는 마침 고전에 관심도 생겼겠다, 해당 동아리에 끌림을 느끼곤, 지원한다.

해서, 지민이는 오늘도 통통거리며 도서관에 갔다. 그리고 안태오라는 남자애에게 사랑에 빠졌다. 어떻게 그걸 확신할 수 있느냐고? 그야, 사랑이 아닐 수가 없었다.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고 꼭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태오 역시 '고전을 걷다'에 소속되어 있었다. 태오와 짧고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지민이는 다짐한다. 고백하자고!

지민이는 들뜬 마음을 전하며 태오와 사랑할 수 있을까?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은 황영미 작가의 『체리새우』 이후 4년 만의 작품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엄청 설렜다. 중학교 시절 인상 깊게 보았던 『체리새우』의 작가님이라니!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작가님 아직 청소년이신 거 아니야?' 하고. 그야, 지민이의 고민이 나와 많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민이는 단단하고 강인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나와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주인공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를 투영해서 본다기보다는, '나도 이랬지'라든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렇게 아름답구나'에 가까웠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책이었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세상을 보는지, 또 사랑의 장점을, 그로 인한 변화를 담고 있어서 더 청춘이라는 키워드와 어울렸다. 사람들은 청춘 미화 그만해! 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청춘이 아름답게 보이는 걸 선호한다. 지나가면 다시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게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이미 끝난 과거, 아름답게 회상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여, 사랑이라는 고귀한 감정에 청춘을 더하여 준 게 너무도 좋았다.

또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이 책은 꼭 남과 나의 사랑만을 담은 건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과 자신을 사랑하는 것까지도 담겨있기에 책을 덮고 나면 금세 포근한 감정이 몸을 감싸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문장이 넘치는 책이었다. 게다가 결말 역시 좋았다. 읽는 내내'이랬으면 좋겠다!'하는 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말이다. 해서, 마음에 든 문장과 이유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다.

세상의 기준에 따라 내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된다는 건 정말 끔찍하다. 배울 게 많고 닮고 싶은 사람은 진심으로 존경하고 추앙하겠지만, 외모든 집안이든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었을 뿐 스스로 한 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을 왜 떠받들어야 하지? 50p
해당 문장은 세상에 물음을 던지고 있어,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것들에 부러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돈이나 외모, 그러니까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귀히 여기는 것들 말이다. 그러나 이 문장을 보면서 위로받았다. '자기 노력 없이 얻은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건 그들의 성취가 아니잖아? 너는 노력해서 성취를 이루고 남이 추앙해도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돼.' 이런 말을 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를 좋아하니까. 태오를 차지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그 아이가 좋다. 그 아이가 있는 이 세상이 좋다. 217p
이 문장은 후반 부분에 있어서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내용적 스포는 없는 문장이니까! 하고 넣어보았다. 나는 사랑이 세상마저 바꾸어놓을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사랑이라는, 인간이 느끼는 게 전부인, 고작 '감정'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걸 아름답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있는 이 세상이 좋다'라는 문장에서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이렇게 차갑고 혐오에 가득 찬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당신이 청춘의 푸르름을 느끼고 싶다면, 사랑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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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로매니악 1
이우혁 지음 / 반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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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테러 경보가 내려졌다. 이는 파이로 매니악, 속칭 피엠이라 부리는 집단이 테러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총 다섯 명을 살해하였는데, '테러'임을 감안하면 많지 않은 숫자였다. 하여 여론은 국가의 유난에 가깝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고일문은 유능한 검사다. 다만 성격이 모난 편인 데다 너무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보니, 그의 평가는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부 따위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원래라면 3차장검사 하다못해 부장검사는 받아야 했음에도 여전히 평검사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 배정받은 사건이 바로, 테러 집단 피엠을 검거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야심한 밤, 그의 눈앞에는 피엠의 드론이 소리 하나 없이 떠 있었다. 필시 저를 죽이러 왔으리라! 그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우린 피엠입니다. 고일문······ 검사님?] 하고 목소리가 들렸다.
-피엠이었다. 피엠이 그에게 말을 건 것이다. 그러나 피엠이랑 대화를 할수록 의문만 피어났다. 온건하게 존댓말을 쓰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말투가 전혀 테러 범죄자 -물론 테러 범죄자 말투가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장 궁금했던 사실을 물었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고. 피엠은 답했다. "복수"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밝혔다. 민동훈, 유영, 토끼928. 한 차례 사건으로, 모두 죽었다고 보도된 사람들이었다. 어째서 그들이 살아있는 것일까? 분명 사망선고를 받은 이들이었는데....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한다. 어쩌면 국가 전체가 은폐하는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과연 테러 조직 피엠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들의 복수는 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


