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rie Solanas: The Defiant Life of the Woman Who Wrote Scum (and Shot Andy Warhol) (Paperback)
Breanne Fahs / Feminist Pr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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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솔라나스(1936~1988)는 이른바 ‘페미니즘의 제2의 물결’에 속한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1960년 초~1980년 초에 활동한 속칭 ‘급진 페미니스트’인데(사실상 이들의 전성기는 1970년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내노라 하는 다른 급진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론/신념에 충실하게(여기서 ‘충실하다’라는 표현은 좀 더 따져봐야 할 문제인데, 일단 넘어간다) 한 ‘남자’를 손수 무력으로 응징했기 때문이다. 당대의 수퍼스타였던 앤디 워홀(1928~1987)이 그 대상으로서, 솔라나스는 워홀을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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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워홀 피격 직후에 사람들의 관심은 “왜 솔라나스가 워홀을 저격했느냐?”에 쏠렸다. 이때 솔라나스의 행위를 설명할/이해할 핵심 참조점으로 주목받은 것이 바로 솔라나스가 집필한 <SCUM 선언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솔라나스 본인이 체포 직후에 “<SCUM 선언문>이 나의 변론 전부가 될 것이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솔라나스를 도와주려던 사람들조차 이 문서를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당시까지 이 문서는 ‘공식적’으로 출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CUM 선언문>의 최초 판본은 솔라나스 본인이 자비로 출판한 판본(등사기로 만든 등사판)이었다. 그 자비 출판본에는 발행 날짜가 “1967년 5월 19일”로 적혀 있지만, 6월 14일 솔라나스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이 책을] 거의 다 썼다”라는 표현이 나오는 걸로 봐서, 실제로는 7월 초중순경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 2천 부를 찍었다고 하는데, 솔라나스의 변호인/옹호자들이 당시에 이 문서를 쉽게 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모두 배본된 것은 아니고 그 중 일부만이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서점들을 중심으로 배본된 듯하다(또 일부는 솔라나스 본인이 직접 가두 판매했다).

 

<SCUM 선언문>의 최초 ‘공식’ 판본은 올랭피아출판사에서 나온 1968년판이다(여기서 ‘공식’이라 함은 기존의 출판시스템을 통해서 간행됐다는 의미이다). 이 올랭피아 판본은 8월경, 그러니까 솔라나스가 워홀을 저격한 1968년 6월 3일로부터 약 두 달 뒤에 ‘신속하게’ 나온 것인데,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올랭피아출판사의 사장인 모리스 지로디아스(1919~1990)라는 인물 때문이다(더 정확하게는, 지로디아스를 향한 솔라나스의 증오 때문이다).


