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 서울 문학산책
유진숙 지음 / 파라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쓴 작가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윤동주나 한용운 같은 경우는 평전으로 읽어서 그나마 조금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왠지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아니 글을 쓰는 작가들은 우리와 조금은 다르게 살 것 같다는 편견(?)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훌륭한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시인이라면 멋들어진 자작시를 낭송하며 소설가라면 아주 기가 막힌 연애편지를 쓸 것이다란 생각과는 달리 황동규 시인은 연상의 여인을 짝사랑하며 쓴 시가 그 유명한 즐거운 편지라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시를 받고도 여인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썼는데 아쉽게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니 뭐라 그럴까 작가나 우리나 한두 번의 연애편지는 퇴짜를 맞는다고 생각하니 사알짝 웃음이 나왔다.
책에 나오는 장소들은 거의 다 가본 곳이다. 특히 수연산방의 송차가 일품이었는데 가난한 학생에겐 조금은 비싼 찻값이라 자주 맛을 보지는 못했다. 또한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인사동의 귀천이고 이곳엔 소개가 되지 않았지만 성북동 간송 미술관도 몇 번 가본 곳이다. 물론 간송 미술관 가면서 주위에 있는 문화를 둘러보곤 했는데 이상하리만큼 길상사와는 연이 닿지 않아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익숙한 거리와 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조만간 다시 가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이 책이 익숙한 것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천변풍경을 쓴 소설가 박태원의 외손자가 봉준호 감독이란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고 정독 도서관을 가려고 지나가던 길이 감고당길이란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어 한 번쯤은 가봐야지 하고 다짐하게 했던 장소도 있으니 이 책은 추억과 새로움을 동시에 선물하고 있다.
책을 읽고 여러 문인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다시 그들의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교과서에서 만난 작품을 다시 찾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감히 찾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꿋꿋하게 절개를 지켰던 만해의 삶을, 노총각으로 살았던 김유정의 삶을, 자야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았던 백석의 삶을 그들의 글로 느껴보기를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로 우리에게 숙제 하나 내 주는 건 아닐까. 문화가 있는 곳을 직접 다녀보라고 그래서 교과서에서 만난 작품을 발로 느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