『파이로매니악』은 테크노스릴러 작품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런 장르는 생소한 것이었다. 하여 더 흥미롭게 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파이로 매니악은 현대 사회 이슈들과 법, 복수에 초점이 찍혀있기에 깊은 고민을 하며 읽을 수도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와, 그 말 진심이세요? 우리나라 법이 정말 제대로 판단해줍니까? 길 가는 사람 열에 아홉은 절대 아니라고 할 텐데요? 솜방망이 처벌에 가해자만 인권 챙기고 판사님은 아주 너그럽게 온갖 감형을 해 주시잖아요. ··· 분명 뭔가 말썽을 일으킨 놈은 저기 따로 있는데, 그놈은 무서우니 만만한 당한 사람보고 참으라고 하는 거죠. 착하다는 쓰레기 감투를 하나 덮어씌우고 희생을 강요하는 거 아닙니까? (중략)] 58,59p

우선 우리나라 법에 문제가 많다고 근래 느끼고 있었다. 뉴스 몇 개만 훑더라도 범죄자가 터무니없는 형량을 받아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권선징악을 보며 자랐지만 왜 세상을 그리 돌아가지 않는 걸까? 범죄자는 그 죄에 맞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사람을 성폭행하고 살해하고 납치하고 죄를 저질렀는데 솜방망이 처벌에, 심신미약이면 감형해 주기까지 하다니.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둘째로 기억에 남은 까닭은 피해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사람은 동물이므로 대게 강약약강의 성향을 띤다. 혹, 밖에서는 한마디도 못 하던 것을 가족에게 화풀이한 적이 있는가? 또 연인에게, 반려동물에게, 아이에게, 밖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지는 않았는가? 이는 전부 나보다 강한 이에게 대적하기 싫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풀고 싶고, 강한 이는 무섭고, 보복도 두렵고....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사건에서도 다르지 않다. 범죄자와 피해자 중 어느 쪽이 더 약하게 비춰지겠는가. 사람들은 되려 피해자를 억압한다. 그편이 훨씬 간편하며, 내게 위협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이 아닌가.


장르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우혁 작가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퇴마록을 읽을 독자라면, 또 읽은 독자라면 『파이로매니악』도 읽어보길 바란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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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의 노래 고블 씬 북 시리즈
박하루 지음 / 고블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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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의 노래』는 희망의 이야기이다. '마지막'무녀의 노래이고 '멸망의 함선'이 우주를 덮었지만, 끝이 아닌 시작을 노래하고 있다.


주인공, 가솜은 어린 무녀였다. 가솜은 선대 무녀들처럼 순례를 가야 했다. 해서,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며 먼 길을 걸어가게 된다. 마을을 떠나자, 비자불에서는 늘 충만하게 느껴지던 영력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가솜은 외로이 세상에 서 있는 기분을 느꼈다.
순례 시작은 평탄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힘겨워지기 시작한다. 산적 떼를 만나고 쪽잠을 자며 밤을 보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가솜은 고된 발걸음을 내디뎌, 수도인 미두불에 도착한다. 성 앞에 있는 병사에게 '비자불의 무녀이고 순례 여행 중'임을 밝힌 가솜은, 소도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병사는 화를 내며 가솜을 내쫓는다.

옛 신당은 낡은 미신의 흔적일 뿐이다. 성스러운 어라께서 다만 전통을 존중하여 그곳을 남겨두고 계신 것이지. 내 생전 감히 그곳에 발을 딛겠다는 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56p
가솜은 소도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미두불에서 모시는 크라흐야의 사원에 들어가려 한다. 가솜이 사원 안에 발을 디디는 순간, 강한 힘과 함께 나가떨어지며 기절하고 말았다. 가솜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감옥 안이었다.

가솜은 어쩌다가 감옥에 구금된 것일까? 살아서 무사히 순례를 계속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무녀의 순례 이야기를 서술한다. 우리는 작은 무녀가 점차 세상의 진리를 깨닫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너무 빠르게 세상을 사는 우리가 잊고 지내버린 아름다움들 말이다. 또 노래를 주 소재로 삼았다. 초반에 가솜과 살로만이 만나는 계기도 노래때문이다. 노래가 사라진 세상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비파 선율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활자로나마 전해졌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부분부터 책에 빠졌던 것 같다.


『꼬리별의 노래』를 정말 추천한다. 다 읽은 뒤의 그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기에 그렇다. 심지어 작가의 말마저 부드럽고 따스해서 좋았다. 세상 어디에 '작중 등장하는 인물, 사건, 지명은 모두 실제로 존재합니다.(175)'하고 말해주는 작가가 존재하겠는가! 우주를 바라보면 가솜의 세상이 보이리라는 말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부분이 너무 낭만적이다. 확실히 노스탤지어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스포하지 못하는 것이 유일한 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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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고블 씬 북 시리즈
모래 지음 / 고블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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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석희는 회사에 다녔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현재는 작은 옷 가게를 하고 있다. 석희가
인산, 옷 가게, 장사 잘 안됨.
식물형 괴물, 동물형 괴물, 심해에서 온 괴물,
우주에서 온 괴물, 다른 차원에서 온 괴물
모두 다 앗싸리 대환영! 41p
라고 공문을 붙이고 싶을 정도로 옷 가게 매출은 형편없다. 근래 석희의 고민거리는 넘쳐날 지경이다. 가게 앞에 불법주차를 하는 고깃집 손님들 뭐 이런 이유도 필시 한몫하겠지만, 가장 큰 고민은 완규에게 행한 일에 대한 후회다.