(<SCUM 선언문>을 자비 출판한 지 얼마 안 된) 1967년 8월 29일, 솔라나스는 지로디아스와 소설 집필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이 계약서의 조항 중에 “책 분량의 다음 두 작품에 대한 우선권”(first refusal rights on her next two book-length works)을 지로디아스에게 준다는 조항이 있었다. 솔라나스는 이 계약서에 서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이 조항에서 말하는 ‘다음’(next)이 “(계약한) 소설 집필 다음(에 쓰게 되는 작품들)”이 아니라 “계약서 서명 다음(의 시점부터)”이라는 의미였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요컨대 자신이 이 계약서에 서명함으로써 그 이전에 이미 완성했던 자신의 두 작품, 즉 <SCUM 선언문>과 (워홀의 도움을 받아 무대에 올리려고 한창 안간힘 쓰고 있던) 희곡 <엿 먹어라>(Up Your Ass, 1965)의 판권을 지로디아스에게 양도한 셈이 되어버렸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후대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다소 표현이 모호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솔라나스의 이런 생각은 편집증의 발로였다. 실제로, 워홀을 찾아간 솔라나스는 워홀의 변호사로부터 그 조항은 그런 뜻이 아니라는 해석까지 들었다고 한다(이건 워홀의 친구였던 폴 모리세의 증언이다. 물론 모리세가 거짓 증언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오히려 ‘바로’ 이 때문에, 솔라나스는 워홀이 지로디아스와 작당해 자신의 작품들을 훔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또 다른 편집증을 발전시키게 됐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정말 ‘미친년’의 ‘망상’일 뿐이었을까? 솔라나스가 편집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내 생각에 중요하지만 간과되어온) 사실 중의 하나는 지로디아스의 평소 행실(!?)이 그런 편집증을 부추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스스로 ‘포르노 제작자/판매자’(pornographer)라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녔던 지로디아스는 당대 미국 사회에서 ‘외설물’이라 비난받았던 작품들(대표적으로 <롤리타>, <벌거벗은 점심>, <O의 이야기> 등)을 연속으로 출판해 ‘명성’을 떨쳤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로디아스 덕분에 검열이 철폐됐다고 평가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지로디아스가 그런 저자들의 인세를 숱하게 떼먹었고, 판권 자체를 저자로부터 빼앗으려고도 했으며, 기타 계약서상 불공정 조항 등으로 인해 수차례 고소도 당하는 등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는 것이다(훌륭한 책을 낸다고 해서 그런 책을 내는 발행인의 인격까지 ‘꼭’ 훌륭한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가령 인간해방/노동해방 혹은 사회의 진보/변혁를 주장하는 책들을 내면서 자사의 노조를 탄압하는 사장님들을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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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로디아스의 이런 평소 행실이 솔라나스에게까지 실행됐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그러니까  저 문제의 계약서 조항을 넣었을 때, 지로디아스가 솔라나스가 생각한 그런 의도로 집어넣었는지 아닌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오늘날까지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래 지로디아스는 <SCUM 선언문>을 출간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 그런 지로디아스가 이 책의 출간을 서두른 것은 워홀 피격 사건 때문이다. 지로디아스 본인이 인터뷰에서 직접 이렇게 얘기했다. 솔라나스가 워홀을 쏘지 않았다면 <SCUM 선언문>를 내지 않았을 거라고(실제로 지로디아스는 워홀의 ‘불행’을 철저히 판촉의 일환으로 써먹었는데, 위의 뒤표지 문구를 참조하라).

둘째, 1977년 올랭피아출판사가 파산할 때까지(그러니까 약 10년간), 솔라나스가 <SCUM 선언문>의 인세 명목으로 지로디아스에게 받은 돈은 ‘5백 달러’가 전부이다.

셋째, 올랭피아출판사는 1968년 판본말고도 1971년 판본(개정판 혹은 2판?)을 추가로 발행했고, 그동안 <SCUM 선언문>은 스웨덴, 아일랜드, 덴마크, 그리스 등에서 번역·출간됐다. 지로디아스가 해외 판권료로 얼마를 받았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넷째, 두 판본을 출간할 때 지로디아스는 텍스트를 변경했다. 물론 솔라나스의 동의 없이.

대충 이런 사정으로 훗날 솔라나스는 올랭피아출판사에서 나온 두 ‘공식’ 판본을 모두 철저히 부정하기에 이른다. 이 두 판본이 ‘공식’적이라는 건 (위에서도 썼듯이) 기존의 출판시스템을 통해서 간행됐다는 의미에서일 뿐이지(비유를 들자면 ISBN이 찍혀서 나왔다는 의미라고나 할까), 저자의 승인을 받은 ‘결정판’(definitive edition) 같은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때 솔라나스가 부정한 내용 중에 “SCUM은 ‘Society for Cutting Up Men’의 약자가 아니다”(1977년 <빌리지 보이스>와의 인터뷰)라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솔라나스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해석은 올랭피아출판사의 사장 지로디아스의 판촉 혹은 홍보 아이디어에 불과했을 따름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사실 솔라나스는 1977년 이전부터, 더 정확히 말하면 1971년 6월 30일 석방되자마자(솔라나스는 1969년 6월 9일 3년형을 선고받았다) 줄기차게 이런 주장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1975년 말경 뉴욕의 거리에서 우연히 솔라나스를 만나게 된 제인 카푸티(카푸티 역시 급진 페미니스트였다)는 자신이 이끌던 독서모임에 솔라나스를 초대했다. 그 모임에서 솔라나스는 이미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SCUM=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유포된 것은 ‘불완전한 여성’인 어느 남자 사람의 만행이였던 걸까?  

