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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씨의 첫 손님
안승하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그림책이 이렇게 묵직해도 되는 것인가...
어느 봄 날, 까망 길냥이는 등에 짐을 가득 지고 공원에 들어선 반달 씨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쓰입니다.
반달 씨는 나무 아래 자신의 발톱으로 깍아 만든 나무 인형들을 진열합니다. 꿀과 바꾸어서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랍니다.
반달 씨는 발톱들을 짧고 둥글게 다듬었고, 왼쪽 앞 발톱은 나무 인형을 깍아야했기에 그대로 두고 늘 장갑을 끼고 있었어요.
반달 씨는 하품을 할 때면 입을 꼭 가렸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고 놀라지 않도록.
첫 손님. 사랑스러운 꼬마 손님. 꼬마 손님은 매일 반달 씨를 찾아왔어요. 반달 씨의 나무 인형을 구경하고 사가기도 하고, 까망 길냥이와 반달 씨에게 자신의 간식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머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어느 무더운 여름 날, 꼬마 손님이 가져온 수박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콕 찍어 큰 입으로 와구 와구 먹은 반달 씨. 길냥이는 놀래 반달 씨의 왼쪽 앞 발톱을 가리고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 크게 벌린 입을 가리느라 폴짝폴짝 뛰었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꼬마 손님은 사라지고 없었어요.
길냥이와 반달 씨는 더 이상 꼬마 손님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또 공원을 떠나야 할 것 같아 밤새 조마 조마 했어요.
다음 날, 다시 찾아온 꼬마 손님.
친구가 되자며 자신이 왼 손가락엔 꼬깔콘을 콕콕 박아 장갑을 끼고 나타났어요. 꼬마 손님이 꼬마 친구가 되었죠.
꼬마 친구는 반달 씨와 길냥이를 소중하게 대해 주어요. 나무 인형이 팔려 꿀이 모일 수 있게 도와주고, 사람들에게 반달 씨가 오해받지 않도록 지켜줘요.
가을이 되고 겨울이 다가오자 반달 씨는 모아놓은 꿀을 가지고 가족에게 돌아가야 했어요.
길냥이와 꼬마 친구 그리고 반달 씨는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 서로를 꼬~옥 안아주고, 반달 씨는 떠나가요.
반달 씨와 길냥이 그리고 꼬마 친구. 이 셋의 우정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슴 속에 남아 오늘도 평안하고 행복한 날을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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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그림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이 그림책을 받고 며칠 동안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들여다 보았답니다. 그림책이 이렇게나 묵직할 수 있다니... ... 감탄하면서.
반달 씨의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보고 돌아간 꼬마가 자신의 물건 상자를 뒤져 벙어리 장갑을 찾아내고, 꼬깔콘을 왼 손가락에 콕콕 박고, 냉장고에서 과일들을 꺼내 챙기고, 자신과 반달 씨와 길냥이 그림을 그려 우리 친구하자~ 초대하며 벙어리 장갑을 벗어 꼬깔콘 박힌 손가락을 보여주며 씨익~ 웃는 장면은 뭉클합니다.
반달 씨의 첫 손님, 꼬마 손님의 무해한 편견없음을 보며,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은 학습된 것이구나... ... 그 학습된 편견과 선입견은 또 다른 학습으로 없애야 하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짧은 그림책이 메시지를 전해주고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봄에 만나 여름에 친구가 되고, 깊어가는 가을에 우정을 쌓고 겨울에 이별하는 과정이 화사하고 포근하게 그려져 있어요.
어린이도 어른도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예쁘게 배울 수 있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