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맨 - 뉴욕의 컨설턴트에서 시골 우체부로, 길 위에서 찾은 인생의 진짜 목적지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지음, 정혜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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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맨』은 코로나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되어, 시골 우체부가 된 작가의 삶을 닮은 에세이이다.
에세이라고 하긴 했지만, 읽어보면 마치 소설을 읽듯 재밌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스티븐은 우체부가 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아간다. 그가 깨달은 것 중에 내가 와닿은 것은 이것이었다.

때로는 이긴다는 것이 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 이상이 있었다. 내가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166p)

우리는 꼭 무언가를 잘해야 삶의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찍어 눌러 높은 자리를 쟁취해야만 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목표를 크게, 높게 잡고 그걸 이루지 못하면 좌절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허나, 『메일맨』을 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포기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긴 것이라고, 삶의 의미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버텨냈고, 이겨냈고, 해냈고, 살았으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거다.
나는 삶의 목적이 없어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후반부에는 특히 사람들의 배려와 호의가 아름다웠다. 우체부라는 이유로 욕하고, 업신여기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반대로 우체부라는 이유로 연신 감사를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노고를 다 안다는 듯이 물을 챙겨주거나 커피를 주는, 그런 작지만, 큰 마음이 담긴 호의를 베풀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 척박하고 메말라서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때, 주위를 둘러보면 오아시스가 있다. 그것은 내 가까이에 있기도 하지만 멀리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나저러나 오아시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배려와 선의가 만들 아름다운 세상이, 따스한 세상이 우리에게 배달될 수 있기를!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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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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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 능력자』는 어느 날 이상능력자가 된 주인공이, 엄마의 죽음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게 되고, 진범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우선,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냥 슥슥 읽는 느낌이 아니라, 몰입하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뜻이다. 그 이유로는 생동감 넘치는 주연들과 갑자기 치고 나오는 반전이 있다. 등장인물 예리는 명랑 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밝음. 으로 단순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는 불안 또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초반부 주인공의 심리 표현 역시 인상 깊었다. 갑작스레 달라진 것에 대한 당황과 억울함 같은 것들이 피부로 느껴졌기에 그렇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파트는 두 군대가 있었다.
첫째는 초반부에 공정에 대한 부분이었다.

“공정 같은 소리 하네. 김은태. 엄마가 하루 종일 붙어서 학원 다 데려다 주는 대로 공부만 하면 되는 너랑, 부모님 돕느라 늦게까지 일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하는 애랑 시험 점수 가지고 경쟁하면, 그건 공정한 거냐? 돈 많은 부모님 만난 게 네가 노력해서 얻은 거야?” (32p)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그런 모습은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심인 것도 맞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출발점조차 다른 사람들이 있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서, 혹은 평범한 환경에서 태어난 것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축복일 수 있다는 거다. 우리는 이 자명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는 가지지 못했음을 알아야 한다.
‘공정하지 않다’라고 말한 은태는 정말 그리 생각할지 모른다. 다만 세상은 애초에 공정한 적이 없었다. 자신의 특권은 생각하지 못하고 남의 권리를 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남의 불행을 원할 대로 편집하는 인간들에 관한 것이다.

불쌍한 워킹 맘이라고만 표현되었다. 그 딸조차 비판 없이 받아들일 만큼 단순하면서, 휴먼지뢰에게 당한 억울함이 부각될 만큼 ‘피해자 다운’ 이미지로. (138p)

대체 피해자 다운 이미지가 무엇인가? 피해자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는 건가? 웃기는 소리다.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진실을 가공하곤 한다. 내게 유리한 진실만 이야기하고 불리한 것은 대충 생략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인터넷 매체 속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내 국어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A일보에서는 a회사가 가장 많은 기부를 한다고 말했어. 이건 틀린 사실은 아니야. 실제로 a회사는 1등 기업이고, 많은 돈을 기부했으니까. 그런데 B일보는 뭐라고 했는지 아니? 매출액 대비 제일 많은 기부를 한 것은 b회사라고 했어.” 이 말씀을 보면 알 수 있듯, 정보의 진실을 바꾸지 않으며 가공할 방법은 넘쳐난다.
피해자는 ptsd에 시달리고, 집에서 못 나오고, 이래야 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피해자의 표준이고 그래야만 피해자라는 것은 이상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남의 불행을 멋대로 편집하는 모습이 거슬렸다. 남의 슬픔을 필요한 만큼만 편집해 인용하는 그런 인간이 말이다.