문제는 여기서부터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솔라나스 본인이 1967년에 자비로 출판한 등사판 표지(아래 사진)에서 이미 “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솔라나스가 각종 신문에 게재한 광고 문안(아래의 아래 사진)에도 이 표현이 나온다. 요컨대 올랭피아출판사 판본이 출간되기 전부터 솔라나스가 이 표현을 쓴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1971년 이후의 솔라나스’가 ‘그 이전의 솔라나스’를 부정(즉, 자기부정)한 셈일까? 우리는 이 점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가장 손쉬운 답변은, 그냥 솔라나스는 ‘미친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좌우간 편집증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 아닌가? 그래서 심신불안정 판정으로 3년형밖에 안 받은 게 아닌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여자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런 답변에도 일말의 진실은 있다. 그렇지만 솔라나스가 1년 365일 편집증 증상을 보인 것은 아니며(그러니 정신이 멀쩡할 때 위의 발언을 한 것이라면 어쩌겠는가?), 솔라나스의 지인들 말을 들어봐도 솔라나스는 알려진 것보다 굉장히 똑똑했다.

그렇다면 일단 솔라나스의 말을 진실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런 전제 아래에서 저 ‘모순’(실제 행위와 사후 진술 사이의 모순)처럼 보이는 발언을 이해해보도록 노력해보자. 이렇게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즉, 솔라나스가 “SCUM(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고 표현했다면, 올랭피아출판사 판본은 “S.C.U.M. 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 표현했다는 점이다. “SCUM이냐 S.C.U.M.이냐?” 즉, 이 “네 개의 대문자 뒤에 마침표가 있느냐 없느냐?”가 차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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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사소해보이지만 이것은 큰 차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마침표의 유무는 ‘등식(=)’의 유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요즘은 편의상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는데) 보통 대문자 뒤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그 대문자가 특정한 단어의 두문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가령 U.S.A.는 “United States of America”를 뜻한다. 여기서 마침표는 각각의 대문자(U, S, A)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U=United, S=States, A=America임을 고정해주는 일종의 ‘누빔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U.S.A.를 “United Special Amy”(통합특수군)라고 (우리 마음대로)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마침표가 찍혀 있는 한, 우리는 그 마침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약자의 읽기/이해하기는 자의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S.C.U.M.”과 “Society for Cutting Up Men”을 병기한다면 이 양자는 등식으로 고정된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해서 이런 것이다. “자, 여기서 S는 Society를 뜻하고, C는 Cutting을 뜻하고…….”

그럼 마침표가 없다면? “SCUM”과 “Society for Cutting Up Men”을 병기한다면? 내 생각으로, 이럴 경우에는 양자 사이에 등식이 성립된다기보다는 후자가 전자의 ‘가능한 한 가지 해석’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자, 저는 SCUM을 ‘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고 풀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풀어보시겠어요?” 혹은 “자, 네 개의 대문자 S, C, U, M으로 자신을, 자신의 생각을 한번 표현해보세요.” 자, 이렇게 본다면 이것은 일종의 ‘아크로스틱’(acrostic/akrostikhís)[흔히들 하는 ‘삼행시 짓기’ 놀이를 떠올리면 된다]이다. 즉, 일종의 유희이자, 유희로의 초대이다.  