석희와 완규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석희는 키가 컸고, 힘이 셌다. 남들은 그런 석희를 괴물이라고 부르고 소외시키기 일쑤였다. 그런 석희에게도 친구가 생겼는데, 그가 완규였다. 완규와 석희는 잘 맞았고, 그래서 같이 멸망이 담긴 이야기를 노트에 빼곡히 작성해 나갔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던 완규가, 석희의 실수 이후로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석희는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완규를 찾고 있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그런데 어느 날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라는 소설을 발견한다. 석희는 그 소설을 보고, 드디어 완규를 찾았구나 생각하는데!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는 사회파 SF소설이다. 내가 책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자칫 어울리지 못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자연스레 연결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통한 SF세계관으로 몰입을, 석희가 완규를 찾아 떠나는 이유에서 궁금증을, 마지막으로 사회 문제와 세상의 혐오를 담기까지.
나는 읽는 내내 공감도 하고, 반전에 충격도 받았다.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 보겠다.

그런데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어.
몸 파는 것들은 다 괴물이다. 37p
고등학교 때 내 별명은 괴물이었다. 중학교 때 별명은 거인이었다. 86p

'괴물'이 뭘까? 우리는 삶은 살아가면서 내 가치관에 맞게 남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그 시선은 나와 다를수록, 사회적으로 비주류일수록 편견에 물든다. 또 남을 욕하는 데에도 서슴없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이거니까. 그게 아니면 다 틀린 거니까.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사회이기 때문에 혐오가 만연해지고, 남을 쉬이 '괴물'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자신도 틀렸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왜? 나도 남의 기준에서는 엄연히, 틀린 인간이니 말이다. 하여, 남을 쉽게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욕하면 욕할수록, 나쁜 단어를 사용할수록 내 가치가 떨어지니까 말이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는 혐오에 지쳐서 평화와 연대를 찾는 이들이라면,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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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담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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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담』은 작가, 전건우의 경험을 토대로 한 픽션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소설의 형태를 띤다. 그러니 여기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고, 지명 역시 내가 임의로 지어냈다. 몇 개의 사건은 조금 순화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펼쳐진 과정 중 일부를 뒤섞거나 빼거나 아니면 더하는 식으로 소설의 맛을 살린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소설이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이다. 15p
라고 프롤로그에 나와 있으니 말이다. 물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픽션인지는 그 작가 본인만 알겠지만. 간담이 서늘해지는 부분은 또 있으니, 『흉담』의 첫 부분, 검은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경고
절대 소리 내서 읽지 말 것,
절대 한밤중에 읽지 말 것,
절대 자기 전에 읽지 말 것,
다 읽은 뒤에는 소금물로 입을 헹굴 것.

'에이 경고문이 뭐 어쩐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 경고문은 무속인이 소설 앞부분에 넣으라고 권고한(15p) 내용이다. 하여 『흉담』을 읽기 전에 꼭 소금물과 액막이 도구를 준비하기 바란다. 그럼 본격적으로『흉담』의 줄거리를 시작하겠다.

5월 초순이었다. 작가 전건우는 신작이 잘 풀리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어떤 소재도 성에 차지 않은, 고뇌의 하루하루를 보내던 작가에게 돌연 메일 한 편이 오게 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21p
목 뒷부분이 선뜩해질 정도의 제목이라니. 작가는 메일을 클릭해 열었다. 메일은 차문수 교수의 부고 소식과 그 죽음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하다는 내용이었다. 작가는 차문수 교수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하여 작가는 메일을 보낸 이, 차미조와 만나기로 한다.
카페에서 만난 차미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온몸이, 할퀸 자국이라고 해야 할지··· ··· 아무튼 손톱으로 마구 긁어놓아서 상처로 가득'했다고. (31p) 게다가 그 상처는 차문수 교수가 직접 낸 상처였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 작가는 차미조를 따라 사건 현장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 놓여있던 차문수 교수의 노트북에서 마주한 문장은,
흉담을 들었다.
흉담? 흉담이라니. 작가는 의리와 차기작을 위해, 차문수 교수의 사건을 조사하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그 다짐은 아주 큰 화를 불러오게 되는데 ···

이 책은 두 가지 괄목할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글이라는 것, 둘째는 그 작가가 전건우라는 것. 첫째는 설명하지 않아도 오싹함을 다들 느끼셨으리라 믿고, 둘째 포인트를 이야기해 보겠다.
당신이 오컬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전건우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국의 공포 소설가'라는 명칭이 그보다 잘 어울리는 이도 없으니 말이다. 즉, 그 이름부터가 보증 수표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글을 읽을 때, 글을 참 잘 쓴다고 느꼈다. 오싹한데 멈출 수 없이 페이지를 넘길 때의 기분을 아는가? 나는 오컬트 소설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그랬다.

하여, 여름의 기분을 물씬 느끼고 싶다면, 전건우 작가의 『흉담』을 추천한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 악귀가 찾아가지 않기를...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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