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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A 그리고 좀비 - 제9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배예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A 그리고 좀비』는 독특한 소설이었다. 좀비라는 소재 자체는 식상하고 많은 매체에서 이미 다룬 것이 맞지만, 이 소설에서는 조금 달랐다.
좀비를, 인간을 습격하는 괴물 정도로만 다룬 게 아니고 작품마다 다른 비유를 통해 다른 의미로 다룬 것이 마음에 들었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엄마A 그리고 좀비」부터, 엄청난 몰입과 긴장 속에서 읽을 수 있던「기항지」, 작가님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식귀」와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로 좀비를 생각할 다른 관점을 던져 준 「그날, 동좀하초 재배실에서」까지. 네 단편이 모두 좋았다.
이 단편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서평을 마치겠다.
•엄마A 그리고 좀비
정말 정말 하고픈 말이 많다. 이 책에 적고 싶은 코멘트가 턱 밑까지 차올랐다. ―세상이 망한 뒤에야 시작된, 세상에서 가장 고약하고 애틋한 모녀의 동행―이란 소개문에서도 느낄 수 있듯 이미 마음을 울릴 것을 예고한 책이었으며, 실제로도 그러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이 작품은 아포칼립스 세상을 배경 삼아 있다.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는 망가지고 무너져서 마침내 평범과 일상을 잃어버린 세상으로써의 의미가 크다. 이런 세상에서는 평범한 인사도 말이 아닌 기원과 기도가 된다. 내일 봐. 라는 짧은 인사에도 미래와 생존을 기약하는 바람이 담기지 않는가. 「엄마A 그리고 좀비」에서도 ‘일상이 아니게 됨’의 포인트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무너진 세상이란 참 이상하고도 신기했다. 쓸모없던 것들이 쓸모 있어지고 쓸모 있던 것들이 쓸모없어졌으니 말이다. (23p)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무너진 세상만의 애틋함과 온전하지 않음을 잘 표현한 것 같아,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 내가 딸인 입장에서 주인공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그런 고민 혹시 해본 적 있는가? “나를 낳은 것을 엄마가 후회했을까?”하는 고민 말이다. 나는 그런 적이 많았다. 특히 그 나이대에 청소년이 하는 고민이 그러하듯 만물의 존재의의와 더불어 나를 고찰하는 시기가 있다 보니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주인공의 고뇌가 공감되었다.
이 관계성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엄마가 주인공에게 과한 기대를 한다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자신을 투영하여 내가 못 이룬 것을 이룰 물건. 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이 정의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긴 하지만. ―후반부, 엄마가 주인공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야구하는 것이 꿈이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자신의 못 이룬 꿈’은 서울보다 야구 배트를 잡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이 측면에서 보면 엄마는 자신의 욕심을 다 덜어놓고 딸이 성공하기를 바란게 된다.― 그러니 기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돌을 얹는 행위와 같다. 내 큰 기대는 대상에게 큰 돌, 짐이 되어 그를 짓누를지 모른다. 물론 기대는 당연한 것이고, 가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자부심의 원천이 되어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대의 부작용은 강하다. 많은 사람의 기대는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실패와 실수와 무력과 좌절을 더 크게 만든다. 촉망받았지만, 실패로 무너진다면 그 촉망은 비난이 되어 나를 덮칠 것임은 확실하니까.
소설 속 엄마는 주인공에게 기대함과 동시에 주인공이 완전무결하길 바란다. 그러니까 우울증이나 정신병을 겪는 게 말도 안 되고 나쁜 것으로 본다는 거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외로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네가 나약해서 못 견디는 것이고, 다들 그 정돈 겪는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만 해도 우울증 관련 이야기를 하면, 네가 살만하니까 그런 소릴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봤으니 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일로 주인공은 큰 상처를 받았다는 거다. 그래서 이 포인트가 안타까웠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존재들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니까.
마지막으로 결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후반부, 주인공은 남산타워에 가고 싶다던 엄마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좀비가 된 엄마를 남산타워에 데리고 간다. 한참을 울며 미련을 떨쳐낸 다음 날, 주인공은 인사와 함께 남산타워에 엄마를 두고 간다. 최초로 든 생각은 이게 해피엔딩이 맞나? 하는 의문이었다. 필연적으로 소중한 사람이나 물건은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하기 마련이다. 난 그게 당연하다 여겼기에, 엄마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엔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그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애도와 슬픔은 결국 산 자들의 몫이다. 엄마의 죽음은 필시 주인공에게 슬픔이 될 것이다. 그럼, 엄마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이 노력해야 할까? 어떻게든 좀비가 된 엄마의 생명을 붙잡고 떠나지 못하도록 해야 할까? 내 답은 아니다. 였다.
내 슬픔을 없애기 위해 엄마를 또다시 힘든 여정에 오르게 한다는 것은 정녕 해피엔딩이라 할 순 없다. 그렇기에 엔딩이 마음에 든 것이다. 어쩌면 서로에게 진정한 해피엔딩이 되어줬을 테니까.
•기항지
우선 엄청난 몰입이 되는 책이었다. 소설 속 절정을 달릴 때 느낀 해방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초반부, 시모와 서방의 행위에 갑갑함이 컸다. 과거에 여성에 대한 처우가 그러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목을 죌 듯한 갑갑함에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기분이었다. 그 억울함 속에서 마침내 주인공이 해방되는 순간이 인상 깊다.
주인공은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데, 이 모습은 자유로움을 표방하는 것 같아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주인공은 삶과 죽음, 국가와 국가, 뭍과 물이 뒤섞인 곳에서 항해를 통해 탈출하게 되는데, 그것이 너무도 완벽한 해방이라 좋았다. 주인공은 이제 자신의 아이와 함께 기항지를 떠나 기나긴 항해를 시작할 것이니 말이다.
작품에서 또 눈에 들어왔던 것은 시모의 아들 사랑이다. 자기 새끼는 귀하게 생각하며 남의 자식을 귀하지 아니하게 생각하는 것이 꼭 인간 본성의 정점을 본 느낌이었다. 인간은 전쟁이라는 행위를 통해 서로를 죽고 죽인다. 그 모습이야말로 내 편이 옳고, 네 편이 틀렸다고 말하는 이분법과 같지 않은가. 나는 꼭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식귀
작가가 하고픈 말이 너무 잘 보여 좋았다. 이 따뜻한 마음을 어딘가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가끔 좌절하고 희망을 잃을 때가 있지 않은가. 했던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때도 있다. 「식귀」는 그럼에도와 나아감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그리고 실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인간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낼만큼 강하지 않다. ··· 하지만 그렇게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134p)
작품을 읽으며 울컥한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작가님의 극복하길 바라는 따스함 마음과는 활자가 아름답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그날, 동좀하초 재배실에서
현 사회의 이익만 따지는 점을 비판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좀비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차라리 좀비는 동좀하초가 되는 게 나았다. 사회적으로도 말이다. (165p)
사회에서는 일을 못 하거나, 좀 다르거나, 조금 불편한 이들을 무시하고 필요 없는 것이라 여긴다. 인간은 인간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 것이다. 어떤 인간이든지 인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인데, 몸이 조금 불편해서. 말을 조금 못해서. 이기적이지 못해서. 융통성이 없어서와 같은 이유로 실패한 것이 되어버린다.
책에서의 세상은 그런 모습이었다. 좀비의 묘사를 보면 사회적 약자를 비유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