이것은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물론 그렇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해한다면 1977년 올랭피아출판사가 파산한 직후 본인이 (다시 한 번) 자비로 출판한 ‘교정판’(correct[ed] edition)에서도 솔라나스가 여전히 “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는 표현을 버리지 않은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다. 솔라나스는 여전히 자신이 펼쳐놓은 전복적 유희의 장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요컨대 “SCUM은 ‘Society for Cutting Up Men’의 약자가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솔라나스의 강조점은 “[단지 그것만의] 약자가 아니다”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는 표현 자체(혹은 자신이 그런 표현을 썼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솔라나스는 <빌리지 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SCUM을 “일종의 문학적 고안물[장치]”(a literary device)이라고 말했다…….


​물론 나의 해석은 추측일 뿐이다. 혹은 적어도 솔라나스가 SCUM을 아크로스틱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리고 자기가 했던 발언의 의도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설명한 적도 없다(그러니까 주장만 있을 뿐 설명은 없었던 셈이다). 그러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확인된 사실들만을 나열해보도록 하자.

 

첫째, 솔라나스는 평생, 일관되게 SCUM이라고만 썼다. S.C.U.M.이 아니라.

 

둘째, 표지를 제외하고 본문 어디에서도 “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는 표현은 안 나온다.

 

셋째, 본문에서 SCUM이 “Society for Cutting Up Men”을 뜻한다는 구절도 안 나온다.

 

넷째, 솔라나스는 올랭피아출판사의 두 판본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다섯째, 솔라나스는 “SCUM은 ‘Society for Cutting Up Men’의 약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솔라나스가 올랭피아출판사의 판본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77년, 그러니까 교정판을 내기 전에 솔라나스는 뉴욕공립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자신의 책의 1971년판을 대출해 거기에 손수 ‘교정’(이라고 쓰고 ‘낙서’ 혹은 ‘욕 퍼붓기’라고 읽는다)을 봤다! 아무튼 이런 저간의 사정으로 인해 연구자들은 일견 모순적인 솔라나스의 주장을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솔라나스가 자기부정을 한 가장 큰 이유는, 각종 언론매체가 앤디 워홀 피격에만 관심을 둘 뿐 정작 <SCUM 선언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서이다. 관심을 보인 이들도 그 내용을 오해 혹은 왜곡했다. 솔라나스는 “S.C.U.M.=Society for Cutting Up Men”으로 읽히는 지로디아스의 표기가 이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표현은 사람들의 관심을 ‘거세’(=워홀 저격)라는 ‘선정적’ 사건에만 쏠리게 할 뿐 정작 그 행위의 논리적·철학적 기반인 <SCUM 선언문>에 대해서는 함구하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얼마 전 바로 이처럼 복잡한 역사를 가진 <SCUM 선언문>이 “남성거세결사단 선언문”이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 선언>(현실문화, 2016)에 번역·수록되어 국내 독자들에게도 드디어(!) 선보이게 됐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통상적인 해석을 따를 경우에도, ‘SCUM’을 ‘S.C.U.M.’이라 표기하고 ‘Society for Cutting Up Men’과 등치시켜 ‘남성거세결사단’이라고 옮기는 것은 (어쩌면) 솔라나스 본인의 의도(의사)를 도외시하는 처사가 될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의 출판사들은 표지에서 가급적 ‘Society for Cutting Up Men’이라는 표현을 쓰지도 않고, ‘S.C.U.M.’이라고 표기하지도 않는다. 이런 갑론을박에 대한 소개가 누락된 채(그러니까 구체적인 맥락이 거세된 채) 이 텍스트가 “남성거세결사단 선언문”으로 소개될 경우, 독자들이 (당대 미국 독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솔라나스의 텍스트에 대한 어떤 오해 혹은 편견, 혹은 왜곡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지 않을까 ‘조금’ 염려된다.

 

Breanne Fahs의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적 텍스트 <SCUM 선언문>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와 더불어 간결하고, 쉽고, 꼼꼼하게 씌여진 이 책은 솔라나스의 삶을 통해 당대 페미니즘 운동의 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게 해주기까지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의 필독을 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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