책을 읽으며 놀라움을 느꼈다. ‘아니, 정말 이게 이 작가님 신작이라고?’ 하고. 그만큼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이상 능력자』를 읽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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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A 그리고 좀비 - 제9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배예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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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A 그리고 좀비』는 독특한 소설이었다. 좀비라는 소재 자체는 식상하고 많은 매체에서 이미 다룬 것이 맞지만, 이 소설에서는 조금 달랐다.
좀비를, 인간을 습격하는 괴물 정도로만 다룬 게 아니고 작품마다 다른 비유를 통해 다른 의미로 다룬 것이 마음에 들었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엄마A 그리고 좀비」부터, 엄청난 몰입과 긴장 속에서 읽을 수 있던「기항지」, 작가님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식귀」와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로 좀비를 생각할 다른 관점을 던져 준 「그날, 동좀하초 재배실에서」까지. 네 단편이 모두 좋았다.
이 단편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서평을 마치겠다.


•엄마A 그리고 좀비

정말 정말 하고픈 말이 많다. 이 책에 적고 싶은 코멘트가 턱 밑까지 차올랐다. ―세상이 망한 뒤에야 시작된, 세상에서 가장 고약하고 애틋한 모녀의 동행―이란 소개문에서도 느낄 수 있듯 이미 마음을 울릴 것을 예고한 책이었으며, 실제로도 그러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이 작품은 아포칼립스 세상을 배경 삼아 있다.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는 망가지고 무너져서 마침내 평범과 일상을 잃어버린 세상으로써의 의미가 크다. 이런 세상에서는 평범한 인사도 말이 아닌 기원과 기도가 된다. 내일 봐. 라는 짧은 인사에도 미래와 생존을 기약하는 바람이 담기지 않는가. 「엄마A 그리고 좀비」에서도 ‘일상이 아니게 됨’의 포인트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무너진 세상이란 참 이상하고도 신기했다. 쓸모없던 것들이 쓸모 있어지고 쓸모 있던 것들이 쓸모없어졌으니 말이다. (23p)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무너진 세상만의 애틋함과 온전하지 않음을 잘 표현한 것 같아,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 내가 딸인 입장에서 주인공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그런 고민 혹시 해본 적 있는가? “나를 낳은 것을 엄마가 후회했을까?”하는 고민 말이다. 나는 그런 적이 많았다. 특히 그 나이대에 청소년이 하는 고민이 그러하듯 만물의 존재의의와 더불어 나를 고찰하는 시기가 있다 보니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주인공의 고뇌가 공감되었다.
이 관계성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엄마가 주인공에게 과한 기대를 한다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자신을 투영하여 내가 못 이룬 것을 이룰 물건. 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이 정의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긴 하지만. ―후반부, 엄마가 주인공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야구하는 것이 꿈이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자신의 못 이룬 꿈’은 서울보다 야구 배트를 잡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이 측면에서 보면 엄마는 자신의 욕심을 다 덜어놓고 딸이 성공하기를 바란게 된다.― 그러니 기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돌을 얹는 행위와 같다. 내 큰 기대는 대상에게 큰 돌, 짐이 되어 그를 짓누를지 모른다. 물론 기대는 당연한 것이고, 가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자부심의 원천이 되어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대의 부작용은 강하다. 많은 사람의 기대는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실패와 실수와 무력과 좌절을 더 크게 만든다. 촉망받았지만, 실패로 무너진다면 그 촉망은 비난이 되어 나를 덮칠 것임은 확실하니까.
소설 속 엄마는 주인공에게 기대함과 동시에 주인공이 완전무결하길 바란다. 그러니까 우울증이나 정신병을 겪는 게 말도 안 되고 나쁜 것으로 본다는 거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외로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네가 나약해서 못 견디는 것이고, 다들 그 정돈 겪는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만 해도 우울증 관련 이야기를 하면, 네가 살만하니까 그런 소릴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봤으니 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일로 주인공은 큰 상처를 받았다는 거다. 그래서 이 포인트가 안타까웠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존재들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니까.

