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 공부 벌레들 - 조선 최고 두뇌들의 성균관 생활기
이한 지음 / 수막새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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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올라가다 올 곧게 서 있는 소나무를 보면 왠지 조선의 선비가 생각난다. 선비라고 하면 곧은 절개와 기상으로 상징되는데 아마도 우리가 배웠던 교과서 속 선비들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내 마음 속에도 선비란 성실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이란 책을 읽으며 선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았다. 또한 어른들에게 항상 들어왔던 말인데 “우리 때는 안그랬다” 이런 이야기 역시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건 없다. 조선 시대 최고 두뇌들의 성균관 생활기는 색다른 재미와 흥미를 안겨주었다.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느끼는 계기도 되었다.


선비들은 책상에 앉아 천자문부터 사서 삼경까지 늘 공부만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기발한 아이디어의 컨닝을 하지 않나 대리 출석과 심지어 패싸움까지 벌였다고 하니 사람의 삶이란 결국 이렇게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쩜 그리도 요즘과 다를 것이 없고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능가하는 치졸함과 도덕적 헤이와 거짓을 보여주었을지 궁금했다. 사람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을 진대 왜 그리도 옛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나 모르겠다. 최근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학생이 오히려 교사를 폭행하는 기사를 보면서 “우리 때는 안그랬다” 이 이야기를 믿고 싶었는지도..... 그래서 옛 선비들은 적어도 이런 경우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왠지 흥미로웠으면서도 씁쓸했는데 차라리 이러한 현실을 모르고 막연하게 선비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편견을 깨기에는 더 없이 좋은 책이니 만큼 한 번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성균관의 생활은 결국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삶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적어도 성균관의 학생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피력하면 왕도 그들의 의견을 듣고 수정을 하였다고 한다. 이건 마치 80년대 대학생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역사란 정말 카의 이야기처럼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것이 이 책을 통해 새삼 확인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단지 이 책에 나와있는 좋지 않은(지금 우리내 생활과 꼭 닮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언지를 보아야 한다. 다만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탈피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그랬는지 성균관의 자랑스러운 면모를 더 많이 소개하지 않은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아쉬움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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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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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도덕적 지수는 아주 낮은 편이다. 그만큼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정과 부패가 많은 사회다. 물론 예전보다야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뇌물이 많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우리 사회가 정의에 대해 목마르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가 아닐런지....... 만약 우리 사회가 정의와 공의가 잘 지켜지고 행해지는 사회였다면 굳이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왜 도덕인가라는 책 또한 서점가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긴 착하게 살고 도덕적으로 사는 건 바보라고 취급당하는 우리 사회에서 정의와 도덕을 이야기한다는 건 아주 반가운 일이다.


학창 시절 성적표에는 항상 도덕이 가장 먼저 나왔다. 내 기억으론 도덕 다음 국어였는데 그 다음 순위는 기억나지 않는다. 늘 도덕이 가장 먼저 나왔다는 것만 기억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덕을 지킨다는 건 늘 바보와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얼마 전 한 방송사의 다큐프라임이라는 프로에서 도덕이 사회적 성공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더 이상 도덕적인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 새로운 성공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책도 결국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비록 시장 경제가 사회를 지배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삶의 자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더구나 공교육도 시장 논리를 따라가지만 사람은 누구나 배울 권리를 가지고 있다. 돈이 없다고 배울 권리마저 빼앗겨서는 안된다.


사회는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무가 없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듯 시장 논리 때문에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건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함께 살 수 없다면 결국 모두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책은 정치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도덕은 우리가 지켜야 할 덕목이니 비단 정치 철학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지켜야 한다. 윤리와 도덕이 최우선적인 가치가 되어 경쟁하더라도 공정하게 하며 서로가 다른 의견이 있어도 함께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책은 어렵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절대 어려운 책이 아니다. 이런 논쟁을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도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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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김종엽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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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Philosophy)은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지식이 많은 것보다 지혜로운 삶이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철학은 그저 사람들의 형이상학적인 담론일 뿐 우리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우리가 철학자들의 생각을 읽어볼 염두가 나지 않는 건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철학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결국 지혜에서 시작하고 끝맺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김종엽의 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이란 책을 처음 접할 땐 심리학이나 인문학에 관한 책인 줄 알았지만 엄연히 이 책은 철학책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이 아니라 철학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철학이란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먼저 내 자신을 아는 사람이 나와 타인 그리고 삶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창 시절부터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졸업하고 나선 좋은 직장에 다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책의 이름같이 안다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찾아가야 한다. 때론 작은 성공을 거두기도 하겠지만 실패하는 일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실패들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발견해야 한다.


