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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려 온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밤을 달려 온』은 몰입되는 소설이면서, 주제 의식 또한 명확한 책이었다.
책을 보면 많은 단편이 있지만, 그중 3가지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구름을 터뜨리면
“여기서는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뿌리는 비가, 구름 협약 미가입국의 누군가에게는 오늘 한 모금도 못 마신 식수일 테니까.” (29p)
나를 먹고 살게 해 주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그렇지 못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 앞에···없다.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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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터뜨리면」은 기후 변화로 비를 모두가 누릴 수 없게 된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한편으론 현재의 문제점도 꼬집는다.
선진국은 누릴 것을 다 누렸다. 물, 식량, 자원, 화석연료··· 등 말이다. 그에 비해 개도국은 어떤가? 반절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책임을 질 때는 같이 지자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문제이고 어쩌고, 하니 다 같이 노력하자 이거다. 웃기는 말이다. 어느 나라에선 기근으로 죽어갈 때, 다른 나라에선 멀쩡한 음식들이 “상품성이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있는데.
「구름을 터뜨리면」에서 다룬 두 번째 주제는 불행과 공감이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의 삶을 죽이는 현상이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우리가 다 같이 잘 살자~ 를 추구했다면 사기는 왜 일어나고 가난으로 죽는 사람은 왜 생기겠는가.
우리는 자신의 고통을 1순위로 생각하는 존재들이다. 당연하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적합한 개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불행을 등한시한다. “일단 내가 살고 보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남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구름을 터뜨리면」을 읽으며 많은 문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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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랬거든. 노랑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언제나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연히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없는 것처럼 하지 말라고. 이상하게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 (40p)
•하품
세상의 호오에 맞춰 자신을 교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72p)
통제할 수 있는 꿈과 달리 현실은 불완전함의 연속이다. 누구와 살아가든 그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게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1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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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어린 시절의 아픔과 결핍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호연, 진정한 어른인 이곤, 마침내 완전하게 자라난 윤재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때때로 아주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내가 막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아, 영원히 찌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진리를 사람들은 종종 잊는다.
물론 누군가와 대화할 때, 상대를 온전히 생각하고 위하기는 쉽지 않다. 이 사람의 상처는 뭐고, 그러니 이렇게 대해야 하고…. 이게 쉬운 과정일 것 같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내가 그냥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 영원히 기억될 아픔이 될 수도 있으니까.
둘째는 폭력과 극복이다. 어린 시절 아픈 경험이 있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침잠되어 있으면 안 된다. 사실 이런 당연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쉬이 이겨내지 못하는 까닭은 아픔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은 아물지 못하고 계속 피가 흐르는 상처로 남는다. 나 역시 어릴 때 유쾌하지 못한 일들을 겪었으며, 그 일로 아직도 사람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다, 극복의 중요성을. 가끔은 거북함을 이겨낼 필요도 있다는 것을.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은 사랑의 개념을 다시 재정립시키는 책이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우선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틸리 역시 그랬고. 하지만 틸리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선택을 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내 것도 내어줄 수 있는 것. 그 대상을 먼저 생각하는 것. 온종일 그 사람의 호오만 고민하는 것 말이다.
『밤을 달려 온』은 연여름 작가의 아름답고도 현실적인 세계를 담아낸 소설집이었다. 읽는 내내 공감했고, 몰입했고, 순수하게 즐거웠다. 중간 중간 현실적인 면들 때문에 깊은 고민 또한 할 수 있었다.
sf단편집 한 권을 추천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