마지막으로 결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후반부, 주인공은 남산타워에 가고 싶다던 엄마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좀비가 된 엄마를 남산타워에 데리고 간다. 한참을 울며 미련을 떨쳐낸 다음 날, 주인공은 인사와 함께 남산타워에 엄마를 두고 간다. 최초로 든 생각은 이게 해피엔딩이 맞나? 하는 의문이었다. 필연적으로 소중한 사람이나 물건은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하기 마련이다. 난 그게 당연하다 여겼기에, 엄마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엔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그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애도와 슬픔은 결국 산 자들의 몫이다. 엄마의 죽음은 필시 주인공에게 슬픔이 될 것이다. 그럼, 엄마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이 노력해야 할까? 어떻게든 좀비가 된 엄마의 생명을 붙잡고 떠나지 못하도록 해야 할까? 내 답은 아니다. 였다.
내 슬픔을 없애기 위해 엄마를 또다시 힘든 여정에 오르게 한다는 것은 정녕 해피엔딩이라 할 순 없다. 그렇기에 엔딩이 마음에 든 것이다. 어쩌면 서로에게 진정한 해피엔딩이 되어줬을 테니까.


•기항지

우선 엄청난 몰입이 되는 책이었다. 소설 속 절정을 달릴 때 느낀 해방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초반부, 시모와 서방의 행위에 갑갑함이 컸다. 과거에 여성에 대한 처우가 그러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목을 죌 듯한 갑갑함에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기분이었다. 그 억울함 속에서 마침내 주인공이 해방되는 순간이 인상 깊다.
주인공은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데, 이 모습은 자유로움을 표방하는 것 같아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주인공은 삶과 죽음, 국가와 국가, 뭍과 물이 뒤섞인 곳에서 항해를 통해 탈출하게 되는데, 그것이 너무도 완벽한 해방이라 좋았다. 주인공은 이제 자신의 아이와 함께 기항지를 떠나 기나긴 항해를 시작할 것이니 말이다.

작품에서 또 눈에 들어왔던 것은 시모의 아들 사랑이다. 자기 새끼는 귀하게 생각하며 남의 자식을 귀하지 아니하게 생각하는 것이 꼭 인간 본성의 정점을 본 느낌이었다. 인간은 전쟁이라는 행위를 통해 서로를 죽고 죽인다. 그 모습이야말로 내 편이 옳고, 네 편이 틀렸다고 말하는 이분법과 같지 않은가. 나는 꼭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식귀

작가가 하고픈 말이 너무 잘 보여 좋았다. 이 따뜻한 마음을 어딘가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가끔 좌절하고 희망을 잃을 때가 있지 않은가. 했던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때도 있다. 「식귀」는 그럼에도와 나아감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그리고 실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인간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낼만큼 강하지 않다. ··· 하지만 그렇게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134p)

작품을 읽으며 울컥한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작가님의 극복하길 바라는 따스함 마음과는 활자가 아름답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그날, 동좀하초 재배실에서

현 사회의 이익만 따지는 점을 비판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좀비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차라리 좀비는 동좀하초가 되는 게 나았다. 사회적으로도 말이다. (165p)

사회에서는 일을 못 하거나, 좀 다르거나, 조금 불편한 이들을 무시하고 필요 없는 것이라 여긴다. 인간은 인간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 것이다. 어떤 인간이든지 인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인데, 몸이 조금 불편해서. 말을 조금 못해서. 이기적이지 못해서. 융통성이 없어서와 같은 이유로 실패한 것이 되어버린다.
책에서의 세상은 그런 모습이었다. 좀비의 묘사를 보면 사회적 약자를 비유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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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
김유나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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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 작가의 소설은 현실적이다.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오히려 그래서 눈에 띄는 포인트들도 많았다. 나라도 저랬을 것 같은 모습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모습이나, 하나의 대상에게 느끼는 양가감정들. 가끔은 자기 최면식으로 하는 합리화라던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극복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 김유나 작가의 소설들이었다.

이번에도 인상 깊은 단편 몇 가지를 한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름 없는 마음

솔직히 동생 있는 누나로서 너무 공감되었다. 이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나는 학교가 끝난 후, 동생과 하교하는 게 일상이었다.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동생을 데리러 갈 때면, ‘책임’과 ‘‘지겹다’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었다. 또 동생이 특별하게 부족하지 않더라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같은 감정이 어디서부터 비롯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 이름 없는 마음에 “애증”이라는 단어를 덧쓰고 싶다.


•랫풀다운

평생을 바쳐온 일을 완벽하게 끊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에 배신을 당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이 일이 내가 좋아했었고, 내 인생의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심지어는 이 일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려서, 이것 말고는 남은 게 없는 사람도 많다.
<랫풀다운>은 그런 이야기이다. 내 인생의 중심축을 떠나보내는 이야기 말이다.