우리만큼 지위가 중요한 사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직장에서 누군가를 부를 때 늘 호칭이 따른다. 이 호칭이 때론 사람을 보는 평가가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있는 모습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지위가 그 사람의 인격이 되기도 한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책에서 여러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주제는 하나로 연결된다. 나를 알아라 혹은 나를 찾으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른 것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결코 어렵지 않다. 물론 철학을 처음 접한다면 약간의 생소함은 있겠지만 말이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건 나를 되돌아 보자는 것이다. 한 번쯤 작은 쉼이 필요할 때 이런 책은 좋은 말동무가 되어 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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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 서울 문학산책
유진숙 지음 / 파라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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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쓴 작가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윤동주나 한용운 같은 경우는 평전으로 읽어서 그나마 조금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왠지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아니 글을 쓰는 작가들은 우리와 조금은 다르게 살 것 같다는 편견(?)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훌륭한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시인이라면 멋들어진 자작시를 낭송하며 소설가라면 아주 기가 막힌 연애편지를 쓸 것이다란 생각과는 달리 황동규 시인은 연상의 여인을 짝사랑하며 쓴 시가 그 유명한 즐거운 편지라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시를 받고도 여인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썼는데 아쉽게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니 뭐라 그럴까 작가나 우리나 한두 번의 연애편지는 퇴짜를 맞는다고 생각하니 사알짝 웃음이 나왔다.


책에 나오는 장소들은 거의 다 가본 곳이다. 특히 수연산방의 송차가 일품이었는데 가난한 학생에겐 조금은 비싼 찻값이라 자주 맛을 보지는 못했다. 또한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인사동의 귀천이고 이곳엔 소개가 되지 않았지만 성북동 간송 미술관도 몇 번 가본 곳이다. 물론 간송 미술관 가면서 주위에 있는 문화를 둘러보곤 했는데 이상하리만큼 길상사와는 연이 닿지 않아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익숙한 거리와 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조만간 다시 가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이 책이 익숙한 것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천변풍경을 쓴 소설가 박태원의 외손자가 봉준호 감독이란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고 정독 도서관을 가려고 지나가던 길이 감고당길이란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어 한 번쯤은 가봐야지 하고 다짐하게 했던 장소도 있으니 이 책은 추억과 새로움을 동시에 선물하고 있다.


책을 읽고 여러 문인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다시 그들의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교과서에서 만난 작품을 다시 찾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감히 찾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꿋꿋하게 절개를 지켰던 만해의 삶을, 노총각으로 살았던 김유정의 삶을, 자야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았던 백석의 삶을 그들의 글로 느껴보기를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로 우리에게 숙제 하나 내 주는 건 아닐까. 문화가 있는 곳을 직접 다녀보라고 그래서 교과서에서 만난 작품을 발로 느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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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3
혜경궁 홍씨 지음, 정병설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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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살면서도 역사에 관심이 없었을 땐 그저 정조와 사도세자는 국사 교과서의 한 줄 이야기로만 기억될 뿐이었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관한 이야기들의 진실은 뭘까 늘 궁금하였다.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 때문에 뒤주에 갇혀 죽은 인물이고 정조는 이른 나이에 죽은 비운의 왕이다. 헤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정조의 어머니다.


조선 시대에 3대 부흥기가 있었다면 세종, 성종, 영정조 시대라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영조와 정조 시대가 마지막 부흥기라고 할 수 있다. 영조가 나이 들어 늦게 아들을 본 것이 사도세자였다. 그래서 기대가 컸다. 정말 훌륭한 아들이자 장차 이 나라를 훌륭하게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사도세자는 학문 보다는 활동적인 면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런 모습에 실망을 느낀 영조는 오히려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했던 정조를 더 귀여워했던 것으로 역사는 기록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어찌 되었건 뒤주 속에 갇혀 죽는 운명을 맞이했던 사도세자를 옆에서 지켜 보았던 부인 헤경궁 홍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처음엔 이 책이 사도세자 그리고 영정조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주변 이야기가 많아 좀 놀랐다. 당시 이 책이 발간될 수 있었을까 궁금함이 생겼다. 정조가 죽기 전 바로 홀로 대면했던 사람은 정적인 정순왕후였다. 정순왕후는 늘 정조와 적대적인 관계였다. 이를 두고 정조가 정순왕후에 의해 독살된 것이다란 의견이 있는데 나도 이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더구나 아들까지 죽고 난 후에 헤경궁 홍씨가 숨죽이며 살았을 시간들이 어떠했을까 궁금했다. 어쩌면 이 책은 이런 격정 가운데 쓰여진 당대에는 절대 햇빛을 보아서는 아니 되었을 가슴 아픈 기록이 아니었을까 싶다. 곳곳에 그런 아픔이 새겨진 글들이 있었다.


수원에는 정조의 숨결이 곳곳에 남아 있다 물론 헤경궁 홍씨의 무덤 역시 수원 가까이에 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암튼 소풍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이후엔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곳엔 물론 사도세자와 정조의 무덤도 함께 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격랑 속에 인간 내면의 기록을 읽을 수 아니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느낀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그러도록 노력했다. 내겐 더 없이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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