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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
김유나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평점 :
김유나 작가의 소설은 현실적이다.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오히려 그래서 눈에 띄는 포인트들도 많았다. 나라도 저랬을 것 같은 모습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모습이나, 하나의 대상에게 느끼는 양가감정들. 가끔은 자기 최면식으로 하는 합리화라던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극복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 김유나 작가의 소설들이었다.
이번에도 인상 깊은 단편 몇 가지를 한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름 없는 마음
솔직히 동생 있는 누나로서 너무 공감되었다. 이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나는 학교가 끝난 후, 동생과 하교하는 게 일상이었다.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동생을 데리러 갈 때면, ‘책임’과 ‘‘지겹다’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었다. 또 동생이 특별하게 부족하지 않더라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같은 감정이 어디서부터 비롯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 이름 없는 마음에 “애증”이라는 단어를 덧쓰고 싶다.
•랫풀다운
평생을 바쳐온 일을 완벽하게 끊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에 배신을 당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이 일이 내가 좋아했었고, 내 인생의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심지어는 이 일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려서, 이것 말고는 남은 게 없는 사람도 많다.
<랫풀다운>은 그런 이야기이다. 내 인생의 중심축을 떠나보내는 이야기 말이다.
•으름 씨 뱉기
이 단편은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든 단편이다. 이유는 별것 없다. “방주에는 그런 사람들이 타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는 질문 때문이다. 만약에 한국이 정말 미래가 없고, 몰락할 국가라면 어떤 사람이 방주에 탈 자격이 있는 걸까.
만약 정말로 방주가 있다면 돈이 많은 사람도, 어린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도, 나이 있는 사람도 우선순위가 되지 못할 것이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할 것이고 사람들은 다투고 싸울 것이다. 당신이 신이 되어서 ‘노아’를 택할 수 있다면 어떤 이를 택할 것인가? 어떤 이들을 종말로부터 살려낼 것인가.
작 중에서 주인공의 딸, 지수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 그런 사람들이 타야 하는 거 아닐까요? ··· 저 같은 애가 아니라요.” 이 말의 첫째 의미는 투자이민을 가지 말자는 딸의 거절일 것이다. (스토리적 해석) 그러나 나는 다른 의미로도 들렸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서로에게 날을 드러내는 이때의, 이 시대의 진정한 극복이란, 서로를 포용해 주고 따스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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