•으름 씨 뱉기

이 단편은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든 단편이다. 이유는 별것 없다. “방주에는 그런 사람들이 타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는 질문 때문이다. 만약에 한국이 정말 미래가 없고, 몰락할 국가라면 어떤 사람이 방주에 탈 자격이 있는 걸까.
만약 정말로 방주가 있다면 돈이 많은 사람도, 어린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도, 나이 있는 사람도 우선순위가 되지 못할 것이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할 것이고 사람들은 다투고 싸울 것이다. 당신이 신이 되어서 ‘노아’를 택할 수 있다면 어떤 이를 택할 것인가? 어떤 이들을 종말로부터 살려낼 것인가.
작 중에서 주인공의 딸, 지수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 그런 사람들이 타야 하는 거 아닐까요? ··· 저 같은 애가 아니라요.” 이 말의 첫째 의미는 투자이민을 가지 말자는 딸의 거절일 것이다. (스토리적 해석) 그러나 나는 다른 의미로도 들렸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서로에게 날을 드러내는 이때의, 이 시대의 진정한 극복이란, 서로를 포용해 주고 따스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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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려 온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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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려 온』은 몰입되는 소설이면서, 주제 의식 또한 명확한 책이었다.
책을 보면 많은 단편이 있지만, 그중 3가지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구름을 터뜨리면

“여기서는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뿌리는 비가, 구름 협약 미가입국의 누군가에게는 오늘 한 모금도 못 마신 식수일 테니까.” (29p)

나를 먹고 살게 해 주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그렇지 못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 앞에···없다.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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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터뜨리면」은 기후 변화로 비를 모두가 누릴 수 없게 된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한편으론 현재의 문제점도 꼬집는다.
선진국은 누릴 것을 다 누렸다. 물, 식량, 자원, 화석연료··· 등 말이다. 그에 비해 개도국은 어떤가? 반절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책임을 질 때는 같이 지자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문제이고 어쩌고, 하니 다 같이 노력하자 이거다. 웃기는 말이다. 어느 나라에선 기근으로 죽어갈 때, 다른 나라에선 멀쩡한 음식들이 “상품성이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있는데.
「구름을 터뜨리면」에서 다룬 두 번째 주제는 불행과 공감이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의 삶을 죽이는 현상이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우리가 다 같이 잘 살자~ 를 추구했다면 사기는 왜 일어나고 가난으로 죽는 사람은 왜 생기겠는가.
우리는 자신의 고통을 1순위로 생각하는 존재들이다. 당연하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적합한 개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불행을 등한시한다. “일단 내가 살고 보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남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구름을 터뜨리면」을 읽으며 많은 문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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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랬거든. 노랑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언제나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연히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없는 것처럼 하지 말라고. 이상하게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 (40p)




•하품

세상의 호오에 맞춰 자신을 교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72p)

통제할 수 있는 꿈과 달리 현실은 불완전함의 연속이다. 누구와 살아가든 그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게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1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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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어린 시절의 아픔과 결핍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호연, 진정한 어른인 이곤, 마침내 완전하게 자라난 윤재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때때로 아주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내가 막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아, 영원히 찌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진리를 사람들은 종종 잊는다.
물론 누군가와 대화할 때, 상대를 온전히 생각하고 위하기는 쉽지 않다. 이 사람의 상처는 뭐고, 그러니 이렇게 대해야 하고…. 이게 쉬운 과정일 것 같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내가 그냥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 영원히 기억될 아픔이 될 수도 있으니까.
둘째는 폭력과 극복이다. 어린 시절 아픈 경험이 있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침잠되어 있으면 안 된다. 사실 이런 당연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쉬이 이겨내지 못하는 까닭은 아픔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은 아물지 못하고 계속 피가 흐르는 상처로 남는다. 나 역시 어릴 때 유쾌하지 못한 일들을 겪었으며, 그 일로 아직도 사람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다, 극복의 중요성을. 가끔은 거북함을 이겨낼 필요도 있다는 것을.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은 사랑의 개념을 다시 재정립시키는 책이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우선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틸리 역시 그랬고. 하지만 틸리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선택을 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내 것도 내어줄 수 있는 것. 그 대상을 먼저 생각하는 것. 온종일 그 사람의 호오만 고민하는 것 말이다.

『밤을 달려 온』은 연여름 작가의 아름답고도 현실적인 세계를 담아낸 소설집이었다. 읽는 내내 공감했고, 몰입했고, 순수하게 즐거웠다. 중간 중간 현실적인 면들 때문에 깊은 고민 또한 할 수 있었다.
sf단편집 한 권을 추천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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